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우리경영연구원 원장(미국 변호사)

박종철 우리경영연구원 원장(미국 변호사)
박종철 우리경영연구원 원장(미국 변호사)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금융으로 시작된 ESG(환경, 사회적책임, 거버넌스)는 이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연성규범(Soft Law)으로 규제되던 ESG는 EU에서 환경관련 입법규제 등을 통해 법률(Hard Law)로 제도화된 무역장벽으로 작용해 수출중심의 국내 산업계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023년도에만 EU가 도입을 추진하는 신규 규제가 43개에 이르며, 2023년 1월부터 시행 중인 독일공급망실사법의 영향을 받는 국내기업은 145개에 달하는 수준으로 ESG경영은 이제 현실의 문제로 부딪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ESG경영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ESG행정으로 중심축을 옮기는 적극적인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소수의 대기업과 다수의 중소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는 국내 산업구조의 경우 ESG 쓰나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및 교육기관의 협력이 절실하다. 현재 중앙정부에서는 기재부차관 중심으로 ‘민관합동 ESG 정책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부부처 간, 지방자치단체 간, 공공기관 간의 격차는 매우 크게 존재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 해소가 현안의 과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 등에서도 ESG경영 추진 체계는 아직 많이 미흡한 상태다.

ESG경영을 가장 먼저 주창한 것이 교육계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990년 전세계의 22개 대학 총장들이 프랑스 딸루와(Talloires) 소재 미국 터프츠대학 유럽센터에 모여 대학이 지구적 환경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2007년 반기문 전(前) 유엔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유엔 글로벌콤팩트는 유엔과 대학의 파트너십 모델로 유엔 책임경영교육원칙(UN PRME, Principles for Responsible Management Education)을 발족했다. 또한 미국 STARS(Sustainability Tracking, Assessment & Rating System)는 대학의 지속가능성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투명한 자체 보고 프레임워크를 운영 중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85. 이제는 지방대학시대』 는 지역과 대학 간 연계 협력으로 지역인재 육성 및 지역발전 생태계 조성에 그 목표를 두고 있다. 지역대학에 대한 지자체의 자율성 및 권한을 강화하고, 지역인재 투자협약제도 및 대학 중심 산학협력과 평생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지자체와의 협력이 요구되는 대학재정지원사업 50% 이상(2조 원 이상)을 지역주도로 전환할 예정이며, 지방소멸대응기금(연 1조 원)도 인구감소지역 89개에 7125억 원, 관심지역 18개에 375억 원이 지역에 지원된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2022년부터 지역특화에 기반한 로컬크리에이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실질적으로 지역으로 정책의 자율성이 강화되고 있다. ESG가 이해관계자 특히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지자체와 지역 교육기관의 연계 활동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울러 지역에 기반한 전문대학에게도 이런 활동이 필수적이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세계 1위 조선업계의 ESG경영 활동에 비해 지역 전문대학의 ESG경영 추진활동은 매우 미비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조선업이 직면하고 있는 ESG 관련 규제에 대비해 해당 전문대학은 ESG 실무 전문인력(환경, 안전, 재생에너지, 해양플랜트, 다문화 등) 양성, 기업체 ESG 교육지원, ESG창업 지역생태계 조성 등 신수종(新樹種) 영역에 대해 지역사회를 지원할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다.

ESG경영은 국내 기업들에게 위기 요인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공급자중심의 교육환경이 수요자중심으로 바뀐 전문대학에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경남지역 제조업 총부가가치에서 가장 높은 비중(21.1%, 2019년 기준)을 차지한 조선업의 경우 ESG 관련 규제의 파고를 적절히 대응한다면 세계 1위의 자리를 더욱더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와 전문대학의 ESG시너지 창출이 필수적이다. 지역 전문대학은 해당 지자체 및 기업과 상생협력해 내부 실행과제인 『ESG경영 내재화』와 외부 지원과제인 『ESG경영 사업화』의 2가지 전략적 방향에서 ESG경영을 활성화해야 한다. 아울러 관련 정부부처에서는 중장기적 접근에서 해당 지자체와 전문대학이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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