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인희 본지 논설위원·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2008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주관으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조사한 결과, 인재가 갖추어야 할 자질로 첫째 도전정신과 성취의식, 둘째 도덕성과 올바른 가치관, 셋째 협동성과 조직 적응력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창의력과 전문지식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반면 대학 졸업생들의 부족한 자질로는 첫째 팀워크 능력, 둘째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거나 구체화하는 능력, 셋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지목됐다. 전공 지식과 외국어 능력이 뒤를 이었다.
최근 대학가 풍속도 가운데 ‘팀플(팀 프로젝트의 약자)’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청년실업을 향한 불안의식이 고조되고, 한편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은 일면 아이러니란 생각이 든다.

실제로 직접 만나본 학생들 고백에 따르면, 예전엔 동료 및 선후배들과 함께 하는 팀 과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자신의 시간을 조정하곤 했는데, 요즘은 개인 과제 먼저 챙기고 나중에 팀 과제를 위한 시간을 할당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한다.

예나 지금이나 무임승차하는 족속들이 있어 팀 과제의 의미를 희석시키곤 했지만, 요즘은 처음부터 역할분업을 할 때 “나는 PPT!”라고 선언한다는 것이다. 다른 멤버들이 도서관에 가거나 검색을 통해 다양한 자료를 찾아 과제를 완성하고 나면, 자신은 발표 자료를 만들겠다는 의사표명이라 한다. 함께 고생하긴 싫고 그렇다고 완전히 무임승차하기엔 낯간지러워 그리 한다는 것이다. 그 후 팀플은 대개 ‘밤 11시 네이트 온’에 접속해 이루어지는 것이 관행이라고도 한다.

팀워크를 요구하는 조직이 비단 기업뿐이겠는가만, 정작 낯선 사람들과 더불어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해가는 기본기로서의 팀워크를 기피하는 세대의 출현은 어린 시절부터 홀로 자란 ‘독방 세대’의 비애이자, 과도한 개인주의화의 세례로 인한 희생자란 생각이 든다.

근래 대학생들은 수천 명이 한 자리에 모여도 그다지 소란스럽지 않다. 모두들 가정교육을 잘 받아 예의바르기 때문이라면 얼마나 좋으련만 내막은 그렇지가 않다. 저마다 이어폰을 꽂은 채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거나,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면 게임을 하거나, 홀로 DMB를 통해 즐겨보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느라 바로 옆에 앉은 친구와도 함께 나눌 이야기가 없는 것이 현실에 가까운 모습이다.

미국계 기업 시스코에선 ‘나 홀로 볼링 치는(Bawling Alone)’ 신세대가 조직에 들어오는 순간 이들이 시스코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수직 수평의 관계망을 직접 맺어주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한다. 이들 관계 맺기 프로그램을 실시한 이후 신입사원의 조직 만족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직율은 눈에 띄게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후문이다.

조직의 규모를 떠나 조직의 성패는 팀워크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개인 기’에 능한 주자들만을 양산하고 있는 상황은 일단 경계해야 할 것 같다. 물론 개인의 몸값 올리기를 조직 헌신보다 중시하는 세대를 향해 “조직을 위해 뼈를 묻으라”든가 “조직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라”고 강요할 순 없을 것이나, 양보와 희생, 이타주의와 타인에 대한 배려를 경험하면서 성숙해갈 수 있는 팀워크의 미덕을 지레 포기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교육 현장에서 대학생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가 강조되면서, 학점의 중요성을 십분 인정해 ‘재수강 제도’의 뒤를 이어 ‘학점 포기제’까지 등장한 상황이고 보니, 어디서 강의실 본래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어떻게 교수 본연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는지 현재로선 암담한 것이 사실이다.

이젠 대학이 길러내야 하는 인재상과 사회가 요구하는 인력 사이에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야할 때가 온 것 같다. 팀워크 능력이 필히 요구되는 기본 자질이라면 대학의 다양한 커리큘럼 속에서 팀워크를 주제로 ‘예기 사회화’를 실천해야 할 것이며, 기업 또한 당장 활용 가능한 스킬 못지않게 풍부한 잠재력을 보유한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일이다. 대학생 스스로의 자정 능력이 더해져 대학가에 팀워크를 중시하는 문화가 널리 확산되길 소망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