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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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지 아직 모른다. 내가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일에 뛰어든다면 십중팔구 실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 사람들이 찾는 물건은 잘 팔릴 것이고 능력은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고등학교 진로지도는 많은 맹점을 갖고 있다. 진로지도를 하는 분들은 학생들에게 원하는 일을 하라고 너무 쉽게 말한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진로를 빨리 정해야 하며 그렇게 진로를 정해야만 한다고 강하게 말한다. 그렇게 해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유리하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은 아직 제대로 판단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 남의 말이나 언론에서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진로를 결정하려 하기도 한다.

며칠 전 온라인 그룹에서 학부모와 진로·진학 전문가 사이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학부모는 자녀가 교육대학에 진학하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대를 가기 위해서 학창 시절에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를 물었다. 전문가는 자신이 아는 대로 대답해 주었다. 필자는 그 대화 내용을 들으면서 참 답답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정말로 그 아이가 교대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했고 두 번째는 교대를 졸업한 인재를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얼마나 필요로 할 것인지를 생각해 봤는가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작년 전국 교대 졸업자 중에서 임용고시에 합격한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임용고시에 합격하면 바로 교사로 임용됐을까? 아니다. 임용고시에 합격한 비율이 50% 내외인 경우가 많았고 임용고시에 합격한 사람 중에 교사로 발령을 받은 사람도 어느 교육청의 경우 ‘0’인 곳도 있었다. 학령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면서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더구나 인공지능이 교육에 도입되면서 에듀테크를 학교 현장에 접목하기 시작하면 신규 교사들의 취업 기회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인의 딸도 유명 교대를 나왔지만 몇 년간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공무원으로 방향을 튼 사례도 있다.

그 부모가 필자에게 물었다면 필자는 교대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서 시장이 필요로 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분야를 고려해 보라고 권했을 것이다. 교대를 졸업하고 교사가 되고 싶다는 것은 그들의 희망 사항이다. 하지만 그 학생이 사회에 진출할 때 초등 교사를 필요로 하는 학교가 더 줄어들 수 있다. 사회의 수요가 적은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4년이란 시간은 낭비일 수 있다. 자신의 가치를 더 존중받을 수 있는 분야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앞으로의 사회는 무엇을 필요로 할 것인지 어떤 능력을 갖춰야 사람들의 수요를 해결해 줄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서 그에 맞는 길을 가도록 안내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이나 자녀에게 ‘네가 원하는 것을 하면 된다’라는 말은 지극히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원한다고 해서 사회가 받아들여 주는 것이 아니다. 그가 어떤 자격을 갖추었다고 해서 사회에서 생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거나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노력이나 자격보다는 차라리 그 노력을 하지 않는 편이 장래를 위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훌륭한 조언처럼 들린다. 그러나 학생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그들에게 착각을 심을 수 있다. 사회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게 하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은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한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는 속성을 간과하게 한다. 자신보다 세상이 잘못됐다고 현실을 부정하거나 외면하게 만드는 것이다.

진로에 대한 조언은 ‘이 사람이 세상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그에 맞는 경로를 찾으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머리를 맞대고 어떤 진로가 가능한지를 함께 찾아야 한다. 제대로 된 진로 교육은 학생의 개인의 이기적인 내적 욕구가 아니라 시장이라는 외적 욕구에 기초해 이뤄져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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