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변화·전환 가속화, 미래 환경 구축에 선도적 대응
AI·메타버스 실습 공간 ‘AI 서버실’ ‘X-스페이스’ 개소
‘VR·AR’ TF, 양질의 콘텐츠 개발…챗GPT 활용도 모색

공과대학 CAD/CAM 강의 VR 활용 수업의 모습. (사진=경희대 제공)
공과대학 CAD/CAM 강의 VR 활용 수업의 모습. (사진=경희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디지털 뉴노멀 시대가 교육의 지형을 바꾸기 시작했다. 비대면 강의가 일상이 됐고, 실험·실습 강의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과 같은 가상 공간으로 옮겨졌다. 코로나 팬데믹은 걷혔지만,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교육의 중심 또한 교수자에서 학습자로 전환 중이다. 전문가들은 미래 교육은 주입식보다 캡스톤 디자인이나 PBL(Project Based Learning) 학습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경희대학교(총장 한균태)는 이에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며 에듀테크를 활용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교육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 정부 지원 사업 선정으로 첨단 과학 인재 양성 = 경희대는 ‘디지털 신기술 인재 양성 혁신공유대학 사업’의 실감미디어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실감미디어 게임경진대회’를 개최해 학생들이 실감미디어 산업의 한 분야인 게임을 직접 개발할 기회를 제공했다. 캡스톤 디자인 과목과 게임 경진대회를 연계해 학생이 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인프라 또한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지난해에는 AI 실습을 위한 ‘AI 서버실’과 메타버스 기반 실습 공간인 ‘X-스페이스(Space)’를 개소했다. 경희대는 ‘인간 중심 AI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 아래 2020년에는 일반대학원에 인공지능학과를 설립했고, 2022년 학부에 AI 관련 학과 3개를 신설하는 등 AI 인재 양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실험실별로 분산됐던 서버를 AI 서버실로 통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였다. 124.47㎡ 규모로 조성된 서버실은 120대의 서버를 구동할 수 있는 규모인 500kW 수준의 전력을 제공하고, 냉각을 위한 공조 시설도 갖췄다. 메타버스 기반의 X-Space는 실감미디어 실습을 위한 공간인 ‘MR 센터’와 ‘메타버스 스튜디오’로 구성됐다. MR 센터 내에는 다양한 기자재를 활용한 △VR 체험 △트레드밀 기반 체험 △프로젝션 기반 체험 등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X-스페이스는 메타버스 분야 전반의 교육과 실험을 수행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SW 교육을 위한 마이크로디그리도 도입했다. 2022학년도 2학기부터 경희대는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인공지능, SW 기술과 관련한 △전반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후마니타스 AI·SW 마이크로디그리’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코딩 교육을 제공하는 ‘인공지능 마이크로디그리’ △소프트웨어 기초 교육을 제공해 이해력을 높이는 ‘후마니타스 소프트웨어 마이크로디그리’ 등을 개설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혁신공유대학 사업과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AI·SW 교육 확장을 위한 마이크로 디그리도 운영된다. 실감미디어와 게임 콘텐츠 개발, 연구역량의 기반이 되는 기초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AI·SW 기초소양부터 응용·심화 단계로 구성해 수준별 이수체계도 구축했다.

X-Space 시연 장면. (사진=경희대 제공)
X-Space 시연 장면. (사진=경희대 제공)

■ ‘첨단 테크놀로지 콘텐츠’ 설계·활용 TF 출범 = 경희대는 지난 2020년 첨단 테크놀로지 콘텐츠 설계와 교육적 활용을 위한 TF를 출범했다. 디지털 뉴노멀 시대에 대응하는 가상현실·증강현실 콘텐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지난 2021학년도에는 의과대학 ‘해부학’ 강의에서 VR 프로그램으로 가상현실을 수업에 활용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학생들은 실제 해부와 함께 VR 프로그램을 통한 해부를 병행함으로써 신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경희대는 향후 대학 자체 해부학 VR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간호과학대학은 2015년부터 가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아동간호학실습Ⅱ’ 강의에서는 가상현실 공간에서 다양한 사례를 실습했다. 또한 공과대학은 ‘CAD·CAM’ 강의에 VR을 접목해 실시간 공동 작업과 피드백 등 효과를 확인했다. 향후 자동차 설계와 같은 VR 응용 교육 콘텐츠도 개발할 계획이다. 올해에는 한의과대학에서도 VR 강의를 진행하고 있고, 원자력공학과의 ‘원자로 실습’에도 AR·VR 기술이 활용된다.

경희대는 코로나19 확산 초부터 운영했던 자체 플랫폼 ‘e-캠퍼스(campus)’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e-캠퍼스는 비대면 강의와 과제 관리, 학생의 질의응답까지 가능한 플랫폼으로, 앞으로 에듀테크 기반의 학습 도구를 연동해 AI 기능을 확장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수업 자동 녹화 강의실’ 19곳을 개소해 비대면 강의의 교육 효과도 높였다. 전동 스크린, 수업 자동 녹화 시스템, 전자 교탁 등을 설치했고, 모니터에 바로 글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

2023 교수 세미나 “챗GPT와 미래교육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서 특강 중인 이경전 교수의 모습. (사진=경희대 제공)
2023 교수 세미나 “챗GPT와 미래교육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서 특강 중인 이경전 교수의 모습. (사진=경희대 제공)

■ 학과 수업에 스며든 가상현실과 챗GPT = 경희대의 변화에는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이 큰 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지리학과에서는 UAV와 VR을 강의에 활용하고 있다. 드론을 활용해 캠퍼스를 촬영하고, VR로 영상을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베이스(DB)까지 구축했다.

학부 3~4학년 32명이 촬영에 참여했고, 경희 캠퍼스를 VR 환경에 디지털 트윈으로 생성했다. 이후 드론 촬영이 가능한 구역을 찾아 데이터를 구축했고, 다양한 VR 콘텐츠를 제작했다. 대학원에서는 VR 공간의 캠퍼스 투어도 구현했다.

경희대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도 탐색 중이다. 교육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교육 활용 여부에 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챗GPT가 미래 교육을 혁신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희대 역시 이러한 교육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 2차례에 걸쳐 세미나를 진행했다.

세미나의 주제는 ‘챗GPT와 미래교육,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로 디지털 교육 환경 변화에 따른 미래 교육의 방향성을 모색했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고, 활용방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의했다. 수업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 ‘챗GPT 건전하게 사용하기’를 주제로 교수법 특강도 진행했다. 교수진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고, 수업 활용도를 증진하기 위해서다.

국제캠퍼스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는 홍충선 소프트웨어융합학과 교수가, 서울캠퍼스 세미나에서는 이경전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가 특강자로 나섰다.

홍충선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의 진화, 주된 오해, 주요 인공지능 기술을 소개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교육 분야에 접목될 가능성과 시사점 분석 결과도 공유했다. 홍 교수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교육의 질 개선부터 학생 학습 경험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에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인공지능이 인간 교육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품질, 편향성, 저작권 문제 등은 진지하게 고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경전 교수는 인공지능 활용에 앞서 이와 관련한 사회윤리와 정책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향성은 인간의 창의력에 달렸다. 기술을 활용하는 개인차가 커질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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