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 ‘2023 미래 국가교육 대토론회’ 개최…‘대한민국의 미래 교육,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주제
인문학·사회과학·과학 등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중장기적 국가교육 정책 방향 논의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기조강연 “흑백 가르는 ‘수능’ 현 시대의 모든 갈등 기인, 회색지대 있어야”

16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대한민국의 미래 교육,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주제 ‘2023 미래 국가교육 대토론회’에 참가한 국회와 정부 기관 관계자, 교육·연구기관 전문가, 국교위 소속 위원 등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대변혁의 시대를 맞아 현재 우리 교육이 직면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인문학·사회과학·과학 등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중장기적인 국가교육 정책의 방향성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가교육위원회(위원장 이배용, 이하 ‘국교위’)는 16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교육,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2023 미래 국가교육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과 교육위 소속 강민정 의원, 장상윤 교육부 차관 등 국회와 정부 기관 관계자, 대학총장 및 명예교수 등 사회 저명인사, 교육·연구기관 전문가, 국교위 소속 위원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배용 위원장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자기주도적이고 도전적인 정신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창의성과 인성, 시대성과 현장성을 고려한 교육이 실현될 때 융복합 역량과 상호 협력적 자세를 갖춘 미래인재를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오늘 대토론회에서 다학문적 관점으로 우리의 미래 교육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혜안을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오늘 대토론회를 시작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미래 국가교육 정책 방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 교육’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이날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 교육’ 주제 기조강연을 통해 “산업 문명에서 디지털 문명으로의 전환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 교육은 여전히 바뀌고 있지 않다”며 “후진국 때 교육을 받은 어른이 중진국 어른들을 가르치고, 중진국 어른들이 선진국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옳은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를 가꾸기 위한 새로운 교육을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것으로 △줄세우는 교육 △시간 제한 내에 문제풀이를 요구하는 평가방식 등이 적용돼 있는 현 수능 체제를 꼽았다. 학생을 줄세우기를 위해 시험을 치르는 현 ‘수능’ 체제는 디지털 문명 시대의 인재를 길러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다.

김 이사장은 “수능은 흑과 백을 가르는, 오답과 정답으로 가르는 것이 큰 문제다. 현 시대의 모든 갈등은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며 “흑과 백을 아우르는 회색지대가 있어야 한다. 산업문명 시대에 좋은 선별 방법이었던 객관식 수능은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이사장은 “수능 체제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본다”며 “문제를 1년에 5%만 주관식·서술식으로 바꾸고, 4년 정도 진행한 다음 평가를 통해 점차 퍼센트를 확대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주경철 서울대 교수는 ‘인문학 관점에서 바라본 미래 교육’ 주제발표를 통해 불안과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학습자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인문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경철 교수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입시 위주로 교육을 받고 있어 창의성이 부족하고, 현장과 미스매치된 교육을 받고 있다. 또한 자신에 대해 살펴볼 기회가 없다. 무엇을 원하는지, 나의 이상에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다 보니 사회를 살필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계속 변하고 있는 시대에 동력은 자신을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를 고려해 인문교육을 강화하고 개선해 새로운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에는 인문학과 예술, 과학기술을 접목한 교육과 글읽기·토론·현장경험 등 대면으로 진행 가능한 인문학 소양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온라인 교육의 강점도 있지만 대면으로 하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주 교수는 “깊은 지식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웃 분야와 협력하고 새로운 지식과 지혜를 만들어내는 교육도 중요하다”며 “대학이 새로운 임무를 스스로 부여해 인문학을 중심으로 진화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2023 미래 국가교육 대토론회’ 참가자들이 기조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는 사회과학 관점에서 현안 중심의 교육정책, 이공계 및 국립대 중심의 대학 지원제도 등 날카로운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학부·학제 간 융합연구, 국가지원 대규모 사회과학연구소 설립 등을 제안했다.

또한 미래 사회과학의 방향은 감시사회과학(Surveillance Social Science)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감시사회과학은 과학기술의 독주 시대에 과학문명이 인간성과 인류공동체를 파괴할 위험을 감지해 과학기술의 활용 방향과 유용도를 규제하고, 과학기술의 상업화 과정에 개입해 인간성 멸절과 기계 족속의 요인을 촉로해 사전에 제거하는 목적으로 하는 비판과학이다.

송호근 석좌교수는 “20세기는 문화가 문명을 통제했으나 이제는 과학이 인간을 통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21세기는 과학문명이 인간주의적 원리에 충실하도록 효용과 기능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연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 언어, 빅데이터 활용 능력을 공통기화 과목으로 설정하고 학부·학제 간 융합연구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미래 교육을 발표한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초대 원장은 다양한 분야의 인재 및 미래교육 선도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교육체계가 당면하고 있는 조직 간의 소통 부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열린 교육과정 구성과 변화하는 시대에 대전환 교육의 방향을 제시했다.

차상균 원장은 “하버드대는 전공없이 학생을 뽑고, 데이터 사이언스를 가르치는 교양교육으로 바뀌는 추세다. 스탠퍼드대는 실리콘 밸리 영향을 받아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자 수가 확 늘었다. 자유로운 전공 선택과 복수전공이 가능하고, 학과는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학생을 받아준 결과”라며 “그 바탕에는 탄탄한 재정이 뒷받침된다. 스탠퍼드대의 1년 예산은 한화로 약 10조 8000억 원에 이른다. 이 정도 재정 능력이 있어야 미래 교육도 선도할 수 있다. 이것이 스케일을 키워야 하는 이유”라고 소개했다.

이어 차 원장은 “미래 교육은 ‘판’을 바꾸는 인재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며 “스펙 지향 시대는 끝났다. 혁신 역량은 경계없는 도전을 통해 성장한다. 대학과 학생에게 과감한 학업과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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