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춘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장

권희춘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장
권희춘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장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등에 따르면 지난해(2022학년도) 전국 전문대 신입생 충원율은 87.0%다. 수도권인 경기에서만 지난해 평균 충원율에 미치지 못한 전문대학이 31곳 중 14곳에 달했다. 충원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학도 장안대(49%), 김포대(48.4%), 두원공대(38.6%), 웅지세무대(29.4%) 등 네 곳이나 된다. 신안산대의 경우 신입생 충원율은 2021학년도에 55%, 모집정원을 줄인 2022학년도에도 63%에 그쳤다고 한다.

대학설립·운영규정은 대학설립을 위해 교사·교지·교원·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요건을 갖추도록 정하고 있다. 해당 요건들은 대학 설립 이후 학과 신설, 정원의 증원, 대학 간 통·폐합 등 다양한 대학의 운영 활동 때에도 적용돼왔다.

하지만 대학 설립·운영규정의 4대 요건은 전통적인 교육방식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급변하는 고등교육 환경에 대응한 자유롭고 혁신적인 교육·연구 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앞으로 대학 내 계약학과 설치 없이도 기업 맞춤 교육이 가능한 ‘계약정원제’가 도입된다. 교육부는 산업환경 변화에 맞춰 첨단분야 등 산업계 수요를 반영한 인재양성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 ‘산학협력법 시행령’ 개정을 시작으로 ‘계약학과 설치·운영 규정(교육부 고시)’까지 계약학과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첨단산업 분야의 인력양성을 위해 계약학과를 설치·운영하려는 대학과 산업체는 다음달부터 대폭 완화된 계약학과 설치·운영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전문대학은 우리나라 중견 기능인력 양성과 이에 따른 경제·사회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4년제 대학과의 경쟁 속에서 짧은 교육 기간의 이점과 일부 직종에서 국가공인 자격증 취득으로 전문직 취업이 가능하다는 점 등은 전문대학 존재 이유를 대변한다.

전문대학의 위기는 바로 자연계의 낮은 충원율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일반대학에서도 자연계 이탈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대 또한 자연계열 입학 학생들이 상당수 이탈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학에서는 신입생 입학 후 유지 충원율 관리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전문대학이 처한 어려움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직업교육 기능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양측에 혼재돼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뒤섞인 직업교육 기능을 시급히 재구조화해 중복된 기능을 제거하고 전문대의 고등직업교육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업중심의 전문대학도 변해야 한다. 빠르게 첨단과학 분야 대처가 가능한 현장 실무 중심의 산업체 전문인력 교수를 즉시 채용하고 유연한 커리큘럼, 자율적인 수업과 대학 인근의 산업체에서 일정 시간 현장에서 수업과 동시에 실습이 이뤄져야 한다. 전문대학의 직업교육은 철저하게 현장실습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현재 일부 전문대학의 학과들은 현장실습을 통해 학점을 이수하고, 일정 시수 이상의 현장실습을 통해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

표준현장실습제도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주요 지원 내용은 직무가 부여되는 표준현장실습학기제 참여 학생에 대해 교육시간을 고려해 시간급 최저임금의 75% 이상의 실습지원비를 지급하고, 보험가입 의무화를 통해 참여 학생의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표준 현장실습학기제의 경우 실습기관은 학생의 실습에 필요한 사전교육, 중간점검 및 결과점검, 지도 등의 교육시간(전체 실습 시간의 10% 이상, 25% 이내)을 배정, 실습 중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재해 예방,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부적정한 실습상황에 대해 시정요청, 실습 중단, 복교 등의 조치를 한다는 것이 골자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키워드는 학벌이나 학력이 아닌 능력이다. 학생이 소명을 다해 잘 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흥미를 갖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전공을 유연하게 제공해야 전문대학이 살아날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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