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명 시국선언 동참 … 총학생회는 지지성명서 발표

한국외대 교수들도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또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이어 총학생회는 이를 적극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 눈길을 끌었다.

한국외대 교수 60명은 10일 오전 서울캠퍼스 교수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교수들은 ‘현 시국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하의 선언문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수사방식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집회·결사 및 언론·표현의 자유 등 국민 기본권 보장 △남북관계 완화를 위한 적대적·위협적 대응 지양과 북한의 태도 변화 촉구를 위한 노력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사회·경제 정책의 즉각적인 중단 등을 요구했다.

교수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현 정부는 많은 국민들의 열망과 진정한 소망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솔하게 귀 기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교수들은 “대한민국은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 공화국”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많은 국민들의 요구와 소망에 대해 진지하고 성의 있게 답해 현 시국의 위기를 국민적 화합과 국가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키도 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 이후에는 총학생회가 지지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성명서에서 총학생회는 “한국외대 스승들께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교수님들의 시국선언이 학생들에게 든든한 후원과 투쟁의 자산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다음은 한국외대 교수들이 발표한 시국선언문 전문·참여자 명단과 총학생회 지지성명서.

<한국외대 교수 시국선언문>

현 시국에 대한 우리의 입장

2009년 6월 우리 사회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현 시국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점차 확산되고 있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 2008년 봄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다수 국민의 여망을 안고 출범하였다. 하지만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 경색일로 치닫는 남북문제,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대운하 문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방적인 희생 강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여주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은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또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과정은 비극적 결말을 초래했고 국민들에게 슬픔과 상처를 안겨 주었다.

집권 초기에 가졌던 기대와 희망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많은 국민들의 열망이 무엇이고 진정한 소망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솔하게 귀 기울어야 한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현 시국에 대한 진정한 성찰을 촉구하며 새로운 국정기조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바로 국민이 그 권력의 최종적 토대이며 정당성의 근거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많은 국민들의 요구와 소망에 대해서 진지하고 성의있게 답함으로써 현 시국의 위기를 국민적 화합과 국가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촉구한다. 

1.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방식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1. 현 정부는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1. 경색되어 가는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적대적이고 위협적인 대응을 지양하고 북한의 진지한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1. 경제살리기의 해법은 국민 다수의 설득과 동의를 얻어야 하며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사회, 경제 정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2009년 6월 10일
현 시국을 우려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들

<참여 교수 명단>
강기훈, 고영훈, 권석균, 권태형, 김남수, 김백기, 김상열, 김성복, 김세화, 김승욱, 김연규, 김영찬, 김응운, 김춘식, 김형래, 노명환, 노택선, 박상원, 박석구, 박수영, 박우수, 박재우, 박종평, 박희호, 반병률, 서경희, 성경준, 손기락, 손영훈, 신정아, 신찬수, 신형욱, 여호규, 오은영, 유기환, 유달승, 유재원(언어학과), 윤성우, 이근명, 이기상, 이상직, 이윤석, 이은영, 이장희, 이주헌, 이해윤, 이현송, 임경순, 임근동, 임영상, 장재덕, 전용갑, 정동근, 정일용, 정환승, 차태훈, 채호석, 채희락, 홍성훈, 홍원표 (이상 60명)


<총학생회 지지성명서>

외대 교수님들의 시국선언을 적극 지지합니다.

전국적인 대학 교수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미 시국선언을 발표한 교수님들이 3000여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역사학자, 작가들의 시국선언도 줄지어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봇물 터지듯 발표되고 있는 시국선언은 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대한 위기에 놓여있는지 반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6월 10일은 바로 87년 독재타도와 민주화를 부르짖었던 6월 항쟁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이처럼 뜻 깊고 현 시국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날을 맞아 우리 외대의 스승들께서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시는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미 총학생회와 각 단위 학생회는 대학생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학우들로부터도 개별 시국선언을 받아 전국의 대학생들과 함께 신문에 게재하였습니다. 또한 앞으로 스러져가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이명박 정권에 맞서 시대의 양심을 지키는 저항을 펼칠 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발표되는 외대 교수님들의 시국선언은 저희 학생들에게 든든한 후원이며 투쟁의 자산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교수님들의 시국선언에도 명시되었듯,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이같은 명명백백한 진리를 이명박 정권이 깨닫고 조속히 국정기조를 국민들의 뜻에 맞게 전환해 나갈 것을 기대합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이명박 정권에 의한 민주주의 파괴가 자행된다면 오늘 6월 10일을 시작으로 전국민적인 제2의 민주화 대항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점을, 그 항쟁에 교수님들의 응원을 받은 우리 대학생들이 가장 앞장설 것임을 밝히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우리의 스승이신 외대 교수님들의 시국선언을 환영하고 지지하며 함께 할 것을 밝힙니다.

한국외대 43대 총학생회

사진 :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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