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세·경희·한양·세종·건국·외대 등 학과별 모집 U턴

올해 1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모집단위 자율화’ 조치 이후 학과제 전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대가 2011학년도부터 6개 단과대학의 신입생을 학과별로 모집하기로 함에 따라 학과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반면 학과제 전환을 ‘학과 이기주의’로 해석, ‘학문간 담쌓기’로 융·복합 학문이 필요한 시대적 요구를 거스르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국립대는 서울대의 ‘학과별 모집 계획’ 발표 이전에 학과제 전환 바람이 불었다. 전북대·부산대·경상대·충남대·강원대 등 거점 국립대들은 지난해 6월부터 학과제 전환 신청을 받아 2009학년도 입시부터 학과별 모집에 나섰다. 이들 대학들은 학과제 전환 시 재학생들의 소속감과 교수들의 학생관리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립대에도 학과제 전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외대는 2010학년도 입시부터 용인캠퍼스의 인문대·자연대·공대 등의 신입생을 학과별로 모집한다. 세종대도 2010학년도 입시에서 인문·사회대 전체, 자연대 일부에서 신입생을 학과별로 뽑는다. 연세대도 2010학년도 입시부터 문과·이과·공과·사회과학·생활과학대학을 포함, 주요 단과대학의 전형방식을 학과제로 바꿨다.

건국대도 이달 초 2010학년도 입시에서 문과대·이과대를 학과별 모집으로 전환키로 했다. 2개 단과대학을 학과제로 전환해 본 뒤 향후 다른 대학에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경희대도 이미 올해 신입생의 50%를 학과별 모집으로 선발했다. 2010학년도 입시에선 이를 9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양대도 지난 4월 안산캠퍼스 공학대학과 언론정보대학을 학과제로 전환키로 했다. 이미 서울캠퍼스의 인문대는 2009학년도부터 학과별로 모집하고 있다.

대학들은 1995년부터 시작된 학부제의 도입 취지가 퇴색되고,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학부제는 학생들의 전공 선택 폭을 넓혀주고, 학문의 다양성을 수용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소위 ‘인기 전공’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자신이 원하는 전공으로의 진학을 못하는 경우 중도 탈락생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지적됐다. 한양대 이형규 교무처장은 “많은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학과에 진학해 불만을 갖는 등 전공선택 폭을 넓혀준다는 학부제 취지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서강대의 경우 학부제 도입 후 특정 전공을 이수하길 원하는 학생을 다 받아 줬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서강대 천명훈 학사지원팀장은 “특정전공에 학생들이 몰리면 학교 입장에선 교수를 채용하고 실험 기자재도 마련해야 한다”며 “그러나 항상 변화하는 ‘인기 전공’의 쏠림현상에 따라 교수채용과 기자재 구입을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없어 문제가 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모집단위가 광역화되면서 △전공기초교육 약화 △학과 소속감 결여 △전공(학과)간 알력 다툼도 문제로 지적됐다. 허용 한국외대 입학처장은 “학부제 하에서의 전공교육이 학과제 선발 때에 비해 약화됐다”며 “학과제로 전환해 처음부터 해당 학문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뽑아 교육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태영 경상대 교무처장은 “각 전공들이 공동으로 1학년을 운영하다 보니 예산 배정에 민감하다”며 “학부장으로 누가 임명 되느냐에 따라 예산 배정에 영향을 받다보니 오해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과제 전환을 학과 이기주의로 보고, 학부제 유지 입장을 고수하는 대학도 있다. 대표적인 대학이 고려대·성균관대·경북대 등이다. 성균관대 박승철 교무처장은 “융·복합이 요구되는 시대에 학과제로 학문간 담쌓기를 하는 것은 문제”라며 “학과제로 전환해 1학년 때부터 학생을 확보하려는 것은 교수들의 생존을 위한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거점 국립대 중 유일하게 학부제 고수 입장을 밝힌 경북대 김상동 기획처장은 “학과제로 가든 학부제로 가능 중요한 것은 교육·연구의 경쟁력 확보인데, 학과(전공)이기주의 때문에 학과제로 전환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교무처 관계자도 “학생들의 전공 선택 폭을 넓히고, 통섭교육·융합연구가 용이하단 학부제의 장점도 있다”며 “단과대 별로 학과제 전환 신청을 받은 적이 있지만, 학과 이기주의 등을 고려해 좀 더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과제 전환 대학 중 이런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학과별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대학도 있다. 건국대는 문과대·이과대를 확과별 모집으로 전환하면서, 학과별 평가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평가를 통해 입학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위해서다. 김지인 교무처장은 “매년 평가를 통해 잘하는 학과는 격려해 주고 잘 못하는 학과는 분발을 요구하는 의미에서 입학정원을 10% 내에서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평가기준 마련의 어려움, 정원조정 학과의 반발 등이 예상돼 제도 안착 여부는 미지수다.

학과제 전환으로 교수 충원이나 공간 확충이 부담스런 대학도 있다. 상지대 이상호 기획처장은 “학과제로 전환될 경우 공간문제와 개설 교과목 수, 그에 따른 교수 충원 등의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당장 학과제 전환은 무리”라고 말했다. 학과제 전환은 입학 성적·지원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경쟁대학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대학도 많다. 한양대 이형규 교무처장은 “안산의 2개 단과대학, 서울의 인문대학을 학과제로 전환했다”며 “다른 경쟁 대학의 학과제 전환 추이를 봐가면서 전환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하영·민현희·김형·이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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