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촉발된 디지털 교육 혁명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10년 걸려도 안 될 일을 1년 만에 해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IoT 등의 기술로 무장한 에듀테크(Edutech)가 다양한 교육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른바 에듀테크 도입으로 개인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지고, 지능 정보기술을 통한 직간접 경험으로 교육효과 극대화(가상현실, VR·AR)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로봇, 빅데이터, AI 등을 적용해 인간의 지적·신체 능력을 지능 정보기술로 대체하는 로봇화와 성적에 따라 수준에 맞는 맞춤형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적응학습(Adaptive Learning)도 시도되고 있다. 에듀테크가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지역과 시간의 제약성이 탈피되고, 교육의 평등성과 효율성도 높아지고 있다.

에듀테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교육의 주체인 교사의 역할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에듀테크는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고, 학습 결과를 분석하며, 개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도구다. 교사의 지도와 지원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다. 에듀테크가 교사 역할을 보조하고 보완할 수는 있지만, 교사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에듀테크 시대에도 교사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지난 3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Bett UK 2023(British Educational Training and Technology)’에서도 같은 맥락의 주장이 나왔다. ‘기술보다 교사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영국의 키건(Gillian Keegan) 교육부 장관은 “Technology(기술)는 Tool(도구)일 뿐”이라며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혁신가는 교사·학생 등 교육종사자가 될 것”이라고 교사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교사의 역할 변화, 디지털 기반(인프라) 구축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학교 현장에 영어, 수학, 정보 3개 과목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고, 디지털 수업 혁신 교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한다는 내용이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확대하고 T.O.U.C.H 교사단으로 불리는 디지털 수업 혁신 선도 교사를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의 주체로 양성하고 그 규모도 2023년 400명에서 2025년 1500명까지 확대해 운영하기로 했다. 향후 이들이 중심이 돼 동료 연수를 통해 다른 교원들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 한다.

교육혁신 방안에 따르면 이들은 지식을 전달하는 당사자인 동시에 학생들의 멘토이자 코치로서 개인별 수준과 성향에 맞는 학습을 디자인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당일 선포식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모든 교사가 에듀테크를 활용해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을 실현하는 것”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디지털 교육에 대한 활용도가 낮고 인프라가 열악한 대학에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디지털 전환 시대, 첨단기술을 활용한 교육혁신은 초·중등뿐 아니라 고등에서도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교육학적 배경을 갖추지 못한 채 교수로 임용된 경우가 많은 대학의 경우 디지털 연수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차제에 교수를 위한 디지털 교육 연수 기회가 더욱 많이 제공되길 바란다.

디지털 교육 인프라 면에서도 대학이 초·중등에 비해 나을 게 없다. 혁신방안에는 ‘디지털 수업에 적합한 디바이스 구비’ ‘학습데이터의 실시간 전송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무선망 환경’도 꼼꼼히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금 대학은 디지털 혁신 교육을 원활하게 시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실정에 있다. 데이터를 무리 없이 전송할 교육망 증설이 필요하고, 데이터 보안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노후화 기기 교체문제도 있다.

대학 현장에 가면 ‘중등보다 못한 고등 실험실’이란 농담이 있다. 학생들이 대학에 오면 고등학교보다도 못한 시설에 깜짝 놀란다는 말이다. 정부가 초중등 디지털 교육에 들이는 공만큼 고등, 평생 분야에서의 디지털 전환 교육에도 신경 쓰기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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