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 용접, 메카트로닉스 등 현장실습이 필요한 과목에 기술 역할 강조
BC주 내 직업훈련 및 견습 프로그램 지원 위한 자금 지원 받아 ‘Trades programs’ 제공
지역 및 특정 산업의 현장 요구에 맞춰 실용적 응용 연구 활발히 진행
반인종주의 사무소 설립…원주민, 국제 학생 등 다양성 고려한 캠퍼스 환경 구축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콴틀렌 폴리테크닉 대학교’를 아시나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Surrey(써리)에 위치한 콴틀렌 폴리테크닉 대학교(KPU: Kwantlen Polytechnic University, 이하 KPU)는 공립대학으로, ‘콴틀렌’은 원주민 부족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지치지 않고 달리는 차’라는 뜻이다. 이 대학이 추구하는 모토와도 부합된다. 1981년 콴틀렌 칼리지로 시작해 직업 훈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1995년 대학 칼리지(University College)가 되고 2008년에는 대학(University)으로 승격됐다.

메트로 밴쿠버 지역 내에 5개의 캠퍼스를 두고 140개 이상의 전공분야에서 학사, 준학사, 디플로마, 수료증 및 견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모든 프로그램이 실무와 직결돼 취업에 최적화된 교육기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KPU는 한 수업당 최대 35명의 학생들로 구성되며, 학생, 강사, 게스트 강연자, 산업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산업 파트너와 학생들이 취업 준비를 잘 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갖추고 있다. KPU는 실무경험이 통합된 학습(work integrated learning)과 실습 중심의 직업연계교육(Vocational linkage education centered on practice) 실천에 방점을 두고 있다. 

앞서 본지는 지난 4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진행된 ‘2023 전문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을 통해 해외 선진 고등직업교육 현장을 둘러보고 직업교육 혁신 인사이트를 찾는 기사를 몇 차례에 걸쳐 다뤘다. 본지는 고등직업교육 혁신 여정의 마지막편으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앨런 데이비스(Dr. Alan Davis) 콴틀렌 폴리테크닉 대학 총장과 만났다.  

앨런 데이비스 콴틀렌 폴리테크닉 대학 총장. (사진=KPU 제공)
앨런 데이비스 콴틀렌 폴리테크닉 대학 총장. (사진=KPU 제공)

- 캐나다가 처한 직업교육 현실은 어떤가.
“한국과 유사하게 많은 캐나다 교육기관들 역시 국내 학생들의 등록 인원 감소를 직면하고 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교육의 우선 순위는 KPU에서 모든 학생들이 긍정적인 학습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국제 학생들을 고려할 때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학업과 취업의 다양한 기회를 통해 이들에게 긍정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 급격한 기술 발전 시대에서 KPU에서 추진하거나, 계획 중인 직업교육 정책이나 관련 프로그램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팬데믹 이후 KPU는 온라인, 블렌디드 및 대면교육 방식이 결합된 학습 전달 모델을 적용했다. 이러한 모델은 각 수업의 유형 및 수준, 교수진 그리고 학생들의 선호도를 기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KPU 재학생들과 교수진은 PebblePad, Eportfolios, Padlet, 다양한 화상회의 툴, Hypothesis, 콘텐츠 생성툴 등과 같은 여러 기술을 도입했으며, 팬데믹 기간 동안 교과서 등 오픈 교육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Pressbooks를 활용했다. 지금도 이 툴은 계속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는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개선됐다.
KPU는 기술이 교육과 학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간호, 용접, 메카트로닉스 등 현장실습이 필요한 과목은 여러 프로그램을 활용해 시뮬레이션에 투자하고 있다. 게다가 KPU의 프로그램은 기업 현장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 기술, 소양 등 산업계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 캐나다 BC주 교육부에서는 ‘직업교육’을 전담하는 부서가 따로 있나. KPU는 교육부의 이 같은 부서와 어떠한 협력 활동을 하고 있나. 
“KPU는 BC주 고등교육 및 미래 기술 교육부(Ministry of Post-Secondary Education and Future Skills, 이하 교육부) 산하 교육기관으로 직업교육 관련, 해당 교육부의 지침을 따르고 있다. 교육부는 BC주 내 대학과 전문대학에 자금, 노동 시장 정보,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 기술 교육 관련해선 SkilledTradesBC라는 주정부 기관을 별도로 두고 있다. 
SkilledTradesBC는 고용주, 견습생, 교육기관 등 교육 파트너들과 협력해 BC주 안에서 이뤄지는 직업훈련 및 견습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지원한다. KPU에서 제공하는 기술 프로그램(Trades programs) 역시 이 기관에서 일부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SkilledTradesBC는 직업교육을 위해 대학과 전문대학에 고급 수준의 교육과정을 제공해 BC주 내의 교육기관에서 이러한 교육 및 훈련 과정들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추가적으로 BC주 교육부는 정신 건강, 취업 알선, 조직 및 교육기간과의 협력 기회 등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취업 정보 제공과 이와 관련된 지원도 한다.”

