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영 지음 《나 좋자고 하는 일인데요》

[한국대학신문 정혜정 기자] 코로나19라는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면 따사로운 햇빛을 맞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잔인하고 지독했다. 언젠가는 활짝 필 것이라 믿으며 소중하게 품었던 일과 직업에 대한 꿈은 차디찬 현실 앞에서 맥없이 고꾸라질 것만 같다. 겨우겨우 일으켜 세우더라도, 자신이 뿌리 내린 곳이 꿈꾸던 곳이라는 보장도 없다. 직장인 4명 중 1명만이 자신이 다니는 직장에 만족한다는 어느 설문 조사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쯤에서 질문 하나를 던지게 된다. ‘3명이 불행할 때, 만족하고 있는 1명은 과연 누구일까?’

이 책은 불온한 시대에 자족하며 사는 그 1명을 찾아 나선 탐방기이자 집요한 취재기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나는 어떤 믿음에 균열이 가는 것 같았다. 가장 만족스럽게 회사 생활을 하는 영혼들은 오히려 회사에 가장 충성하지 않는, ‘나 좋자고 사는’ 사람들이었다.”(9쪽)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AI 사업개발자로 일하는 ‘김자현’은 자신의 꿈을 위해 회사를 활용하며, 회사와 자신이 대등해야 건강한 관계가 형성된다고 믿었다. 네이버에서 엔터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는 ‘이가은’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직업을 세 번이나 바꿨다. 컬리(마켓컬리)에서 검색/추천 서비스 개발자로 일하는 ‘정보현’은 타전공생으로서 IT 업계를 둘러싼 거대한 장벽을 허무는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을 꿈꿨다. 이들 외에도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콘텐츠 매니저 ‘송수아’, 우아한형제들 프로덕트 매니저 ‘권자경’, PRIZM 음악 콘텐츠 기획자 ‘조혜림’ 전)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MD ‘김미리’의 내 일을 찾아 나가는 뿌듯한 여정이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가장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회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회사를 종착역이 아닌 환승역으로 대하며 꿈을 품고 전진하는 사람들이었다. 회사의 크고 작음도, 월급의 많고 적음도, 워라밸도 ‘좋아하는 일’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비슷한 지점에서 출발한 이들이 우리보다 반 발자국 더 앞서 있는 이유다. 늘 똑같은 고민과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변화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들의 반 발자국에 주목하자.(뜨인돌/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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