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상 인덕대 교수(글로컬대학 자문위원)

강문상 인덕대 교수(글로컬대학 자문위원)
강문상 인덕대 교수(글로컬대학 자문위원)

지난 3월 이후 글로컬대학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필자는 글로컬대학 자문위원으로 전문대학 입장에서 적합한 글로컬대학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가 제시하는 글로컬대학에 대한 의견은 개인 의견임을 미리 밝혀둔다.

글로컬대학의 목표는 ‘담대한 혁신으로 지역의 산업·사회 연계 특화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이다. 대학 내부적으로는 대학을 혁신시키는 것이며, 외부적으로는 범부처 및 지자체 간 장벽 없는 전폭적 지원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드는 것이다.

글로컬대학의 두 가지 키워드는 ‘대학혁신’과 ‘지역발전’이다. 먼저 대학혁신에 대해 살펴보자. 예비지정 평가 안을 보면, 혁신성의 배점이 100점 만점에 60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가 매겨진다. 혁신성의 주요 내용은 ‘대학 안-밖, 대학내부(학과, 교수)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다. 교육의 혁신은 지금의 고등교육체제를 넘어 그 이상의 수준이어야 된다. 만일 글로컬대학이 교육 혁신을 하는 데 법과 규제가 걸림돌이 된다면 법과 규제도 고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다.

혁신은 매우 파격적이어야 한다. 글로컬대학을 지원하는 대학들은 현재와 같은 입학과 졸업, 1년 2학기제의 틀 안에서 혁신을 생각한다면 절대로 선정될 수 없을 것이다. 현재의 학제 안에서 또한 고등교육 체제 범위 안에서 글로컬대학을 설계하면 실패할 것이다. 세계적 명문대학인 인도공과대학의 졸업학점은 430학점 이상이다. 우리나라 일반대학 졸업학점의 4배에 달한다. 지금과 같이 학과 간 장벽이 있고, 학기별 최대 수강학점 제한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글로컬대학은 졸업에 필요한 최소기간도, 수강과목 수의 최대 제한도 없을 것이다. 학생의 선택에 따라 몇 달 안에 졸업할 수도 있고, 4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입학 날짜와 졸업 날짜가 학생마다 다르고, 교육과정도 학생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학사운영이 돼야 한다.

교육과정은 산업체 전문가들이 만든 마이크로디그리 형태이어야 한다. 마이크로디그리들이 모여 트랙이 구성된다. 트랙들이 모이면 기업에서 요구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졸업장에는 학과 표시가 없다. 학생이 할 수 있는 직무 기술서 내용을 담은 디지털배지 형태로 발급될 것이다. 무(無) 학과제도, 융합전공, 복수전공, 자기주도설계전공, 학부-전공탐색 기간 등은 반드시 실행해야 할 교육혁신 내용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지역발전’이다. 대학이 속한 지역의 활력을 제고하는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역의 산업과 수요를 고려한 산업분야의 교육 혁신이 있어야 한다. 대학의 인프라를 이용해 지역산업체가 요구하는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을 하고 졸업생들은 지역에 정주하면서 지역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 지역마다 중점 산업분야들이 있다. 여러 산업분야 중에서 대학의 교육혁신과 지역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산업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글로컬대학은 다음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거점선도형’이다. 글로컬의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 두 가지 의미 중에서 글로벌의 비중이 좀 더 높은 경우다. 세계적 수준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활용한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체 및 연구소가 대학과 지역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지역사회 전체가 세계적 연구단지로 이뤄지는 형태다. 두 번째는 ‘지역산업특화형’이다. 지역마다 특화된 산업 분야가 있다. 지역특화산업 분야를 더욱 집중 발전시키기 위해 대학과 산업체, 지자체가 컨소시엄을 이뤄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한다. 이 경우는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전체가 거대한 산업단지가 될 것이다. 마지막 유형은 ‘지역대학구조조정형’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입학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동일법인의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유사학과 및 중복학과를 통폐합하거나, 주변대학들과 협력해 지역 산업구조 수요에 맞게 구조조정해 지역산업체의 수요와 대학들의 공급 수준을 맞춰 대학과 지역산업체가 서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컬대학에 대한 찬반 의견이 많다. 부정적 의견으로는 글로컬대학으로 인해 대학 서열화가 심화되며, 학문의 다양성이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중소대학들은 경쟁력을 잃어 결국 망하게 된다는 의견들이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대학의 입장이면 충분히 이해가는 주장이다. 그러나 입학자원이 모자라는 현재의 상황을 보면 거의 대부분의 대학과 학과들이 입학정원 미달사태인 상황에서 대학의 서열화가 없어진 지 오래됐다. 학문 다양성 문제도, 지역산업에 특화된 분야의 교육에 집중하는 것이지 관련 없는 학과를 폐과하는 것은 아니다. 균형 잡힌 글로벌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경험이 필수적이다.

글로벌대학 선정에 지역 거점대학들이 특별히 유리한 것은 아니다. 중소규모 대학들이 단독 참여가 어려우면 컨소시엄 연합 형태로 가능하다. 전문대학의 경우 일반대학과의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주장이 많다. 연구중심의 일반대학이 ‘거점선도형’이 적합하다면 전문대학은 두 번째 유형인 ‘지역산업특화형’으로 가야한다. 전문대학은 지역의 기반 산업분야를 중심으로 대학컨소시엄-지자체-산업체-연구소가 연합된 연합대학의 형태로 가야한다. ‘지역산업특화형’은 일반대학보다는 전문대학에 적합한 모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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