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교무입학처장협의회, 27일부터 이틀간 부산에서 상반기 연수회 개최
올해 전문대학 신입생 충원율 추이 분석, 교원 구조조정 진행 유의점 공유
“학령인구 급감, 입시절벽 현실화…성인학습자 등 교육 추가수요 발굴해야”
“안정적 대학 구조조정…‘교원 전환배치 검토’와 ‘적법한 절차’ 거치는 게 관건”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는 2023년 상반기 연수회를 27일부터 이틀간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었다. (사진=우지수 기자)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는 2023년 상반기 연수회를 27일부터 이틀간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었다. (사진=우지수 기자)

[부산=한국대학신문 우지수 기자] 전문대 입시에 켜진 적신호가 지속되면서 신입생 충원율 회복을 위해 대학 모집정원을 더 감축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대학 구조조정·개선을 진행할 때 적법한 절차와 함께 구조조정 대상 교원이 다른 전공에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검토해야 한다는 법적 조언도 이어졌다. 한편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발돋움하는 전문대가 줄어드는 입학자원 외에 성인학습자 등 추가적인 교육 수요를 창출해낸다면 다가오는 위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적 전망도 나왔다.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회장 김대경, 동의과학대 교무처장)는 28일부터 이틀간 전국 133개 전문대학 교무·입학처장을 대상으로 부산 롯데호텔에서 ‘2023년 교무·입학처장협의회 상반기 연수회’를 개최했다.

이날 연수에는 전국 전문대에서 교무처, 입학처 업무를 총괄하는 처장과 팀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교육부를 비롯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 한국전문대학교무학사관리자협의회, 한국전문대학입학관리자협의회 등 관련 기관 담당자들도 행사를 찾았다.

이번 행사는 입학자원 감소에 따른 전문대 신입생 충원의 어려움 타개, 대학 교원 구조조정 시 주의해야 할 사항, 정부 고등직업교육 정책의 현황·전망, 바뀌는 대학 평가체제 유의사항과 전문기술석사과정, 전공심화과정 등 각종 전문대 교육과정의 발전 방향에 대해 모색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연수는 이보형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이 ‘전문대학 관련 주요 현안 과제’를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어 △황성국 교육부 고등직업교육정책과 사무관의 ‘전문대학 고등직업교육정책 주요사항’ △최준영 한국고등직업교육평가원장의 ‘재정지원 평가체제 개편에 따른 기관평가 인증제의 방향’ △김현희 신성대 입학홍보처장의 ‘2023 전국 전문대 입시 결과 분석’ △김진배 연성대 부총장의 ‘전문대 Co-op 운영’ △이보경 교양기초교육원장의 ‘전문대 기초교양교육의 정체성과 방향’ △김한길 한국영상대 마이스터교육원장의 ‘마이스터대 도입 운영 사례’ △허남숙 전공심화분과위원장의 ‘전공심화과정 도입 및 운영 사례’ △홍미정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의 ‘대학구조조정 관련 사례’ 강연으로 이뤄졌다.

