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용 제주한라대 교무처장​​

​​고석용 제주한라대 교무처장​​
​​고석용 제주한라대 교무처장​​

한 학기가 끝났다. 이번 학기의 시작은 다른 해와 매우 달랐다. 코로나의 긴 터널을 막 빠져나오는 시점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인공지능이 이제 막 펼쳐지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AI 1기 학번’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줬다.

모든 진화가 그랬지만 인공지능의 등장은 그동안의 정보기술 변화가 응축돼 발현된 것이다. 지난 40년간 정보기술은 몇 번의 혁명적 진화를 했다. 1980년대 IBM과 매킨토시 컴퓨터가 열었던 개인용 컴퓨터 시대, 1990년대 월드와이드웹을 통해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던 변화, 2000년대 초반 빌 게이츠의 예측을 적중시킨 스마트폰 혁명, 2016년 이세돌 알파고의 게임을 지켜보면서 머지않은 장래에 인공지능이 등장하리라고 예측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실현되리라고는 예상을 못 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대표격인 챗GPT는 1억 명의 사용자를 돌파하는 데 두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인터넷 등장 이후 특정한 기술이 이렇게 빨리 사용자가 급증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제 인공지능은 공공부문, 기업, 교육기관 등 우리의 일상으로 급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확산 속도가 너무 빠르고, 부정적 효과에 대한 대비가 안 됐다는 이유로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가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 기술이 가져다주는 긍정적 측면 때문에 찻잔 속의 태풍으로 보일 뿐이다. 향후 인공지능은 우리 전문대학 직업교육에 매우 긍정적 기회로 작용하리라 예측된다.

첫째, 인공지능은 학생들이 부족한 기초학습 능력을 키워줄 것이다. 그동안 전문대학 학생들에게 기초학습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여러 노력은 졸업학점의 부족, 행·재정적 여건 부족 등의 이유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창출해내지 못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프롬프트라는 작은 창을 통해서 던지는 질문으로 시작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논리적인 질문은 문제해결의 출발이다. 지금껏 우리 교육에서 가장 취약점으로 지적된 점으로 질문을 하는 학생이 없었다는 사실에 견주어 보며 지금의 이 현실은 매우 역설적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완성도 높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과거와 다른 수준 높은 발표 자료 준비도 가능하다. 프로그램 코딩을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자신이 작성한 코드 디버깅을 순식간에 해결할 수도 있다.

둘째, 인공지능의 도입은 기존 전공 교육과정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다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영향으로 급속도로 대체될 직업들의 우선 순위에서 전문대학 졸업생들이 주로 진출하는 직업 분야는 비교적 하위에 매겨져 있다. 인공지능의 도입은 기존 지식을 가공·전달하는 직업부터 사라지게 할 것이지만 인간적인 대면 서비스가 필요로 하는 현장 중심의 일터까지 확산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따라서 기존 교육과정에서 인공지능의 역할로 넘겨야 할 것과 반대로 더 강화해야 할 영역이 무엇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단순 이론 중심의 교과들은 인공지능 영역으로 넘기고, 현장 중심의 교육 시간을 더 늘리는 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

셋째, 인공지능은 교수 방법, 행정의 효율성에 많은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이제 모든 교수에게 유능한 인공지능 조교가 생긴 것과 같다. 인공지능 조교로부터 수업 설계, 교수학습 자료 작성 등의 직접적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제는 교수가 ‘티칭’이 아니라 진정한 ‘코칭’이 가능한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행정의 효율성도 마찬가지다. 학사 서비스에서 기존 챗봇 수준과는 확연히 다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창조적 기획안의 작성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해내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이 시간에도 수많은 기관과 기업에서 경쟁적으로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있다.

기술중심사회로 접어든 지금, 기술이 인간을 넘어서겠다는 태세다.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부정적 효과 역시 혁신을 통해서만 해결되리라 본다. 이제, 인공지능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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