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열 고려대 정책기획팀장

유신열 고려대 정책기획팀장
유신열 고려대 정책기획팀장

필자는 대학 교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평생교육원에 무료 공개강좌를 개설해 매 학기 진행하고 있다. 강좌를 알리는 수단은 평생교육원에서 각 대학으로 발송하는 단 한 번의 전자문서뿐이다. 문서를 수신받은 대학은 교내 포털을 통해 강좌 소식을 교직원들에게 홍보한다. 그러면 매 학기 적정한 인원의 교직원이 이 강좌에 신청하고, 평생교육원은 신청자 정보를 필자에게 전해준다. 그러면 필자는 신청자에게 연락해서 온라인으로 강의만 하면 된다.

이렇게 강좌 홍보에 큰 어려움 없이 강의 준비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부의 행정 정보통신망 덕이 크다. 전자정부법 제52조에는 정부가 행정기관 등을 통합 및 연계하는 정보통신망의 구축·운영 방안을 마련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행정기관 등의 정보통신망과 연계될 수 있도록 설계·운영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2000년 초부터 행정사무의 전산화에 박차를 가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를 구축했고 덕분에 행정수요자는 이 정보통신망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자정부 관점에서 교육 정보통신망 현황과 정책은 어떠할까? 최근 정부는 대학과 대학, 산업체, 지방정부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사업단 형식의 재정지원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의 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뿐만 아니라 최근 발표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사업(RISE),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사업 등이 그렇다. 이러한 산학협력 및 인력양성 사업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기관 간, 그리고 기관과 서비스 대상이 공유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을 포함해 데이터 표준화, 공동관리 시스템 등의 운영 인프라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사업을 예로 살펴보자. 이 사업은 전국의 대학(산업대와 전문대 포함) 중에서 7개 대학이 연합해 하나의 사업단을 구성하게 돼 있다. 2021년에 처음 시작한 이 사업은 현재 8개 분야 사업단이 운영되고 있고 사업단별로 연간 100억 원 규모의 사업비를 지원한다. 지난 6월 초 신규로 추가 선정된 5개 분야 사업단은 5개 대학이 한 사업단을 구성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컨소시엄 사업단은 그 자체가 하나의 대학과 같다. 이 사업의 추진목표가 ‘혁신 융합대학 체계 구축을 통한 첨단분야 인재 10만 명 양성’인 점을 보면 정부도 이 사업의 10만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 실현의 전제 조건이 ‘혁신 융합대학 체계 구축’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정부는 그 임무를 전적으로 개별 사업단에 맡겼다. 그러다 보니 교육전문가로 구성된 각 사업단이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에 집중하기보다 융합대학 체계 구축을 먼저 해결해야만 하는 사업구조가 된다. 실제로 이 사업단의 한 연구원은 6년 한시적 사업 중에서 초기 2년간은 이 운영체계 구축과 안정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했다고 토로한다. 그나마 2021년 시작한 8개 분야의 혁신융합대학 사업단 중 일부 사업단은 연합해서 운영시스템을 구축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컨소시엄 사업단은 각자 운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필요한 주체가 각자 자기만의 전용도로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게 어렵게 구축된 운영체계는 참여 사업단만의 것이 되고, 아마도 사업이 종료되면 그대로 소멸하고 말 것이다.

국가는 국토를 하나로 연결하는 철도와 고속도로를 만들고, 기업은 그 길을 타고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교육 콘텐츠 소통을 위한 국가 수준의 정보통신망 인프라 없이는 혁신융합대학, LINC, RISE와 같은 컨소시엄 사업의 성과는 제한적이고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협력·융합 교육을 위한 국가 차원의 인프라 구축에 대해 모든 주체가 진지하게 성찰해 봤으면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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