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독서량 ‘뚝’ 성인 4.5권…종이책 대신 전자책 선호하는 젊은층 크게 늘어
‘MZ세대의 사회심리적 특성과 독서행태 이해’ 분석한 사례 연구 눈길
라이프스타일 유형, 독자세분화 등 고려한 맞춤형 출판 마케팅 전략 필요성 제기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한국 성인들의 연평균 독서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을 활용해 화면으로 읽는 전자책을 보는 독서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학생 등 MZ세대가 독서와 책 문화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출판산업계는 주요 독서 소비자로 떠오른 MZ세대의 소비 성향 파악과 동시에 맞춤형 마케팅 전략 수립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 줄어든 성인 독서량에도 전자책 증가세 이끈 MZ세대 =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7.5%다. 2019년 55.7%에서 8% 가량 줄어든 수치다. 성인 1명이 1년에 보는 연간 종합 독서량도 2019년 7.5권에서 3권이 줄어 2021년 기준 4.5권을 기록했다.

성인 전체 연령대의 독서율 감소가 뚜렷한 가운데 중장년층 독자들의 급격한 독서율 하락이 전체 독서율 하락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40대의 종합 독서율은 2019년 61%에서 2021년 50%로 크게 낮아졌으며 같은 기간 50대는 45%에서 36%로 낮아졌다.

하지만 20~30대가 다수인 MZ세대의 독서율은 소폭 하락하거나 이전과 동일한 수준을 기록했다. 30대는 75%에서 69%로 소폭 낮아졌지만 20대는 2019년과 2021년 수치가 78%로 유일하게 동일한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평소에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활용해 온라인 환경을 쉽게 접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전자책과 오디오북 사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종이책 대여나 구입이 힘들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 연령별 전자책 독서율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 20대와 30대에서만 상승폭을 보였다. (사진=문체부 보도자료 발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 연령별 전자책 독서율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 20대와 30대에서만 상승폭을 보였다. (사진=문체부 보도자료 발췌)

실제로 성인기준 2019년에서 2021년 사이 매체별 독서율 변화를 살펴보면 종이책 독서율이 70.4%에서 60.3%로 감소한 것에 비교해 전자책은 16.5%에서 19.0%로, 오디오북은 3.5%에서 4.5%까지 상승했다.

특히 20대의 전자책 독서율은 39.0%에서 50.5%, 30대는 31.3%에서 38.4%로 크게 늘었다. 책을 소리로 듣는 오디오북도 20~30대가 5% 미만의 수치를 보이는 중장년층에 비해 각각 12.0%, 8.8%의 독서율을 보였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 ‘구독’ 방식 선호하고 ‘재미’에 관심둔다 = 전자출판물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MZ세대는 구독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해당 방식이 소비 증가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구독은 이용자가 정기적으로 이용료를 내고 원하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수익모델로 구매나 소유할 때보다 적은 금액을 지불하고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밀리의 서재, 리디셀렉트, 북클럽 등이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플랫폼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은 2021년 발표한 ‘전자출판 산업분석 및 활성화를 위한 조사연구 보고서’에서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구독 경제’가 대중화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모델이 장기적으로 △자체 작가 발굴 △정기구독자 확대 △자체 시장 확대 등 긍정적 요소가 많다며, 주목해야 할 요소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처럼 MZ세대 주도로 전자출판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이들의 독서 방식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고운기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MZ세대의 독서행태’ 연구를 통해 MZ세대가 제도권 문단이나 기존 출판 산업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작품성만 보장된다면 문인 출신이 집필하지 않은 문학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운기 교수는 “MZ세대는 정체불명의 책을 읽어 시간을 낭비할 바에는 검증된 재미있는 책에 더 관심을 둔다”며 “최근 연간 베스트셀러 1위의 소설이 2년 연속 문인 출신이 아닌 작가가 집필한 작품으로 선정됐다. MZ세대가 기존 문단과 권위적 출판 관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 ‘적자’ 출판업계들, 디지털 전환 박차 가해 = 오디오북과 챗북 등 새로운 형태의 독서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자책 시장은 종이책을 보완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주류 시장으로 도약했다. 출판진흥원의 ‘2021 출판산업실태’ 조사에 의하면 2020년 기준 국내 전자책 유통 산업 매출은 약 4619억 원으로 2015년 1258억 원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었다. 글로벌 전자책 시장의 경우 2026년이 되면 23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한 시장조사업체의 분석이 있을 정도다.

