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칼럼니스트(문헌정보학 박사)

이애란 칼럼니스트(문헌정보학박사)
이애란 칼럼니스트(문헌정보학 박사)

대학의 비교과 과목이 교과과정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전공과 교양 같은 교과 영역에서 습득하기 어려운 다양한 역량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비교과 과정이 교과목의 이해를 넓히고 진로를 설계하고 취업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되면서 가치가 상승 중이다. 특히 대학평가 기준에서 역량 기반 비교과 과정의 내용이 강조되면서 교육 현장에서 큰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먼저, 대학의 많은 부서에서 분산해 운영하던 비교과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부서가 생겼다. 학생들의 요구나 대학 구성원 그리고 사회적 요구에 따른 다양한 주제와 형태의 교육이 운영되고 있고, 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까지 구축해 교육 홍보, 신청, 수강 이력까지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외적으로 보면 비교과 과정의 지원 틀이 잘 갖춰진 모양새다.

그렇다면 수업의 내실은 어떨까. 비교과 과정의 효과를 조사했더니 학생들은 이러한 교육이 전반적으로 대학 생활과 학습역량 그리고 핵심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전공과 교양 과정에서 배운 지식을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무 지식을 쌓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부정적이었다.

이러한 낮은 인식은 대학에서 비교과와 교과 과정의 연계를 도외시한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된다. 대학은 국비 지원을 받기 위해 교육부가 원하는 비교과 과정의 실적을 쌓는 일이 우선이었다. 교육 과정은 신설보다 기존에 운영해 오던 프로그램을 전환해 대학이 설정한 핵심역량에 짜맞추느라 바빴다. 주요 핵심역량과 하위역량 그리고 기존 프로그램 간 적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역량 간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경계의 모호성을 조정해 기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에 매달리다 보니 교과와 연계를 신경 쓸 여력이 부족했다.

그 다음의 이유는 비교과 과정을 교과 과정 밖의 한 영역으로 이해하는 관행이 한몫했다. 비교과목과 전공, 비교과목과 교양, 비교과목과 전공 및 교양과의 연계는 교수나 운영자, 관리 담당자, 학생들 간 합의 일체가 되지 않고서는 개발과 운영이 어렵다. 무엇보다 교과 과정 간 연계 수업은 담당 교수의 자유의지에 따라 선택되며 강요할 수 없다는 점, 운영 부서 담당자는 여러 직무 중에 한 개의 업무로 비교과 과정을 지원하는 점, 비교과목은 학생들의 자율적 의사에 따라 참여하므로 누구든 강제할 수 없는 점(학점이 없음). 이런 요인이 과정 개발과 운영에 발목을 잡았다.

이런 장벽에도 불구하고 연계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이 교육 수료 후에 교양 및 전공역량 향상에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속출하자 교과와 비교과 연계 과정의 운영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 과정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이해관계자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운영의 질을 높이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

D 대학의 교과 및 비교과 과정지원 체제는 교수와 학생의 편의성을 제고한 모형이다. 매 학기 교과와 비교과 과정을 연계해 운영할 경우 교수는 비교과 운영 부서와 협의를 거친 자신의 과목과 협조 부서의 비교과 과정을 확정한 후 수강 신청사이트에 교과와 비교과 연계형 강의계획서를 탑재한다. 대학 측은 교과와 연관성이 높은 비교과 과정 풀을 구성해 둠으로써 학생들은 원하는 과정을 선택하기 쉽다. 특히 교과와 비교과 담당자 간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전공 교과 수강생은 연계한 비교과 과정에 강제로 참여하도록 하고, 참여 결과를 전공 학점에 반영하는 등 적극적 연계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K 대학에서는 교과와 비교과 연계형의 교육 주제와 교육 형태의 범주를 명문화하고 있다. 교과 과정에서 다룰 수 없었던 주제를 비교과 과정에서 명시해 학습의 범위를 명확히 밝혔다. 또한 교육 형태는 견학·답사형, 실험·실습형, 연구·조사형, 실습·봉사형, 프로젝트형(공모전, 경진대회, 자격증 취득을 위한 프로그램) 등과 같이 선택지가 다양하다. 이런 지침을 통해 전공·교양·비교과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의 수업 균형을 확보하고 있다.

이외에도 교과와 비교과 과정의 연계 시에 단순한 연결 정보만 주거나 모든 단계에 관계자가 참여하는 유형이 있다. 전자에 해당하는 D1 대학은 교양 과정인 ‘인문학 프로젝트’와 비교과 과정인 ‘인문학 독서원정대’를 연계해 운영했다. ‘인문학 독서원정대’는 ‘인문학 프로젝트’ 교과를 수강하는 학생 중 신청자를 대상으로 10여 명씩 팀을 구성해 책을 읽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도교수가 정기적으로 팀을 만나 활동 내용을 체크하고 피드백함으로써 교과수업에서 시간적 제약으로 부족했던 토론 활동을 보완한 사례다.

반면에 후자에 해당하는 U 대학은 전공 교과과정과 비교과 과정인 ‘독서커뮤니티’와 연계하고 과목 수강생 전원이 6명 내외의 팀을 조직해 활동했다. 과목 담당 교수와 도서관 담당자 그리고 학생들이 수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운영 및 교육 종료까지 함께 참여했다. 교수의 수업계획서에 따라 교과목의 각 장과 관련되는 이슈의 책을 학생들이 선정하고 도서관 운영자가 팀 토론 활동을 진행했으며, 교과목 수업에서의 종합토론발표회와 개인 제출 자료는 학점으로 연결했다.

앞에서 열거한 대학 사례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에서 적극적 연계 활동을 위해 학생들의 참여를 강제하거나 학점을 족쇄로 비교과 과정의 특징을 훼손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많은 대학이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또한 교과와 비교과 간 연계를 위해 관계자들이 단순한 연결 정보만 제공하기보다 모든 과정에서 주제의 타당성과 교육 방법의 효율성을 서로 모색하고 협력할 때, 교육성과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이제, 교과나 비교과 과정 간 경계를 허물고 장점을 통합해 ‘비교과 연계형 교과목 수’를 높일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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