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호 총장, 4년 첫 임기 마치고 제15대 총장 연임…2027년까지 역할
4년간 정부 재정지원사업 성과, 대학 구성원 단합 이끌며 리더십 증명
전문대 최초로 시작한 ‘파란사다리사업’, 총 278명 학생 해외 교육 수료
“혼자 힘만으론 대학 난관 극복 어렵다…대학 구성원 역량·의지 믿을 것”

박승호 계명문화대 총장은 총장실에 학생들의 학습·취업 지표, 사업 성과, 목표 성취도 등 대학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황판을 마련해뒀다.  (사진=한명섭 기자)
박승호 계명문화대 총장이 총장실에 설치한 상황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총장은 총장실에서 학생들의 학습·취업 지표, 사업 성과, 목표 성취도 등 대학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우지수 기자] 국내 교양교육, 교수학습의 최고 전문가인 박승호 계명문화대 총장이 4년간 임기를 무사히 마쳤다. 박승호 총장은 그간 성과와 리더십을 인정받아 지난 3월 계명문화대 제15대 총장으로 다시 지목됐다. 이로써 그는 전문대학가에서는 보기 드문 8년 연임 총장이 됐다.

박 총장은 계명문화대 총장으로 처음 부임한 지난 2019년에 본지와 인터뷰에서 “‘잘 가르치고(Teaching), 잘 배우는(Learning)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하겠다. ‘교양 있는 직업인’, 계명문화대라는 교명에 걸맞은 교육을 지향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박 총장의 이 같은 다짐처럼 계명문화대의 지난 4년의 발자취는 교육계에서 주목받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5일 박 총장을 만나 계명문화대의 다음 4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기술의 발전, 지방대학의 역할 재조명으로 고등직업교육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는 “대학의 본질은 언제나 ‘잘 가르치고 잘 배우는 대학’이라며 계명문화대를 미래 사회에 적응하는 직업교육기관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2019년부터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다시 4년간 계명문화대를 이끌게 됐다. 그간 어떤 성과가 있었나.
“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여러 재정지원사업에서 거둔 성과들이다.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3단계 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3.0사업)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사업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사업 △우즈베키스탄·볼리비아와의 국제협력 사업 △국제 청소년교류 지원사업 △파란사다리사업 △K-Move스쿨 사업 △신사업창업사관학교사업 등 굵직한 국고 사업에 잇달아 선정되는 우수한 성과를 거두며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는 글로컬 직업교육 선도대학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이제는 외부 환경만을 탓할 수 없다. 여전히 대학혁신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계명문화대가 지난 60년간의 발전 성과와 축적된 역량을 기반으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먼저 교육 차원의 디지털 전환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할 것이다. 전문대가 어려움 속에 있더라도 고등직업교육 기관으로서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4년 동안 계명문화대의 인재상과 핵심역량을 정립했다면 앞으로 4년은 정립한 인재상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미래지향적인 교육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다시 한번 미래 사회의 ‘잘 가르치고 잘 배우는 대학’으로 재도약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원격강의 시스템을 겪으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교육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학습자가 유연하게 수업 전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하이플렉스(Hyflex) 학습에도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니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교육과정 운영과 교수학습법의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교수자·학습자의 세밀한 부분도 챙기는 계명문화대의 교육 방법론에 첨단기술을 접목하는 ‘HTHT(High Touch High Tech)’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생각이다.”

박승호 총장.
박승호 총장.

