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준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사업발전협의회 회장(오산대 부총장)

노재준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사업발전협의회 회장(오산대 부총장)
노재준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사업발전협의회 회장(오산대 부총장)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 한국사회는 축소사회를 지나 소멸사회로 가고 있다. 낮은 출산율과 인구의 고령화의 속도는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심해지는데 경북, 전남의 일부 지역은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어가고 있어 초고령사회가 되고 있다. 

지방의 인구감소는 단순히 인구 재생산의 문제만이 아니라 교육, 문화, 일자리 등의 사회 인프라에 대한 부족을 유발한다. 이용객 감소로 인한 시내버스 노선 감소, 문화시설, 소아과 등의 필수 의료시설의 부족을 일으키고 지방이 더 이상 ‘살기 좋은 곳’이 아니게 됐다. 지방은 서서히 소멸하고 있으며, 생존을 위한 정책과 방안이 시급하다.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지역의 미래가 좁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일자리를 찾아 이동한 사람들은 그 지역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거나, 결혼을 포기하고 살아가고 있어 그들이 살던 지역에는 더 이상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다. 이러한 추세라면 몇 년 후 지역은 더욱더 살기 어려운 곳이 될 뿐더러, 일자리가 없을 것이고, 떠난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 곳이 될 것이 자명하다.

전문대학에 재직하면서 매년 들어오는 신입생의 출신지역 분포를 보면, 대학과 달리 대다수의 학생이 인근 지역의 고등학교를 졸업할 것을 볼 수 있다. 인근 지역의 초등학교를 나와서, 중·고등학교를 거쳐 지역의 전문대학을 와서 기술과 학문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청년들은 졸업과 취업의 시점이 되면 다수가 지역이 아닌 서울과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지역을 떠나는 다수의 청년들의 이동 사유를 물어보면 일자리를 찾아간다고 대답한다. 지역에 적절한 일자리와 내 전공을 살릴 일자리가 없다고 답변한다. 

만약 지역이 전문대학 졸업자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만 있다면, 이러한 청년들이 내가 살아온 지역에서 일할 수 있다면, 지역사회를 떠나지 않고 지역사회의 중심 인력으로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사업(이하 ‘HiVE사업’)은 이러한 관점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특히 인근 지역 출신이 많은 전문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지역 산업체가 함께 적절한 일자리를 만들고, 그 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하여 안정적이고 괜찮은 일자리, 살고 좋은 곳으로의 지역을 만드는 사업이다. 그 동안 대학과 산업체, 지자체가 각각으로 해오던 지역 활성화 노력을 통합하고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지역의 특화산업을 성장시키고, 우리 지역의 청년들이 우리 지역에 정착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2022년 출발한 HiVE사업은 지역을 살리기 위한 애타는 노력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1년의 HiVE사업은 쉽지 않았다. 5개 권역에서 6대 컨소시엄별 총 30개 컨소시엄이 지역발전을 위해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대학은 교육을, 산업체는 일자리를, 지자체는 정착을 위한 정책을 제공한다는 방향만 있었지 각각의 역할을 엮고 시너지를 낸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역산업체가 만족할 만한 급여를 보장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지자체가 특화학과 학생들에게만 재정적 지원을 주는 것도 역차별의 문제로 논란이 됐다. 대학은 특화학과 학생들에게 취업보장처럼 가시적인 결과를 제시하기 어려웠다. 사실 HiVE사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품어온 일자리와 거주문제를 축소한 것이므로 한번에 해결되기는 어려운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있다. 대학과 지자체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으며, 지역산업체의 육성을 위해 지자체, 대학, 산업체가 함께 값진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화분야 학생에 대한 입학부터 졸업후까지 관리를 계획하고, 특화분야에 대해 졸업후 과정, 지역민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특화산업의 우수한 인재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학의 컨설팅, 기자재 공유 등으로 지역산업체의 성장을 지원하며, 산업체는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대학 관계자의 끈질긴 노력이 숨어있다. 지자체와 산업체를 설득하고 계획을 수정하며,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그들, HiVE사업 1주년을 맞이해 이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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