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대학이 아닌 통합대학으로 ‘글로컬대학’ 사업 공동신청
통합 방식은 아직 ‘미정’…3개 캠퍼스로 개편, 높은 자율성 부여
같은 종교, 같은 계열에서 시작된 대학…유사성 높아 통합 가능성↑

지난 15일 이희학 목원대 총장(왼쪽)과 김욱 배재대 총장이 양교 통합과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목원대 제공)
지난 15일 이희학 목원대 총장(왼쪽)과 김욱 배재대 총장이 양교 통합과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목원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당초 목원대와 배재대의 연합대학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양교의 추진안이 ‘통합대학’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밝혀졌다. 양교는 글로컬대학30 사업에도 공동신청을 했으며, 향후 사업 선정 결과와 관계없이 통합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16일 목원대와 배재대 양교 관계자는 “글로컬대학 사업에 통합대학으로 공동신청을 한 것이 맞다”며 “이번 통합은 글로컬대학 사업 선정 여부와 관계없이 추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발표된 글로컬대학 예비 지정 신청 결과에서 유일하게 ‘사립 일반대+사립 일반대’로 신청했던 학교가 목원대와 배재대로 밝혀진 것이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은 5년간 1천억 원을 지원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비수도권 대학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살생부’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 여겨지는 사업으로, 사업 선정에 실패할 경우 대학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비 지정 신청에는 108개교 94건이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통합을 전제로 신청한 대학은 27개교였다.

교육부는 조만간 이들 대학 중 심사를 통해 1.5배수를 예비 지정하고, 9월까지 선정된 대학들로부터 구체적인 실행계획서를 제출받아 10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와 내년에는 총 10개 대학을 선정하고, 이후 2025년과 2026년에는 각각 5개 대학을 선정해 총 30개 대학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 글로컬사업 시행 발표 기점으로 불붙은 ‘통합 논의’ =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양교의 통합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는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사업 발표 이후다. 이전까지는 지속적으로 교류를 확대하는 안을 중심으로 논의됐지만 발표 이후로 통합 논의까지 진전된 것이다.

이성상 목원대 미래전략본부장은 “연합대학 방식으로 글로컬대학 사업을 준비해왔는데, 논의를 하다보니 통합에 가까운 내용이 담기게 됐다”며 “굳이 연합대학이라는 표현을 썼던 이유는 이사회나 기타 대학 구성원들에 대한 논의들이 깊숙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글로컬대학 사업 신청 당시 연합대학으로 보도가 나갔던 부분에 대해 해명했다.

이어 “양교 모두가 생각하는 연합대학 모델 자체가 지역사회와 함께하자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실현시키는 데 있어 완전한 통합 쪽으로 가는 게 적합하다는 의견에 따라 글로컬대학 사업 신청서도 하나의 혁신 계획서로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교의 통합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교명이나 지배구조 등 이와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순차적으로 진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미 양교는 지난달 22일 글로컬대학 공동 추진위원회를 발족해 로드맵에 따라 추진 중이다.

양교의 관계자는 통합과 관련된 구성원 반발에 대해서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배재대 관계자는 “두 대학 모두 감리교 선교사가 세웠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 신념 등 유사점이 많아 통합 논의가 어렵진 않았다”며 “이미 구성원들 사이에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형성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 대학의 통합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우선, 지리적으로 두 대학 간 거리가 차로 15분 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종교, 같은 계열에서 시작된 대학이라는 점, 통합에 대한 공감대도 잘 형성돼 있는 점, 두 대학 총장이 통합에 적극적이라는 점 등은 향후 원활한 통합을 기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두 대학은 오는 20일부터 이틀간 각 대학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통합 관련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김욱 배재대 총장과 이희학 목원대 총장이 참석해 각 대학 구성원에게 통합의 필요성과 절차, 세부 계획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 혁신·글로벌·첨단전략산업 캠퍼스로 개편…개방형 캠퍼스 구축 = 두 대학의 통합혁신안에 따르면 기존 캠퍼스는 혁신캠퍼스, 글로벌캠퍼스, 첨단전략산업캠퍼스 등 3개 캠퍼스로 개편된다. 이들 캠퍼스에는 운영도 사실상 독립적으로 해 높은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이성상 본부장은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처럼 세 개의 캠퍼스는 운영도 사실상 독립적으로 할 예정”이라며 “의사결정기구에도 지역 산업체나 또는 지자체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혁신캠퍼스는 교양대학과 평생교육대학 통합을 시작으로 건축대학 통합 등을 진행한다. 배재대와 목원대의 교양은 각각 227개, 187개로, 통합 후에는 300개의 교양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캠퍼스에는 공동 한국어교육원, 유학생 취업 지원센터 등을 구축해 보다 유학생 친화적인 캠퍼스 환경을 조성한다.

첨단전략산업캠퍼스는 양교 관련 학과와 기업, 출연(연)이 협력하는 유연한 형태로 설계된다. 양교의 첨단전략산업 관련 전공 교수 간의 협력, 기업 및 출연(연)과의 협력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전공을 운영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대전시 전략산업인 문화콘텐츠산업과 함께 나노반도체, 바이오헬스, 국방 등을 연계한 산학 일체형 전공 교과를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각 캠퍼스에는 혁신타운을 구성해 지역 산업계, 연구기관,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개방형 캠퍼스를 구축한다.

즉, 통합 캠퍼스가 교육 기능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캠퍼스 혁신타운은 대학, 학생, 기업,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교류와 협력 기능에 초점을 두고 있다.

김욱 배재대 총장과 이희학 목원대 총장은 “혁신을 위해 통합이 필요하고, 통합으로 2배 이상의 혁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하나의 신청서를 제출하게 됐다”며 “지역첨단산업 분야, 글로벌 분야, 그 외 전공과 교양교육 분야 세 개의 캠퍼스를 통해 벽을 세우지 않고, 최고의 질을 제공하는 새로운 고등교육 모델을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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