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청소년 진로에서 대학의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대학에 진학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일까? 청소년의 진로가 매우 다양하고 진로를 결정하고 도전하는 시기와 명분도 사람 수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그런데 청소년의 진로는 명문대학을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것이 정답인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청년이 명문대학을 가는 것도 아니고 사회 구성원 전체가 명문대학 출신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사회에서는 신입사원 공채보다는 경력직을 소수로 수시 채용하는 경향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청소년의 진로 지도는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슬픈 일이다.

얼마 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된 한 제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는 육군 대위로 근무하는데 올봄에 전역하면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고자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국내의 모 대기업에 지원할 기회가 생겨 지원했는데 일사천리로 모든 관문을 통과해 최종 임원 면접까지 마쳤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의 진로는 학교나 성적으로만 단정할 수 없고 언제 어떻게 진로가 바뀌고 결정될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현재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라는 필자의 진로에 관한 생각에 수긍했다. 진로교육에 대한 필자의 생각이 롤모델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의 고등학교 성적은 일반고등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최하위권의 성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늘 운동을 좋아해서 공부보다는 축구를 많이 했고 태권도 등 여러 운동을 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당시에 자신이 갈 수 있는 인근의 전문대학 체육과에 진학했다. 그렇게 진학한 전문대학에서 한 학기를 보내면서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과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꾸준히 노력했다.

그는 육군 제3사관학교에 진학해 상담심리를 전공했다. 육군의 정훈장교로도 근무했다. 자신이 맡은 일을 잘하기 위해 공부를 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다양한 기능도 배워서 업무에 적용했다. 그 결과 상사들로부터 칭찬을 받았고 국비로 대학원에 진학하도록 추천도 받았다. 전역이 가까워지면서 국내 유수의 프로스포츠 구단과 유명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영입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원 진학과 두 대기업의 영입 제의는 자신의 꿈을 위해 거절했다. 그러다 자신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대기업의 면접까지 치른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아무 자격증 없이 경험한 것을 위주로 자기소개서를 쓰고 본사 **팀에 지원했는데 서류는 합력했고 운 좋게 인·적성 시험도 1차 실무면접도 합격해서 오늘 임원진 최종면접을 보고 나왔습니다. 사실 이것까지 준비를 잘 해서 대기업에 입사하게 된다면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귀감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연락을 늦게 드렸습니다. 어학 자격증 하나 없어도 인생에 좋은 경험들이 많다면 그것만으로도 사회는 충분히 인정해 준다는 걸 방증하는 것 같아서요. 요즘 대기업 채용 트렌드도 스펙 비중이 줄고 인성을 많이 고려하는 추세이기도 하고요. 제가 했던 군 생활 경력이 **팀에 지원할 직무 경험은 아니었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잘 어필했습니다.”

그 제자는 기업에 최종 합격해 조만간 출근할 예정이다. 본인의 말대로 그는 사회와 학교 그리고 흔히 말하는 진로·진학 전문가의 조언대로 진로를 걸어간 것은 아니다. 절대적으로 학교 성적이 부진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자신의 현재에서 스스로를 잘 돌아봤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는 가운데 새로운 능력을 키웠고 그 능력은 다른 능력을 키우고 연결됐다. 그렇게 함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었다.

청소년의 진로·진학지도 방법은 바뀌어야 한다. 인생에서 자신을 깊이 돌아보고 좋은 경험이 많다면 흔히 말하는 스펙이 없어도 사회가 인정해 준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실제 최근의 기업 채용 경향은 스펙보다 직무 적합성이다. 이는 사회에서 요구하고 기다리는 인재는 숫자보다 경험의 가치를 가진 인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숫자와 교과서에 한정된 진로·진학 지도에서 벗어나 인생의 좋은 경험을 쌓도록 해 사회활동과 진로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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