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식 인천재능대 총장

이남식 인천재능대 총장
이남식 인천재능대 총장

천년의 대학 역사상 향후 대학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지식의 생산과 유통 속도가 가속화되고 그 수명주기도 대폭 감축되어 학문의 영역이나 체제의 변화를 기존의 대학 체제로서는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세기 100년간 지구상 인구는 14억에서 64억으로 50억 명이 증가되었고,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전세계가 실시간으로 지식을 공유하는 초연결 사회가 됐다. 지식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인공지능을 통한 학습의 재구조화로 대학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하는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이제 교수의 역할은 특정한 분야의 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문제들을 발굴하고 이를 프로그램화하여 해결하는 조정자(coordinator)의 역할로 변화돼야 세상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알파고 사건 이후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 속도로 엄청난 충격을 가져왔지만 이에 대한 교육과정의 개편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교육과정의 개편주기에 맞추자면 수년이 지나가고 전공교수를 확보한 뒤 해당 교육과정을 현행 체제에서 정착시키려면 또 다른 수년이 흘러간다. 챗지피티(ChatGPT) 충격이 다시 올 때까지 그다지 큰 변화가 일어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서조차도 비슷한 상황이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탠포드 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구글사의 임원으로 있던 세바스천 스런(Sebatian Thrun)은 실리콘밸리 최일선의 엔지니어들과 더불어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최신 기술 분야의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일례로 나노디그리(Nano degree) 프로그램을 만들어 MOOC, 프로젝트, 멘토링 등을 온라인으로 제공함으로써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스스로 습득하는 유다시티(Udacity)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세계적으로 많은 수료생을 배출했다. 세계 일류 기업들은 이러한 나노디그리 취득자를 뽑고 있어 대학의 학위보다 더 신뢰를 받고 있는 게 교육 선진국의 현주소다. 

인천재능대도 최근 유다시티 나노디그리 프로그램을 도입해 세계 최고의 IT(인공지능, 자율주행, 데이터사이언스 등)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유다시티와의 협력을 통해 우리 대학 학생들은 구글, 아마존, IBM 등 세계 최고 수준의 IT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해 설계한 프로젝트 수행 중심의 기업 실무형 온라인 IT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교수 및 학생 대상 유다시티 교육과정 운영 협력 △글로벌 해외취업 연계 교류 협력 및 해외유학 프로그램 지원 △관련 분야 정보 및 기술 교류와 양 기관의 인적·물적 자원에 대한 상호 협력 등이 긴밀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단 우리대학뿐만 아니라 외부기관과의 개방적 교육 협력이 대학가에 확산된다면 전공 교수를 굳이 뽑지 않고도 이 같은 교육과정을 도입함으로써 산업계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졸업생을 배출할 수 있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본다.

물론 대학이라 해도 체급의 차이가 크다. 연구중심대학으로 석사·박사학위까지 운영하는 대학에서부터 교육중심의 대학 그리고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대학까지 다양한 유형의 대학이 있는데 지역 인구 감소와 일자리의 질 악화가 인구 감소, 학생 이탈, 지역 대학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다시 지역 소멸 위기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30개의 글로컬대학과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 체제인 RISE(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로 개편이 진행될 텐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큰 틀에서의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디테일이 부족한 상태에서 큰 예산이 투입되면, 글로컬대학에 선정되지 못하는 대학들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글로컬 대학을 몇 개의 대학이 통합된 대학보다는 미국의 주립대학 체계처럼 글로컬대학 체제 안에 다양한 대학이 역할 분담을 통해 중복성을 막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거점 국립대학은 연구중심대학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훨씬 더 갖춰야 할 것이고 교원 연구자 양성을 공급해야 한다. 기존의 교육중심대학이나 직업교육대학은 지역 밀착형의 인력양성에 보다 치중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소규모 주립대학 체제인 하와이주립대(University of Hawaii System)의 경우 3개의 석박사 학위까지 수여하는 캠퍼스와 7개의 커뮤니티칼리지 캠퍼스가 공존하면서 다양한 인력 수요를 충족시키며 많은 아시아계 학생들을 유입해 국제교육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글로컬 대학과 RISE 체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거버넌스 체제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본다 

저출산의 문제 역시 매우 심각하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43만 명 수준인 대학 입학 가능 자원은 2032년 39만 명, 2040년에는 28만 명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대학의 입학 정원이 47만 명인데 15년여 사이에 입학자원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고졸자뿐만 아니라 재직자 성인학습자에 대한 교육과정을 확산해 디지털전환 시대를 충족할 수 있는 재교육과정을 보편화하며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국제 교육수요를 국내로 유입해 글로벌 교육시장에 진입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답이 없다. 현재는 대부분 한국어 능력을 갖춘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향후에는 영어나 중국어 교육과정을 대폭 늘려 오히려 불법체류 등의 문제를 줄이는 방향으로 간다면 국제교육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호주의 경우 연간 100만 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300억 달러에 달하는 교육비를 지출해 호주의 4번째 수출산업으로 국제교육이 자리매김하고 있다(철광석, 천역가스, 석탄 다음).

이제 대학은 새로운 변혁의 기로에 서 있다. 교육과 인재 양성은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글로컬대학과 RISE 체제는 실험의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고등교육을 살리는 새로운 틀로 자리잡아야 한다.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이 중요한 교육개혁 정책인 만큼 소외되거나 그늘진 곳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와 신중한 추친도 요구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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