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30 사업 예비 선정이 완료됐다. 최종 15개 혁신기획서가 일차 관문을 통과하게 됐다. 탈락 대학의 장탄식과 함께 본선에 나가게 된 15개 팀의 마음도 무겁다. 이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15개 팀 중 10개 팀을 선정하니 경쟁률은 1.5 대 1이다. 예선전 6.26 대 1에 비해 낮은 경쟁률이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이미 혁신성을 인정받은 팀들이기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글로컬대학은 “인구감소와 지역 위기 상황을 맞아 대학과 지역사회의 파트너 십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동반성장을 이끌겠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선정되면 5년에 걸쳐 약 1000억 원의 막대한 자금이 지원된다. 특히 ‘대학이 희망하는 혁신을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 우선 적용’까지 예정돼 있어 비수도권 대학은 사활을 걸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총 108개 대학이 참여했다. 참여 가능 대학 166곳 중 65.1%가 참여했다. 국립대 31곳 중 25곳(80.6%), 공립대 6곳 중 1곳(16.7%), 사립 일반대 66곳 중 64곳(97%), 사립전문대 63곳 중 18곳(28.6%)이다. 사립 일반대 신청률이 높았다. ‘선정 안 되면 끝장’이란 듯이 2곳을 제외한 모든 대학이 나섰다. 건수로는 총 94건이 접수됐다. 단독 신청 81건, 공동 신청이 13건이다. 여기까지가 1차 예선전인 셈이다.

예비 선정과 관련해서 대학가에 예측이 난무했다. ‘거점국립대는 당연히 될 것’이고 ‘통합 계획이 있는 몇몇 사립대도 들어갈 것’이란 예상이었다. ‘교육부와 긴밀한 파트너십 관계에 있는 대학도 들어갈 것’이고 ‘라이즈(RISE) 시범지역 소재가 아닌 대학은 선정되기 어려울 것’이란 걱정도 있었다. ‘사립대 중 단독으로 신청한 대학은 어려울 것’이란 말도 돌았다. 그러나 이번 예비 선정 결과는 그런 예측을 보기 좋게 따돌렸다.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먼저 거점국립대 중 경북대와 충남대, 제주대가 탈락했다. 대학 내부는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큰 파장이 일어났다. 특히 일찍이 한밭대와의 통합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충남대의 경우 탈락 자체가 충격이었다. 당장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어쩌랴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은 기획 단계부터 대학 협의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소통 통로로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대학 현장에서는 협의체 장을 맡는 대학에 어느 정도 프리미엄이 있을 것이란 말이 돌았다. 그런데 결과는 전혀 딴판으로 나왔다. 전·현직 대교협 회장교인 경북대와 동서대, 그리고 현 국공립대 총장협의회 회장교인 충남대가 탈락했다. 적어도 사업 선정과 관련해 ‘교육부’와 ‘회장교’ 간 파트너십은 없었다는 말이다.

라이즈 시범지역 여부가 선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측은 부분적으로 맞았다. 라이즈 시범지역인 경남, 경북, 대구, 부산, 전남, 전북, 충북 지역에서 10개교가 선정됐다. 대구만 제외됐다. 비시범지역인 강원지역에서 강원대와 한림대, 연세대(미래캠퍼스) 3곳이 선정됐고, 울산지역 울산대, 충남지역 순천향대 등이 선정됐다. 결국 시범지역 대학들이 대거 지정됐다고 볼 수 있다.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강원 3곳, 경북 3곳, 경남 2곳, 광주 1곳, 부산 1곳, 울산 1곳, 전남 1곳, 전북 1곳, 충남 1곳, 충북 1곳이다. 총 9개 지역에 15개 팀이다. 본선에서 강원과 경북, 그리고 경남지역 대학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혁신기획서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대학 간 통합’이었다. 총 27곳이 신청서를 냈는데 국립대 간 통합 3건, 국립대와 공립전문대 간 통합 1건 총 4건만 선정됐다. 사립 일반대 간 통합 1건과 사립 일반대와 사립 전문대 간 통합 7건은 모두 선정되지 않았다.

선정이 불발된 사립대 간 통합은 ‘화학적 결합이 아닌 형식적 결합’에 그친 점이 감점 요인이 됐다고 한다. 또한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까지 나가지 못한 한계’도 갖고 있었고,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지역 동반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구체적 플랜’도 부족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5페이지에 불과한 혁신기획서를 가지고 이런 것을 평가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결과 평에서 나온 말들이다.

마지막으로 단독으로 혁신기획서를 낸 인제대, 한림대, 순천향대, 한동대, 포스텍(포항공대), 울산대, 연세대(미래캠퍼스)의 선전이 눈에 띈다. 안될 것이란 예상을 보기 좋게 깼다. 평가 후에는 후일담이 있기 마련이다. 그나마 이번 평가가 세간의 예상을 깬 결과를 도출한 데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흐름도 있다. ‘혁신’만이 살 길인데 이 사업으로 혁신의 아이콘이 될 대학들이 많이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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