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명예교수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명예교수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명예교수

윤석열 정부 들어 「대학설립·운영규정」의 개정을 통해 나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2년 8월 9일과 2023년 1월 10일 「대학설립·운영규정」을 일부 개정했는데, 대학의 정원 규제 등 반도체를 비롯해 첨단산업 분야 관련 인재 양성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규제를 혁파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그리고 2022년 12월 30일부터 2023년 2월 13일까지 40여 일간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하고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자유롭고 혁신적인 교육활동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대학의 운영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를 위해 하나의 기준으로 되어 있는 설립과 운영 기준을 분리해 설립 이후 대학에 대해 설립 기준보다 대폭 완화된 운영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해 자율적인 혁신·운영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 내용과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의 대학설립·운영 4대 요건(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주요 개편 내용 등은 대학의 교육·연구 여건의 질과 품격(생존의의), 즉 대학의 생명력을 떨어뜨리는 나쁜 규제 완화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학생 1인당 교사 기준 면적의 경우 인문사회는 12㎡, 자연과학 17㎡, 공학 20㎡, 예·체능 19㎡, 의학 20㎡로 계열별로 달리 정해져 있는데, 전부개정령안에서는 운영 중인 대학은 인문사회를 제외하고 14㎡로 할 수 있도록 대폭 완화했다.

교지기준 면적의 경우 학생정원별로 교지기준 면적이 정해져 있던 것을 전부개정령안에서는 완화해 운영 중인 대학의 교지는 건축관계법령의 건폐율·용적률에 관한 규정에 따라 산출한 면적만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교원의 경우 일반대학은 교원 정원의 5분의 1 범위 안에서 겸임교원 등을 둘 수 있도록 했던 것을 3분의 1 범위 안에서 둘 수 있도록 완화했다. 수익용기본재산에 있어서는 대학의 ‘연간 학교회계 운영수익 총액’만큼에 해당하는 가액을 확보해야 하던 것을 ‘연간 학교회계 운영수익 총액 중 학생의 등록금 및 수강료 수입에 해당’하는 가액의 2.8퍼센트 이상만 확보해도 되도록 대폭 완화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규제 완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 완화로 인해 교육·연구 여건이 나빠진 사례들이 있었다. 현재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대학설립·운영규정」 역시 1996년 「대학설치기준령」을 완화하기 위해 제정했는데, 제정 이후 부실대학을 양산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다.

「대학설립·운영규정」은 완화시킨 일정한 설립 기준을 충족하면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도록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담았다. 그 당시에도 대학 자율성을 내세우며 규제를 완화하고 자율과 경쟁이라는 시장논리를 적용해 대학의 질을 향상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학설립 준칙주의’ 시행 후 설립된 대학들에서 부실대학이 많이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대학설립 준칙주의’ 시행 전 설립된 대학의 교육·연구 여건 역시 좋아지지 않았다. ‘더 부실대학, 부실대학, 덜 부실대학’으로 대학서열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다시 대폭 개정해 규제 완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원 미달을 걱정하지만 교원 1인당 학생수가 OECD 평균인 15명 정도보다 훨씬 많고, 고등교육에 대한 GDP 대비 정부 재정지원은 OECD 평균 1.0퍼센트 정도보다 낮은 0.6퍼센트 정도에 불과함은 잘 알려져 있다. ‘대학의 자율성 확대’로 포장해 교육·연구 여건의 질을 떨어뜨리고,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심화시켜 전체 대학의 생명력을 약화시키는 나쁜 규제 완화는 멈춰야 한다. 교원산출 기준 등 교육·연구의 여건을 더 강화시켜야 한다. 정부의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확대해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교육·연구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를 대학의 생명력을 향상시키는 기회로 삼는 사고 전환이 절실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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