- 캐나다 BC주 교육부와 KPU의 협력 수준은 어떻게 평가하나.
“KPU는 지역사회 내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 파트너들과 함께 여러 교육 프로그램에 자금 지원을 하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자료를 만들며 산업 현장에서의 실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KPU 재단에서도 지역기업 및 개인들과 협력해 보조금과 장학금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학습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KPU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 활동 역시 정부, 기업 및 지역 파트너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같은 연구 활동은 우리 대학과 협력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연구를 수행하는 학생들에게도 매우 중요한데, KPU에서 이뤄지는 응용 연구는 지역 및 특정 산업의 요구에 맞춰 실용적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방점을 둔다. 예를 들어 KPU의 지속가능원예연구소(Institute of Sustainable Horticulture)는 캐나다의 딸기 생산자들이 제철이 아니더라도 딸기를 지속적으로 재배할 수 있도록 연구 지원을 한다. 의류 산업에서는 생분해성 재료를 탐구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응용 연구는 캐나다 밴쿠버 지역에 위치한 각종 산업과 관련된 여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2023 전문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총장 연수단이 지난 4월 19일(현지 시각) KPU를 방문한 가운데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준환 기자)
‘2023 전문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총장 연수단이 지난 4월 19일(현지 시각) KPU를 방문한 가운데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준환 기자)

- 캐나다가 다문화사회 정착하기까지 언어, 문화 등 직업교육 추진 과정에서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것 같다. KPU는 다문화사회에서 나타나는 직업교육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나가고 있나.
“다문화사회인 캐나다의 다양성은 원주민에 대한 인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캐나다는 오래 전부터 이 땅에 거주해온 원주민들과 식민지 시대에 정착한 사람들 간에 화해와 협력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KPU에서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사, 학교 홈페이지 그리고 회의 전에 캐나다와 BC주의 원주민들을 인정하고 인종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문구를 가장 먼저 발표하고 시작한다. 원주민과의 화해를 위해 KPU는 학교 내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원주민을 항상 고려하고 탈식민화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 KPU는 원주민어로 된 표지판, 원주민 학생을 위한 모임 장소 및 지원 부서를 따로 둔다. 원주민 커뮤니티를 위해 별도의 대화 세션 및 오픈데이도 운영하고 있으며, 학교 도서관 내에도 원주민 관련 자료를 추가했다. 또한 원주민들의 리더십, 혁신 및 파트너십을 책임질 부총장을 임명해 앞으로 이러한 노력을 지속해나가는 것은 물론 미래를 위한 로드맵도 개발해나가고 있다.
KPU는 이와 같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환영받는 캠퍼스와 교실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국제 학생들이 캐나다 대학에서 잘 적응하고 성공적으로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언어 업그레이드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평등, 다양성 및 포용을 지원하는 이니셔티브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우리 대학의 이런 노력들이 더욱 공식화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현재 평등, 다양성 및 포용에 중점을 둔 행동 계획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작년에는 반인종주의 사무소(Office of Anti-Racism)를 설립했다. 반인종주의 사무소 설립은 지난해 완료된 KPU의 반인종주의 검토에서 도출된 64개의 권고 사항 중 하나이기도 하다.”

- KPU에 관심 있거나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KPU는 한국 입학 담당자를 통해 한국 학생들 사이에 실용적이면서 고용시장에 필요한 기술을 갖출 수 있는 직업교육에 굉장한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KPU는 실무와 직업 훈련 위주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학업 외에도 현장 경험을 중요시하는 학생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KPU의 이 같은 강점을 더욱 알려 많은 한국 학생들이 KPU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특히 KPU 졸업 후에 취업 가능성이 높아지면 학생들 스스로가 이러한 교육 과정에 투자를 한 것에 대해 더욱 가치를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