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6일 직업전환교육기관 시범지역 광주·부산·경남·충남·충북 선정
‘디지털 전환’ 대응 신중장년·재직자 대상 직종·경력 재설계 교육 운영
광주, ‘자동차·AI’ 강점 부각…부산, 지역 기반 제조업 DX 절실 피력
경남, 지자체 지원 대학별 특성화 명확…충남·충북 농산업 스마트화 추구

연암대학교 스마트팜 수직농장 실습현장 (사진=한국대학신문DB)
연암대학교 스마트팜 수직농장 실습현장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교육부가 올해 직업전환교육기관, 이른바 DX-아카데미를 시범 운영할 지역연합체 5곳을 선정했다. 광주광역시와 부산광역시, 경상남도, 충청남도, 충청북도 등이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사업비 약 100억 원이 투입되며 디지털 전환에 대비한 신중장년·재직자 직종·경력 재설계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DX-아카데미는 광역지자체와 지역전문대가 협력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지난해 교육부가 기초지자체와 전문대가 연합해 지역 특화 인재를 양성하는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하이브)’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 DX-아카데미도 운영하면서 전문대·지자체 간 협력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이브(HiVE) 사업이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에 대응해 지역의 일자리와 거주 문제 해법을 제시하기 위한 사업이라면, DX-아카데미는 디지털 전환 흐름 속에서 재직자의 경력 재설계를 지원해 지역 경제를 지키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꾀한다고 볼 수 있다. 교육계에선 이에 DX-아카데미 시범지역 5곳의 선정 배경과 교육과정 운영 방향·목표 등 이들 연합체가 향후 어떤 교육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28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DX-아카데미는 △광주광역시 △부산광역시 △경상남도 △충청남도 △충청북도 등 5곳 지역연합체가 선정됐다. 약 100억 원의 총 사업비가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투입된다. 광역지자체·지역전문대 협력 형태로 운영되는 DX-아카데미는 지역사회·산업계 맞춤형 교육과정(비학위과정)을 제공하며 디지털 전환에 대응해 신중장년·재직자 직종·경력 재설계에 초점이 맞춰졌다.

■ 광주, ‘GGM’ ‘AI융복합지구’ 강점 제대로 살렸다 = 광주광역시는 조선이공대(주관대학), 광주보건대·동강대(참여대학) 등과 협력한다. 자동차와 인공지능(AI) 중심의 미래 지역 산업을 육성하고자 △모빌리티 의장·전장 부품 △생체 의료소재 부품 △산업 활용·혁신 AI 등을 3대 특화산업 분야로 정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선정에서 광주광역시는 전국 최초로 노사상생형 일자리창출 모델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와 광주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며 조성한 ‘AI융복합지구’ 등을 크게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나주혁신도시 등 인접한 혁신거점을 바탕으로 첨단기술 연구개발을 확대하기에 유리한 점을 갖췄다는 점도 부각했다. 지역 대표산업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와 미래 첨단 먹거리 산업으로 촉망받는 AI 산업을 핵심 골자로, 이를 DX-아카데미 프로그램에 잘 녹여냈다는 점에서 호평이 이어졌다는 게 교육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역전문대의 특징을 잘 살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주관대학인 조선이공대는 60년 역사를 가진 호남권 유일의 공학계열 특성화 대학이다. 특히 광주·전남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학과구조로 개편하는 데 성공한 덕분에 질 높은 교육 인프라와 대기업 취업에 확실하다는 대학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참여대학인 광주보건대와 동강대도 각각 의료·보건 계열과 창업 교육에 특성화한 산학협력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광주광역시는 자동차산업과 AI, 생체 의료소재 부품 분야가 지역 주력산업인 만큼 디지털 전환에 대한 산업체 요구가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역전문대 특성화를 연계한 광주형 DX 전환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한다면 대학·지자체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지역기업의 디지털 전환 역량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이에 조선이공대는 모빌리티 분야를 중심으로 빅데이터 기반의 모빌리티 제조공정 개선 등에 DX-아카데미 운영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또 광주보건대는 생체 의료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 등에, 동강대는 AI 분야에 집중해 AI 언어를 활용한 스마트 제조 혁신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DX-아카데미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 부산, 노후화된 ‘제조업’ 디지털 전환 절실함 내세워 = 부산광역시는 부산과학기술대(주관대학), 부산경상대·부산여대(참여대학) 등과 협력한다. 지역 뿌리산업인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지능형 기계·부품 △보건의료 △문화 콘텐츠 등을 3대 특화 분야로 삼아 직무별 경력개발 트랙을 제공한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부산광역시는 이번 선정에서 지역경제 전체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제조업과 DX-아카데미 사업 취지를 잘 연결했다는 분석이다. 부산 지역산업의 5분의 1을 제조업이 지탱하고 있을 만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등 산업생태계가 급변하면서 디지털 기술과 융합하지 못한 제조업이 지역 위기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DX-아카데미가 절실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광역시는 이에 부산 강서구·사상구·북구·사하구 등 금속재료, 기계가공, 자동차 부품소재 업체를 중심으로 신산업 제조 분야 취·창업, 직업전환 교육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중소 규모 자동차 부품산업이 밀집해 있고, 국내 대표 항만물류 관문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면 해당 분야 신중장년층의 취업 향상과 창업 유도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선정 과정에서 부산광역시는 경쟁 지자체와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펼쳤지만, 해당 계획이 설득력을 얻어 부산이 최종 선정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부산과기대는 뿌리산업 분야의 디지털 전환에 대응해 취·창업에 집중한 평생교육 과정을 도출하는 데 집중한다. 이와 함께 부산여대는 헬스케어 관리 인력을 양성하고자 보건의료 데이터분석에, 부산경상대는 지역관광 서비스업 기반의 문화콘텐츠를 제작하는 전문인력 양성 과정에 주력할 방침이다.