김영도 동의과학대 총장은 격려사에서 “최근 전문대의 생존 방향에 대한 고민이 크다.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과거 행정부처를 지방으로 분산했듯 앞으로는 기업의 생산공장, 부설 산업체를 지방에 고르게 분배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공급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교원들의 임금을 현실화하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성과 재정자립이 이뤄져야 하고 결국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전문대학이 안고 있는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논의가 이번 행사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성희 전문대교협 회장(대구보건대 총장)은 “입학자원이 감소하면서 전문대가 정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교육 수요자가 관심을 가지는 유망 신기술 분야의 다양한 교육과정,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서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 수요를 창출해낼 능력이 충분하다. 힘을 모아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23년도 전문대 입시, 감축인원에 비해 아쉬운 등록률…지표 분석해 다음해 입시 대비해야 = 김현희 신성대 입학처장은 2023학년도 전문대 입시 결과를 수치로 분석해 발표하며 참석자들에게 전문대 입시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했다. 김현희 처장은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해 입시를 전문대가 힘을 합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에 따르면 2년간 전문대학 입학생 등록률은 2%포인트에서 2.5%포인트씩 상승하고 있지만 이는 전문대들이 감행한 정원 감축 규모에 비하면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결과다. 전국 전문대는 2년간 약 1만 6000명을 감축했지만 모집한 입학자원이 줄인 정원에 여전히 미치지 못했다. 김현희 처장은 “신입생 모집 지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원을 감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 전문대의 올해 신입생 등록률 분포를 보면 100%를 달성한 학교가 전체의 25%, 100% 미만 95% 이상 충원한 학교가 15%, 95% 미만 90% 이상이 18%로 나타났다. 권역별로는 수도권에선 경기권이 84.7%로 비교적 낮은 등록률을 기록했다. 지방 권역 중 등록률이 눈에 띄게 상승한 충남 권역은 지난해보다 등록률이 14.3%포인트 올라 모집 상황이 나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입학정원 감축 규모가 컸던 것으로 밝혀졌다.

입학 추이는 계열별로도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인문사회계열과 공학계열에서 특히 많은 인원을 줄였다. 두 계열은 2년 전 정원 4만 3000여 명에서 20%가량 줄여 올해 3만 5000여 명을 모집했지만, 전체 계열 중 여전히 가장 저조한 등록률을 기록했다. 자연과학 계열이 90.8%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고 뒤이어 예체능계열이 90.3%로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예체능계열은 유일하게 등록 인원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현희 처장은 2024년도 입시 전망에서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출생자가 기록된 2005년생이 입학하는 다음 해에는 9만 명에서 11만 명까지 모집정원에 미달할 수 있어 지금까지 체감하지 못한 어려움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후 입학자원이 소폭 증가하고 그 수치를 한동안 유지할 것으로 보여 다가오는 입시를 잘 견뎌내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최근 전문대에서 성인학습자 모집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입학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2025년부터 입학자원이 유지되는 기간에 더 필사적으로 창출해내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올해 신입생 충원율이 90% 이상으로 집계된 대학이 10개 대학 중 6개 대학이지만 이는 인원 감축을 감행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앞으로 모집정원 감축 인원 규모를 늘려야 할 수 있으니 대비한 계획을 짜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 안정적인 대학 구조조정…적법한 절차와 교원 전환배치 검토 필수 = 입학자원 현실에 대응해 모집정원을 조절할 때 뒤따르는 교원 구조조정 문제 역시 교무처장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홍미정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대학 구조조정 시 발생한 법 공방 판례를 소개하며 안전하고 공정한 구조조정 진행 방법을 설명했다. 홍미정 변호사는 구조조정에서 가장 크게 고려할 사항으로 ‘교원의 전환배치 가능성 검토’와 ‘적법한 절차’를 제시했다.

교원의 전환배치 가능성 검토는 학급이나 학과의 개편, 폐지로 교원의 구조조정을 할 때 구조조정 대상인 교원이 교내 다른 전공이나 교양에서 역량을 발휘해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절차다. 구조조정이 예정된 교원에게 직접 새로운 학과를 제안하게 하거나 배정받기 원하는 학과·전공을 본인이 직접 선택하게 해 학교에서 이를 검토해야 공정한 구조조정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구조조정을 결정하고 그 기준을 만들었다면 시행 전에 미리 해당 교원들에게 이를 공지하고 구조조정에 대해 인식하게 해야 조정 진행상 잡음을 줄일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홍미정 변호사는 “신입생 충원율에 따른 학과 개편처럼 전통적 방식의 구조조정 외에도 대학 특성화를 위한 구조조정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제삼자가 판단하기에도 적법하고 공정한 구조조정을 수행해 대학 위기 속 타개책을 모색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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