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용 제주한라대 교무처장

​​고석용 제주한라대 교무처장​​
​​고석용 제주한라대 교무처장​​

누가 뭐래도 이 시대 고등교육의 메가트렌드는 인공지능이다. 우리 일상의 작은 조각들이 디지털 정보로 쌓여나가고 있을 때, 언젠가는 이 데이터들이 서로 융합되어 새로운 지식으로 탄생하리라 생각을 못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시기의 문제였을 뿐이다. 생각보다 빨리 왔다.

인공지능이 교수의 직업을 대체할 수 있을지 챗GPT에게 물었다. “현재의 기술적 한계는 인공지능이 교수의 직업을 대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중략)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공지능이 교육 분야에서 더욱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필자의 시선이 멈추는 곳은 다소 겸손하면서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마지막 문장이다.

우리는 이 시기에 왜 ‘마이크로디그리’에 주목하는가?

마이크로디그리는 지금처럼 지식수명주기(knowledge Life cycle)가 짧아지는 시대에 효과적 교육수단이다. 대학에서 배운 전공지식을 갖고 평생직업을 영위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대학 교육과정은 공동체의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보편적 핵심역량을 제공할 뿐이며, 졸업 후에도 지속할 수 있는 직업인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재충전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에 마이크로디그리는 카드뉴스처럼 새로운 지식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크로디그리는 전문대학 직업교육 과정에 매우 유용하다. 전문대학이 일반대학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은 산업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무중심 교육이다. 전통적 학제의 고정된 틀에 얽매이기보다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직무를 단기간 교육과정으로 편성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 주문식 교육, Co-op교육(학습과 현장실습을 번갈아 진행하는 교육) 등 기존 전문대학이 만들어낸 성과와 마이크로디그리를 접목한다면 훌륭한 시너지를 낼 것이다.

마이크로디그리는 학제 간, 학과 간 융합을 전제로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학에서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 중의 하나는 학제 간, 학과 간 칸막이다. 마이크로디그리는 단일 학과 교육과정에서는 편성하기 어려운 난제를 융합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더 활성화되었을 때 전통적인 칸막이들은 서서히 힘을 잃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전문대학에서 마이크로디그리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무엇을 고려해야 할 것인가?

첫째, 마이크로디그리를 도입하고자 하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마이크로디그리 교육 대상이 캠퍼스 안의 재학생인지, 아니면 캠퍼스 외부에 있는 평생학습자인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캠퍼스 내부에 있는 재학생인 경우 전통적 디그리의 보완적 요소이고, 취업 시 추가적 역량을 입증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춘 간호사’, ‘소셜미디어 제작 능력을 갖춘 사회복지사’ 등 기존 교육과정의 틀에서 배우기 어려웠던 내용을 마이크로디그리 제도를 통해 학점 이수와 취업 시 역량 입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디그리의 목적이 대학 외부의 평생교육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디그리를 통해 신기술을 단시간에 익힐 수 있어야 하고, 현재 직무 수행자의 경력관리에 직접적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경우 디그리는 시장관점(market-based)에서 설계돼야 한다. 교육부는 최근 소단위 학위과정(마이크로 디그리)의 법적 근거와 운영 사항을 담은 고등교육법시행령 입법 예고를 마친 상태다. 입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평생교육 대상자들이 시간제 학생으로 입학을 하고, 소단위 학위과정 이수가 학점으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둘째, 마이크로디그리는 철저히 학습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요자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 재학생인 경우 마이크로디그리 이수를 위해서는 정규 학점보다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도 선택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고, 외부의 평생학습자들은 무료교육이 아닌 지식 습득에 따른 학습비를 지불하면서도 선택받을 수 있는 과정이어야 한다. 수업 방식에서도 유연한 학사제도를 적용한다면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셋째, 시행에 대한 제도와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마이크로디그리를 운영을 위한 학칙과 제규정의 마련은 물론, 대학 내외부의 전문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과정설계 단계에서 교육과정 설계자, 산업체 전문가, 평생교육 전문가 풀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술적 진보와 현장의 요구가 교육과정으로 투영될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고등교육에 대한 패러다임 대전환의 시기다. 캠퍼스 안에서 이뤄지던 고등교육이 캠퍼스 경계를 넘나들기 시작하고 있다. 또 다른 한 축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그만큼 교육 수요자들의 선택의 폭은 넓어지고 있다. 우리 전문대학으로서는 교육 수요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교육과정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디그리는 매우 매력적인 과정이고, 전문대학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제 전문대학 구성원들의 빛나는 지혜를 모을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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