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현 계원예대 산학협력교육센터장

천상현 계원예대 산학협력교육센터장
천상현 계원예대 산학협력교육센터장

AI와 챗GPT에 대한 이야기들이 요즘 교육계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각종 소셜미디어와 여러 매체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챗GPT에 대한 우려와 동시에 환호의 목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어느새 챗GPT는 우리 일상에 가까이 와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오픈AI에서 출시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서비스 챗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출시된 지 5일 만에 사용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챗GPT로 코딩과 작사 작곡, 소설 창작도 가능하고 여행가이드, 음악추천 등 새로운 디지털 세상이 열리고 있으며,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챗GPT와 함께 지난해 7월 달리(DALL-E), 노벨AI(NovelAI),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미드저니(Midjourney) 등 AI 이미지 생성기가 등장하면서 폭발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영어권에서는 AI를 통해 생성한 작품을 AI예술, AI아트라고 부르지만 한국인들에게는 AI 그림으로 더 친숙하게 불리고 있다. 최근 몇 개월 만에 수많은 이미지가 웹사이트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예술대학에서 가장 민감한 관심사로 떠올랐는데, AI로 만들어낸 결과물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며 이를 개인 창작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관해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대학 내에서는 현재까지는 보수적인 자세로 작금의 현상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큰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인간의 감성이 담긴 창작 능력과 완성도를 AI가 따라올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AI 그림의 결과물을 보면, 그 완성도를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그저 방관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상태까지 와 버렸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함으로써 좋은 창작물을 얻어낼 수 있다면, 이를 또 하나의 훌륭한 교육 방식으로 개발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창작력을 발휘하도록 다양한 교육 활동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지난 4월 계원예대 1학기 필자의 교과목을 수강하는 16개 예술·디자인학과의 신입생·재학생 대상으로, ‘예술대학에서의 AI 그림에 대한 재학생 의식 조사’를 실시했다. AI 창작물 및 저작권에 대한 재학생들의 의식 조사를 통해 예술(전공) 교육의 새로운 정책과 방향성을 제안하고자 했다. AI 그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의 질문에는 90.3%가 대부분은 듣고 알고 있으며, AI 그림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77.4%가 사용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예술대학 학생으로서 AI 그림을 타전공 학생에 비해 빠르게 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AI 그림을 사용해 본 사이트에 대해서는 달리(DALL-E)가 32.3%로 가장 높았으며 △노벨AI(NoveAI) △웹 UI(Web UI)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 순으로 응답을 했다. 웹사이트를 통한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쉽게 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I 그림을 사용하는 이유를 보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호기심이 32.3%였으며, 나만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것으로 29%가 창작 활동에 활용한다고 답했다. 12.9%는 과제 또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AI 그림에 대한 예술적 가치에 관한 질문에는 22.6%가 예술적 가치가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했으며, 그 이유로는 ‘모방도 하나의 창작물이 될 수 있다’,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기 위한 것이기에 예술의 주체가 인간이든 AI든 상관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반면 AI 그림은 누군가의 그림들을 짜깁기한 학습의 결과물이라 예술적 가치가 없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35.5%가 아직은 중립적으로 보고 싶다는 의견도 높았다.

AI 그림에 대한 창작성을 부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48.4%가 아니라고 답변했다. 그 이유로는 AI 그림은 영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패턴으로부터 나오는 기술이기 때문에 창작성보다는 알고리즘의 문제라는 심도있는 의견과, 인간도 무언가를 관찰하고 모방한 것의 산물이라 AI의 딥러닝을 통한 창작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창작성을 인정하는 의견도 있었다.

예술대학생으로 AI 그림을 활용하여 과제나 작품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51.6%가 문제가 있다고 동감했다. 또한 AI 그림을 활용한 수업 과제나 작품을 제출할 때 해당 교수의 판단에 따라 창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48.4%가 아니라고 했으나 22.6%는 해당 교수의 판단에 따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답변했다. AI 그림에 대해 작가의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61.8%가 주장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AI가 학습한 알고리즘이고, 작가가 직접 작업한 그림(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AI 그림을 활용해 얻은 이미지는 저작권 저촉이 안 되느냐는 질문에는 64.6%가 저촉된다고 응답했다.

종합적으로 작가의 저작권을 주장할 수는 없으며 그림의 학습에 의한 결과물이기에 저작권의 저촉이 된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AI 그림을 활용한 예술(전공) 교육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는 48.4%가 어느 정도 창작성을 참고할 수 있어 교육적인 측면에서 도움된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AI 그림을 활용하면 전통적인 미술(디자인) 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67.8%가 대체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대학생들의 의견은 대체로 예술적 가치로서의 창작물로는 어느 정도 인정은 하나, 창작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AI 그림의 활용한 과제나 작품에 대해서는 창작물로 인정받을 수 없지만 예술(전공) 교육적인 면에서는 AI 그림 활용을 통한 창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외국대학 일부에서는 AI 그림을 예술작품으로 인정하고, AI를 활용한 창작물도 포트폴리오에 포함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대학의 작품 출품·저작권에 관한 규정들이 만들어지는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 예술대학들이 AI를 활용한 창작물에 관한 규정들이 검토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창작자, 입문자들의 경우 AI 그림을 활용한 예술적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인공지능기술이 발전되면서 대학에서 예술·디자인을 가르치는 교육자와 배우는 학습자의 관점에서 AI 그림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루 빨리 이러한 흐름에 대학이 대처할 필요가 있다. 사회로 진출하는 예술학도들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와 인식, 사회적 영향, 그리고 AI 그림을 예술작품으로 인정할 것인가 대한 부분도 산업체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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