홍성태 상명대 총장

홍성태 상명대 총장
홍성태 상명대 총장

우리나라 대학은 지난 70여 년의 고도성장기 동안 지속해서 발전해 왔다. 한국전 이후 60달러대 소득수준에서 현재 3만 달러를 넘어서는 놀랄만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우리나라 대학도 학생 및 교원 수 증가와 더불어 연구 및 지식재산과 같은 학문적 업적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현재 국내 대학에 대한 환골탈태 수준의 총체적 변화를 원하는 여론이 거세다. 많은 대학의 최고 경영자들 역시 이런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현 고등교육 시장에 대한 분석과 그 해결책을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현 국내 고등교육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지속가능성, 즉 대학이 현재 체계로 유지할 수 있느냐다. 초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고등교육 시장의 수요공급을 왜곡시켰고,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게 했다. 또 극심한 사교육 의존, 이에 따른 교육 기회 불균등은 대학 진학 전부터 국내 교육에 대한 신뢰를 저하했고, 일부 학생들은 해외 대학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이런 인재 유출은 고등교육 기관은 물론 국가경쟁력에 있어도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새로운 인재를 원하고 있다. 과거 전공영역별로 파편화되어 있는 지식을 저장해 졸업하는 인재가 아닌 통합적 사고를 기반으로 우리 사회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인재를 원한다. 이 같은 사회적 요구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대학만이 시장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대학은 변해야 지속이 가능하다.

고등교육을 둘러싼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 고등교육에 대한 대안적 접근이 현실화하고 있고, 특히 전 세계가 COVID19 팬데믹을 겪으며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는 온라인 교육의 확대다. 세계의 많은 대학에서 팬데믹 이후에도 온라인 교육의 비중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온라인 수업의 콘텐츠 및 기술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대학의 4대 필수 요건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대안적 고등교육기관이 출현하고 있다. 미네르바(MINERVA) 대학과 미국의 ASU(Arizona State University)는 기존의 전형적인 고등교육 시스템을 대체하는 대안적 교육을 이미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대안적 교육의 출현은 기존 고등교육기관에는 위협이자 동시에 대학의 근본적 변화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팬데믹 이후 대학의 국제화 전략도 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앙아시아 지역을 기점으로 외국에 합작 형태의 대학을 설립하는 경우다. 국내 고등교육 시장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자유주의 기조에 따라 발전해온 세계화 추세를 거스르는 보호주의와 신냉전 체제의 등장이 대학의 국제화에도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없다면 국내 고등교육 시장은 물론 국익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대학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만병통치약 같은 해결안이 있지야 않겠지만, 우리 대학이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노력을 공유함으로써 그 답을 같이 찾아보고자 한다.

최우선으로 학생, 즉 수요자 중심의 사고와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 즉 입학, 학사, 연구, 학생 지도, 취업, 산학 및 대외협력 등과 같은 제반 기능이 학생에 초점을 맞추고 정렬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 대학에는 학생 친화형 교육과정으로 자기설계융합전공을 제공하고 있다. 상명이즘(SM-ISM, Sangmyung interdisciplinary self-designed major)이라고도 불리는 이 과정은 여러 학문을 종합해 학생 스스로, 가장 ‘상명스러운’ 전공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제도다. 학생 스스로가 2개 이상의 전공으로 융합·설계한 교육과정(전공명, 학위명 등 포함)을 자기설계융합전공위원회의 지도 및 심의를 받아 다전공으로 이수하는 것으로 학생이 주체가 돼서 설계하고 학습해 미래 설계가 가능한 학생 중심의 학사제도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대학은 혁신해야 한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해 혁신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이 대학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대학의 경우 모든 문화예술 관련 전공들은 졸업 작품전을 필수로 두고 있다. 기존의 졸업 작품전은 전공별 일회성의 오프라인 행사였었다. 우리 대학은 모든 문화예술전공의 졸업작품을 디지털 아카이빙 했고, 이것으로 ‘디지털 상명 아트 페어’(DiSAF)라는 상설 온라인 전시를 기획했다. 일회성이 아닌 영구적 전시, 특정인의 접근이 아닌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전시, 그리고 전공별 분절이 아닌 우리 대학 문화예술을 통합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전시로 변화시켰다. 전국의 약 1만 5000여 명의 문화예술 산업 분야 리더들을 온라인으로 초청해 학생 작가들과 직접 연결할 기회를 창출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취업과 연계됐다. 즉, 학생들의 예술역량을 축적할 수 있고 문화예술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였으며, 통합적 시각으로 우리 대학의 문화예술 역량을 경험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학생 취업에까지 도움을 주었던 우리 대학의 대표적 혁신 사례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도입이다. ESG 경영의 개념 자체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 환경중심주의, 사회적 책임 및 지배구조 이슈 등으로 분절화돼 있었던 것을 하나의 거대 담론으로 통합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우리 사회의 지식 창출과 인재 배출의 핵심 주체인 고등교육기관 입장에서도 이러한 이슈에 대해서는 적극 고려하고 사회를 선도해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 대학에서도 ESG 경영 패러다임에 맞춰 인권센터 확대 설치 등 각종 제도를 정비 중이다. 또한 기존의 사회봉사 및 공헌 활동의 범주를 확장 정의해 지역사회 상생과 동반성장을 목표로 삼고, 충청남도 지역의 성장을 위해 지역학 연구소인 충남원을 천안 캠퍼스에 설치했다. 이를 통해 지역의 환경과 성장까지 지역구성원들과 같이 고민하는 대학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현재 마주하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대학 스스로 변해야 한다. 물론 변화는 어렵다. 그렇지만 변화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사멸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서 긴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종(species)은 힘이 세거나 영리한 개체가 아니라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해온 개체라는 주장을 다시금 곱씹게 해주는 때인 것 같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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