- 전문대학의 국제 역량이 점차 강조되는 분위기다. 계명문화대의 국내외 유학 정책은 어떤지.
“계명문화대는 국제 청소년 리더 교류 지원사업, 파란사다리사업, K-Move스쿨 사업, 한국국제협력단(KOICA, 코이카) 시민사회협력사업 등으로 대학의 글로컬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해 오며 국제 역량을 탄탄히 갖췄다. 특히 계명문화대는 파란사다리 사업을 전문대에선 가장 먼저 시행해 큰 성과를 냈다. 파란사다리 사업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그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난 인재로 거듭날 수 있게 돕는 사업이다. 지난 5년 동안 218명의 학생과 올해 60명을 합해 총 278명의 학생이 이 사업을 통해 해외연수에 참여했다. 해외를 다녀온 이들이 수기 공모전에서 교육부 장관상을 받는 등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해외에서 문화산업 분야를 더욱 특화하고 지자체·산업체·국내외 기관의 중심이 되는 글로컬 대학으로 향할 것이다. 이 계획의 시작으로 지난 1월 영국 런던에 제1호 계명컬처센터를 설립했고 이를 거점 삼아 한국 문화중심 교육을 해외에서도 진행하려 한다. 재학생들의 해외 진출과 우수 외국인 유학생 유입을 확대할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계명컬처센터를 다양한 국가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교류 확대는 물론이고 우리 대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전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안정적인 재정 확보는 모든 대학의 고민인데, 이를 위해 계명문화대는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나.
“전국적으로 전문대 입시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다. 이 시기에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등록금 수입 확보와 각종 재정지원사업의 유치가 가장 중요하다. 안정적인 등록금 수입 확보를 위해 학습수요자 중심의 과감한 학과 구조 개편을 통한 입시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선행학습인정제(RPL ; Recognition of Prior Learning)의 확대와 같은 학습자 중심, 데이터 기반의 학사제도 혁신으로 MZ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입시·홍보 정책 수립과 유학생 정주 환경 개선 등을 포함한 적극적 행정을 감행하려 한다.

특히 RPL 제도는 전문대학가에서 더 관심을 두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RPL은 예를 들어 경력단절 여성이 언젠가 더 공부하고 싶을 때 과거에 수강했던 대학의 학점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1년 정도의 짧은 교육과정으로 학위를 인정할 수 있게 된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에서는 보편적인 제도다. 국내에서도 평생교육이 중요해지는 시점에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정부 재정지원사업 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새롭게 시작되는 ‘지역 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시범 사업 참여, HiVE 사업 같은 지자체 연계 재정지원사업을 확대하고 학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계열·학과 단위의 맞춤형 재정지원사업 참여를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 지자체와 대학이 상생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계명문화대는 지자체와 어떻게 연계하고 있나.
“학교가 위치한 대구 달서구와 지난해 컨소시엄을 통해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사업에 선정됐다. ‘생(生)·동(動)·감(感) 넘치는 도시 창출, 글로컬 고등직업교육 선도대학’을 HiVE 사업 비전으로 설정하고 ‘활기차고 따뜻한 달서구 정주 청년 인재 양성, 지역밀착형 고등직업교육 거점화’를 목표로 삼아 사업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

특히 성공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계명문화대와 달서구는 △지역 맞춤형 반영 특화 분야 교육 집중화 △전생애 역량개발 평생 직업교육 활성화 △지속 가능한 협력, 연계, 공유거버넌스 체제 구축을 핵심 추진 전략으로 내세웠다. 지역 특화 분야 인력 양성은 물론이고 지역 연계 평생 직업교육 추진, 지역사회 공헌을 위한 사업 운영으로 전문대학 ‘교육-취업-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창출해 나갈 방침이다.

또 대구광역시와도 협약을 통해 지역 청년, 사회적 경제 기업에 창업교육과 마케팅 지원으로 지역 우수 콘텐츠 상품을 브랜드화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대구어린이세상(구 대구어린이회관), 달서구청소년수련관, 달성군 육아종합지원센터 운영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지자체와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가에서 이슈인 RISE, 글로컬 대학 사업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지자체와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대학혁신은 물론이고 우수인력 양성과 정주 인력 확대 등 지자체와 대학이 상생할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하겠다.”