■ 경남도, 대학별 명확한 특성화…지자체 높은 의지도 한몫 = 경상남도는 경남도립거창대(주관), 거제대·동원과학기술대(참여) 등이 협력한다. △첨단항공우주 △친환경 스마트조선 △지능형 기계 등을 3대 지역 특화산업 분야로 선정하고 취업희망자 전문능력 향상, 취·창업 역량 강화 등을 추진하게 된다.

경상남도는 이번 선정에서 시범지역 가운데 지역산업 특성을 고려한 대학별 특성화 분야와 역할 구분이 가장 명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지역사회와 연계해 강화해온 대학별 특성화 분야를 이번 DX-아카데미 교육과정에도 잘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경남도립거창대는 기존 여러 재정지원사업을 바탕으로 발전시켜온 드론 등 첨단항공우주 분야의 강점을 DX-아카데미에서도 활용할 방침이다. 거제대와 동원과학기술대 역시 각각 해당 지역사회·산업계와 밀착해 특성화를 추진해온 ‘스마트조선’ ‘스마트기계’ 분야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경남도의 경우 대학별 특성화에 더불어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도 이번 선정에 큰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간 경남도가 지역 청년인구 유출 등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해 지역대학 경쟁력 강화에 행정력을 집중해온 경험이 최근 지자체·대학 간 협력을 강조하는 시대 흐름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 고위직 출신 한 교육계 관계자는 “중앙부처인 교육부를 제외하면 공무원 사회에서 교육은 생소한 분야”라며 “심지어 지방정부로 내려가면 교육은 그나마 있는 업무를 지원하는 일도 벅찬데, 신규 사업을 설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남도의 교육에 대한 높은 열의는 다른 지역 입장에선 충분히 부러워할 만한 요소”라고 평가했다.

■ 충남·충북 선정…스마트 농업 등 전통산업에 첨단기술 접목 = 충청남도와 충청북도 역시 이번 DX-아카데미 시범지역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충청남도는 연암대(주관), 충남도립대(참여)가 협력한다. 충청북도에선 충북도립대(주관), 충북보건과학대·충청대(참여) 등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충청남도는 지역의 전통적인 산업 분야라 할 수 있는 농산업을 특화한 ‘데이터 기반 스마트 농업’을 디지털 전환 대응 특화 분야로 설정했다. 농산업 분야를 첨단 기술에 접목해 공학 중심의 농업 시스템, 설비 개발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스마트팜 산업 분야로 특화한 인재를 양성해온 연암대의 강점과 더불어 충남도 도정(道政) 방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충남도립대가 협력한다는 점에서 이번 DX-아카데미 운영의 교육 성과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충청북도는 스마트 농업을 비롯해 ‘이차전지’ ‘시스템 반도체’ 등을 3대 지역 특화 분야로 정했다. 수준별 교육과정을 운영해 지역 신중년 일자리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특히 충북도 내 농업 비중은 18%로 여전히 높지만 노동력 부족 문제가 점차 심화하는 만큼 DX-아카데미 교육과정을 통해 신중장년 일자리 생태계를 효과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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