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균 서울예대 총장

유태균 서울예대 총장
유태균 서울예대 총장

현대 문명에서 예술대학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이 직면한 질문 중 하나는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미래사회에 대학교육의 기조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입니다. 이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과학기술이 해결할 수 없고,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 본위의 역량은 창의성, 사고와 판단력, 감정과 관계의 이해, 도덕성, 참여와 경험, 유연성과 적응력, 상상력과 직관력, 능동적 사고와 자율성, 공감성과 포용성 등이 제시될 수 있습니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창의성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은 많은 영역에서 우리에게 혁신적인 발전과 편의를 제공했습니다. 인간의 창의력을 흉내낼 수 있었지만, 인간의 정신과 혼을 담을 수는 없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조지 랜드(George Land)의 창의성 연구(creativity test 1968)에 의하면 인간은 4~5살 때 창의력이 천재 수준에 도달하며, 어른이 된 이후에는 2%만 남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러한 어린이들의 천재성은 방해 받지 않은 무한한 상상력의 놀이에 있으며, 교육은 그것을 최대한 유지되도록 개발돼야 할 것입니다. 

예술은 창의성과 예술적 표현에 기반합니다.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독특한 시각이 중요하며, 창의성은 예술 작품의 창조와 발전에 필수 요소입니다. 예술은 사회적인 변화와 문화적인 다양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예술은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높이고, 사회적인 대화와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 때문에 예술가에게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예술적인 시각과 표현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사회적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가의 자기표현과 자아실현을 위한 개인의 창의성과 자신감을 증진시켜야 합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고 새로운 예술의 형태와 기법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예술은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 경영 등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을 촉진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미래의 직업 시장은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하는 분야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때, 창의력은 학생들이 미래의 직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새로운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저희 대학의 교육 소명이 바로 창의력 증진에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 창의력은 책상에 앉아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술적 표현력과 기술은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지만 창의력은 개인의 부단한 상상력과 예술창작에 대한 욕구를 통해 발현됩니다. 즉, 창의력의 시작은 풍부한 상상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논리는 A에서 B로 데려다주지만 상상력은 어느 곳이든 데려다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분야와 달리 예술은 정답이 없으며, 이러한 상상력은 인간에게만 있습니다. ‘상상하다’라는 뜻은 이미지를 형성하고 조작하는 마음의 기능이라고 합니다. 풍부한 상상은 누구에게 있으며, 어떻게 길러낼 수 있는 있을까요? 필자는 섬세함부터 시작된다고 봅니다. 우리의 정보는 경험으로부터 시작되고, 기억으로 저장됩니다. 경험을 상세하게 기억을 할 수 있는 자는 그만큼 상상을 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 겁니다. 상상을 통한 창의적 활동은 ‘영감’이 필요한데, 그 ‘영감’은 목적을 가져다주는 ‘의도’와 ‘혼’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영감’은 지성이나 감정을 움직이는 행동 또는 힘입니다. 한 사람의 세계관을 통해 영감의 의지가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복잡한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지만, 이러한 데이터의 해석과 결론 도출은 여전히 인간의 판단력과 경험에 의존합니다. 비판적 사고는 문제 해결과 의사결정에 필수적인 요소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형성하고 혁신을 이끌어내는 창의력이 필요합니다. 풍부한 상상력은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를 증진시키며, 새로운 예술적 표현과 창작으로 이어집니다. 틀에 갇히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방법 또는 형식과 실험을 통해 혁신적인 발상이 나옵니다.

혁신은 창의력에 의존합니다. 미래 시대의 리더는 특별한 상상력을 갖춰야 합니다. 평범한 상상력을 갖춘 자는 기능적인 역할만을 수행할 뿐이지만 창의적 리더십은 구조적으로 복잡하거나 변화하는 상황에 직면해 혁신적인 솔루션을 만들고 실현하는 능력입니다. IBM 같은 기업들은 신규채용할 때 창의적인 문제해결이 가장 중요한 역량 중의 하나입니다.

고등교육기관 중 ‘인스티튜트(institute)’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대학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그리고 한국의 KAIST(Korean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가 있습니다. 우리 서울예술대학교(Seoul Institute of Technology)와 같이 ‘인스티튜트(institute)’ 명칭을 사용하는 몇몇 예술대학도 있는데, 이러한 명칭을 사용하는 공대나 예술대학의 특징을 보면 실험실(laboratory) 환경에서 창의적 실습과 실험 중심의 교육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혁신을 추구하는 기관들이 창의력 없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없다는 것을 인지하기 때문일 겁니다.

특별한 상상력에 기초한 호기심으로 질문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호기심은 지능, 끈기,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 등이 합쳐진 것입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배울 것인지 알려주고, 학생들을 호기심의 세계로 이끌어야 합니다. 기초 지식을 공급함으로써 정보의 틈을 인식하게 하고, 학생들은 자기도 모르게 쌓아온 기초 지식을 끄집어내어 지식을 재조합하고 재창조해야 합니다. 그렇게 정보를 듣고, 모으고, 여러 각도에서 보다 보면 창발적 생각을 할 수 있고, 다른 정보들과 조합을 만들어 흥미로운 발상을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호기심을 기반으로 해 창의력을 겸비한 예술가만이 인류의 삶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저희 서울예대는 우리 민족의 예술혼과 전통을 이어받아 오늘에 널리 재현하며, 미지의 예술을 향한 실험적 탐구와 창작에 앞서 나가고, 세계성과 주체성을 추구하는 독창적 작업과 전문 교육을 통해 새로운 예술 세계를 펼쳐 나갈 창조적 예술가를 양성함으로써, 글로벌 창작대학으로서 세계를 대표하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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