다만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독서 트렌드가 바뀌면서 기존 출판산업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2년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대형서점과 출판사 등 77개 업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81억 원으로 2021년 3393억 원에 비해 38.7%나 감소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출판산업은 원작 소설 판권을 사들여 책을 출간했던 이전 방식에서 벗어나 지식재산권(IP) 등 콘텐츠 확보와 전자책 확대, 전자책 플랫폼 인수 등 미디어 믹스 투자에 나서고 있다. 확보한 콘텐츠를 활용해 △영화 △드라마 △출판물 △관련 상품까지 연쇄적인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형 출판업계들을 중심으로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 출판업계, “MZ 라이프스타일 맞춰 세대 구분해야”, “사회심리적 특성 고려한 마케팅 전략 필요” = 이처럼 독서 문화를 주도하는 MZ세대에 대한 출판산업계의 관심이 높아지자 학계에서도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사례 연구와 최신 동향을 살펴보는 자리가 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12일 한국출판학회는 제43회 정기학술대회를 열어 미래 소비자인 MZ세대의 독서행태를 확인하고 나아가 사회·심리적 특성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학 교수와 각종 기관의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강진숙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출판산업의 주 소비자로 꼽히는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독자세분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MZ세대에 대한 기준이 1981년부터 2010년 출생자로 1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아우르고 있는 만큼 이들을 세부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연령대와 특징을 우선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기에 따른 라이프스타일 유형에 따라 선행연구의 동기 유형, 웹툰 이용동기를 구분한 모습. (사진=한국출판협회 자료 발췌)
동기에 따른 라이프스타일 유형에 따라 선행연구의 동기 유형, 웹툰 이용동기를 구분한 모습. (사진=한국출판협회 자료 발췌)

특히 라이프스타일의 경우 △유희추구 △성공여가형 △실익추구형 △모빌리티 트렌드 지향형 △긍정적 자아추구형 △모빌리티 트렌드 지향형 등 6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강 교수는 이를 웹소설과 웹툰 이용 동기와 맞물려서 판단한다면 MZ세대가 이끄는 출판산업 트렌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장석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조교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관심이 뜨거운 MBTI를 활용해 해당 유형에 따른 도서소비자 독서행태를 파악하는 시도를 했다. 그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출판 시장에서 주요 독서 소비자로 떠오른 MZ세대에게 접근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시도에서 출발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효과적인 출판마케팅 전략을 도출해 장기적인 출판업계 성장을 도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MZ세대의 사회심리학적 특성과 출판마케팅 전략’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그는 MZ세대의 MBTI 유형에 따라 성향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MBTI 자체에 흥미가 없거나 부정적 인식을 가진 소비자들에게는 접근하기 어렵다는 지적에는 과감하게 부족한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타당한 논리 구조를 세우고 해당 유형에 맞는 전략을 수립한다면 효율적인 MZ세대 맞춤형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지난달 12일 한국출판학회가 ‘MZ세대의 사회’제43회 정기학술대회를 열 미래 소비자인 MZ세대의 독서행태를 확인하고 나아가 사회·심리적 특성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달 12일 한국출판학회가 ‘MZ세대의 사회·심리적 특성과 독서행태 이해’를 주제로 제43회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사진=김한울 기자)

■ MZ세대가 출판산업에 몰고 온 변화 고려한 대응 전략 마련해야 = 김선남 한국출판학회장은 MZ세대가 출판산업에 몰고 온 변화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김 학회장은 “출판산업에서 MZ세대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하고 맞춤형 전략의 부재로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속적으로 핵심 소비자인 MZ세대의 독서행태와 소비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학회장은 MZ세대가 전자출판 소비를 이끄는 세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종이책 출판 비중은 낮아지고 웹소설, 웹툰, 전자책 출간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MZ세대를 붙잡기 위해 전자책 업계에서 디지털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투자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분위기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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