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교육단체·강득구 의원 등 ‘수능 사태, 학생·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다’ 토론회 개최
실제적이고 근본적인 대입제도 변화 모색…대학 공공성 강화·대학서열 체제 완화 필요 강조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수능 사태, 학생·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다’ 토론회 발제 및 토론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임지연 기자)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수능 사태, 학생·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다’ 토론회 발제 및 토론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임지연 기자)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입시제도 전반을 손보는 등 교육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9개 교육단체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16명의 의원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수능 사태, 학생·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좋은세상 연구소 대표)는 “수능은 탈락한 다수를 승복하게 만드는 엄격한 선별을 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에서 예상 문제에 대한 정답을 맞추는 법을 훈련해 만점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자 ‘킬러문항’이 생겨났고, 수능이 변별을 위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려운 시험이 됐다”고 짚었다.

이어 김 교수는 “엄격한 변별과 성적 등급화, 서열화 필요성 때문에 사교육이 창궐하고 킬러문항이 나온 것이다. 이런 문제를 야기한 것은 수능이라는 제도를 없애지 못하는 한국 대학 서열 때문”이라며 “대학의 수직 서열구조가 완화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최상위원 대학의 최상위권 학과, 의대입학 경쟁은 지속될 것이고, 사교육 의존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학개혁을 통해 대학 공공성을 강화하고, 대학서열 체제를 완화해 대입 병목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정미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 역시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기하와 물리를 듣고 오라고 제시하고 있는데, 수능에서는 기하와 물리를 배우지 않아도 공대에 진학하는 데 무리가 없다”며 “현 수능 체제가 ‘아이들의 단계적인 배움’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소장은 “학생들이 초고난도 문항을 풀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학습하고 있는데 그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최상위권 변별을 위해 다수의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자격과 대학 수학을 위한 자격으로 수능의 방향을 변경하고, 교육의 공공성 측면에서 수능을 계속 상대평가 체제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정 부소장은 “수능을 영어영역처럼 9등급 절대평가로 바꾼다면 수험생이 1등급을 받는 것이 수월해지고, 학교 교육을 신뢰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수능의 전과목 절대평가화도 제안했다.

킬러문항 배제뿐 아니라 전반적인 입시제도를 손보고, 학교 교육과정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도록 이와 연계된 교육 목표 및 방법에 대해 근본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채송화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위원(전국중등교사노조 부위원장)은 “킬러문항 배제가 본질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것은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킬러문항만 이야기가 되고, 대학 서열화 해소와 노동환경 개선 등에 대해서는 언급은 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채 위원은 “교육정책의 목적은 ‘사교육비 줄이기’가 아니라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게 할 것인가’여야 한다”며 “대입을 위한 평가 방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고등학교에서 아무리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해 고교 교육을 내실화해도 고교 수업과 평가, 교사의 교육권이 학교 안에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고교학점제 시행에 맞춰 교사 정원 및 배치를 교과 수업 시수 기준으로 재편성하고, 교실 내 최저 학생 수 기준 법제화 등 교육 제반 여건 개선해 고교 교사들의 무담을 덜어주고, 그 안에 학생과 배움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교육환경 마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경쟁교육 및 사교육 고통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개혁으로 나아가려면 최근 발표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의 방향 수정이 절실하다”며 “△자사고 외고 국제고 유지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서 초3, 중1 전체 학생 참여 권고 △고교학점제 도입 후 고1 공통과목 상대평가 유지 등의 정책 방향이 수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구 소장은 교육부가 3대 교육개혁 중 하나로 ‘대학개혁으로 서열화 및 입시무담 완화’를 언급했던 점을 짚으며 “이 발언을 발전시켜 대학서열 해소 정책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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