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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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A 선생님으로부터 상담 요청이 왔다. 자신이 지도하는 특성화고 B 학생이 학교를 자퇴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공부할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자퇴를 원한다고 했다. 현재 학교에서는 대학에 가기 위한 공부를 할 상황이 되지 않지만 자퇴하면 혼자 공부할 시간이 많을 것이고 그런 시간에 충분히 공부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A 선생님이 그 학생에게 지금은 혼자 있을 때 공부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아직은 혼자 있을 때 그냥 잠을 자거나 멍하니 있다고 했단다. A 선생님의 상담 요청의 목적은 B 학생의 자퇴를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을지를 문의한 것이다.

필자는 B 학생이 자퇴하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 자신이 게으르고 학교에서 대학입시 공부를 제대로 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제도권을 벗어나서 혼자 공부하는 길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현재 자신이 속한 학교와 시스템에서 자신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판단된다. 제도권을 벗어나 인생을 준비하는 몇 명의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 상담하면서 내린 필자의 결론이다. 그들이 제도권 교육을 벗어나지 않았다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제도권 교육을 벗어났기에 그들이 당연히 받을 수 있는 혜택과 누려야 할 지위와 경험의 기회를 잃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H 군의 부모는 6년여 전에 한 대안학교 모임에서 만났다. 공교육의 단점을 익히 알았던 H 군의 부모는 대안 교육을 선택했다. 그런데 4년 전에 H 군의 부모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H 군이 원하는 일을 하도록 돕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혼자 책 읽고 공부하다 보니 진로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도 함께 할 수 있는 그룹도 없어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필자는 다시 H 군을 만났다. 그리고 진로 설계를 함께 했다. 대학과 직업에 대해 조언했고 방향을 잡아주는 데 도움을 줬다.

1년 전에 H 군의 부모에게서 연락이 왔다. H 군을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H 군이 대학을 준비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몰라 걱정이라는 것이다. H 군이 이미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했지만 할 수 있다면 검정고시를 포기하고 다시 고등학교에 입학하라고 조언했다. H 군의 꿈과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공교육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었다. 대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수업 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배우는 교과 지식과 선생님의 경험 이야기는 H 군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는 공교육을 선택하지 않았다.

개인의 사정에 따라 공교육에 남거나 공교육 시스템을 벗어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오로지 대학만을 위한다면 필자는 반대다. 특성화고 재학 중인 B 학생은 대학을 원하고 있지만 B 학생은 자신의 전공을 발판 삼아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훨씬 현명할 수 있다. 더구나 혼자 공부하는 습관이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에만 간다고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했는가 졸업하지 않았는가?’는 인생에서 중요한 사안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는 대학 졸업장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사회는 막연히 대학 출신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자퇴를 고려하고 있는 특성화고 B 학생에게 필자는 이렇게 권하고 싶다. “대학에 가기 위해서 자퇴를 고려하기보다 자신의 전공을 어떻게 심화 확장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자. 그것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대학을 졸업해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학과 거리가 먼 도제식으로 받은 기술이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런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주 희소하기 때문이다. 대학이라는 이름에 현혹되지 말자. 세상에는 학벌과 관련 없는 알짜 일자리가 정말로 많다. 지금은 대학 이름에 가려 그 일자리가 보이지 않지만, 꾸준히 기술과 능력을 향상시킨다면 언젠가 승리자의 미소를 띠게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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