- 명실상부 국내 최고 교수학습법 전문가다. 전문대 교원 현실에는 어떤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일본에서 성공적인 직업교육기관으로 평가받는 지케이학원(JIKEI학원) 그룹 사례를 보면 이들이 운영하는 대학에선 현장 전문인력을 교육자로 굉장히 잘 기용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 기업과의 관계도 끈끈히 유지하고 있다. 교육과정 변화에 따라 필요한 능력을 지닌 교원들을 유연하게 채용하고 뛰어난 직업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또 경기도 소재의 한 전문대에서는 기업에서 오래 근무하고 은퇴한 그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교수로 채용하고 학생들에게 양질의 직업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산업 동향이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대학은 앞선 사례들처럼 상황에 맞는 좋은 교육자들을 적재적소에 뽑아 배치할 수 있게 학제 개혁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교단에 서 있는 교수 역시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게 언제나 공부하고 교수법을 연구해야만 교육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취임 후 자기주도학습 강화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혁신원을 설립하는 등 대학 책무인 학생 교육에 대학의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2020년 12월에 ‘2020년 우수 교수학습지원센터’로 선정돼 명실상부한 ‘잘 배우고 잘 가르치는 대학’임을 입증했다. 앞으로도 학제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낼 것이고 교원들의 교수법 발전도 지원해 계명문화대가 언제나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남을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박승호 총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편집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박승호 총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편집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앞서 언급한 파란사다리사업은 4년 전 계명문화대에 취임하면서 야심차게 도전한 프로그램인데, 성과는 어땠나.
“성공적인 도입이었다. 파란사다리사업을 2019년에 부임하면서 전국 전문대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선정됐는데 성과를 잘 이어왔는지 올해까지 5년 연속으로 선정됐다. 파란사다리사업은 균등한 교육 기회 보장을 위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대학생들에게 해외연수 경험을 통해 진로 탐색의 길을 열어주고자 마련된 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해외 교육을 수료한 학생들이 하나같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도전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2022년 파란사다리사업에 참여한 유아교육과 학생 이송아 씨는 글로벌 역량 강화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간호학과 학생 김성수 씨도 파란사다리 체험수기공모전에서 최우수상(한국장학재단 이사장상)을 받아 계명문화대 파란사다리사업의 성과를 증명했다.

선발기준도 기존의 해외연수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설정했다. 학점이나 어학 등 성적이 아닌 자기 계발과 미래에 대한 열정과 잠재력을 중심으로 설정해 학생들의 참여 폭을 넓혔다. 선발된 학생들은 국내에서 진로검사, 역량강화 워크숍, 언어교육, 안전·에티켓 교육 등을 이수하고 여름방학에 4주간 해외 현지 대학에서 어학연수, 팀별 프로젝트 수행, 문화 체험, 기업탐방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돌아온다. 해외취업 기회도 얻을 수 있으니 학생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것 같다.

인성과 실무역량이 융합된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대학의 비전에 걸맞도록 국제화 역량을 더 강화할 것이다. 파란사다리사업을 운영하면서 열정과 잠재력이 뛰어난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일부 학생들에게 체재비 등도 교비로 지원하면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대학가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학교 구성원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전문대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험난한 터널 안에 있다. 그리고 이 난관을 잘 통과해야만 한다는 것을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스어로 ‘아포리아(Aporia)’는 ‘통로가 없는 것’, ‘길이 막힌 것’ 즉 ‘난제(難題)’를 의미한다. 전후좌우를 둘러봐도 시원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니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모색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대학을 이끌어 갈 것이다. 나 혼자의 힘으로는 아포리아에서 탈출구를 찾을 수 없다. 대학 구성원의 역량과 의지를 믿고 힘을 합쳐 눈앞에 있는 난관을 함께 극복해 갈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될 것이다.”

■박승호 총장은…
계명대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에서 심리학과 석사를, 미국 미시간대에서 교육심리학 박사를 취득했다. 1995년 서울여대 교육심리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학생생활연구소장, 입학관리실장, 교수학습연구원장, 교무처장, 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2002년 미국 컬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 교환교수로 생활했고 한국교육심리학회 회장, 대학교육개발센터(CTL)협의회 회장, 교육부 ‘고등교육비전 2030’ 위원, 대학교육선진화(ACE)사업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 계명문화대 제14대 총장으로 취임, 지난 3월 제15대 총장으로 연임됐다.

<대담=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우지수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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