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한양대공동기획]불붙은 약학대 유치 경쟁(1)

약대 6년제 시행에 따라 보건복지가족부(복지부)가 약대정원 증원 계획을 밝히면서, 전국적으로 약대 신설을 추진하는 대학이 30여 곳에 달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양대와의 공동기획으로 약대 증원규모를 전망해 보고, 대학들의 약대 신설 움직임 등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전국적으로 약대 유치 붐이 일고 있다. 4년제였던 약대 학제가 ‘일반학부 2년+약학부 4년’의 6년제로 개편됨에 따라 28년만에 정원 동결이 풀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30여개 대학이 약대 신설을 추진하거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현재 약대 입학정원은 2008년을 기준으로 1204명이다. 정원외 선발과 편입인원 129명을 합하면 1333명이 된다. 복지부는 대한약사회·약학대학협의회·병원약사회·제약협회·보건사회연구원 등 관련 단체들과 3차례의 간담회를 갖고 증원규모에 대한 의견수렴을 벌였다. 복지부가 3차 간담회에서 제시한 증권규모는 356명이지만, 이달 말 최종 결정에서는 이보다 조금 늘어난 380~400명 선에서 증권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약대들도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문경호 경성대 약대학장은 “6년제 약대 교육을 위해선 교수 수가 더 늘어야 하는데 이는 학생 수가 늘어야 가능하다”며 기존 약대의 ‘내실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20개 약학대학 중 정원 80명을 넘는 곳은 덕성여대·숙명여대·이화여대·중앙대 등 4개교뿐이다. 나머지 16개 대학은 증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특히 강원대(40)·경성대(40)·경희대(40)·동덕여대(40)·삼육대(30)·우석대(40)·원광대(40)·충남대(40) 등 소규모 약대들의 증원 요구는 더욱 절실하다.

이들 대학의 정원을 80명 수준으로 올리려면 470명이 필요하다. 기존 대학들은 공식적으론 ‘80명 증원’을 주장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60명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다. 소규모 약대들을 모두 60명 수준으로만 증원해 줘도 190명이 필요하다.

신설계획을 밝힌 대학들도 사활을 걸고 약대 유치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고려대와 연세대에 이어 한양대·경북대·건국대·동국대 등 의대가 설치된 대형 대학들도 뛰어들고 있어, 기존 약대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복지부와 교과부는 약대 신설과 함께 기존 약대들의 증원 요청을 받아 정원을 배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시·도별 약사 수요현황이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도별로 약사 수요를 감안해 정원을 배분할 것”이라며 “기존대학의 증원이나 신설 대학 선정은 교과부 몫”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복지부가 증원 규모를 결정한 뒤 신설·증원 신청을 모두 받아 대학별 배정 인원을 결정할 계획이다.

벌써부터 교과부 안팎에선 “서울 대형대학과 병원이 있는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증원과 신설 인가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런 예측들을 종합하면 △약대가 없는 지역 △의대와 병원을 갖춘 대학 △국립대 등이 유리할 전망이다.

인천에선 송도에 약대를 신설하겠다는 연세대가, 충남에선 병원과 의대를 갖춘 순천향대와 단국대, 대구에선 경북대가, 경남은 경상대, 울산에선 울산대 등이 유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서울에서도 건국대·고려대·한양대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 약대 증원 356명 적절성 논란
   대학들 “증원 효과 없는 보수적 추계” 반발 


복지부가 약대 증원 규모를 356명으로 제시하면서, 이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복지부는 최근 약대 정원조정안 마련을 위한 3차 간담회에서 증원 규모 356명을 골자로 하는 정원조정안을 내놨다.

오는 2020년까지 매년 350여 명의 약사가 추가 배출돼야 2030년 약사 인력수급이 적정하게 유지된다는 근거에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2030년까지 약사 공급·수요를 추계해 본 결과 350여 명이면 공급과 수요측면에서 균형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70병상당 1명의 약사를 두도록 한 일본의 법규정을 기준 삼아 필요한 병원약사 규모를 추계했다. 오는 2011년 전국의 약국 수가 2만 1500개 정도로 예상되고, 이후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작용했다. 그간 복지부는 약대 4년제 졸업자의 6년제 졸업자의 면허사용률을 각각 65%와 80% 정도로 예상하고, 필요 약사인력을 추계해 왔다.

이 같은 복지부 안이 그대로 현실화될 경우 약대 정원은 현재 1210명에서 1560명 정도로 늘어난다. 그러나 대학들은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줄어드는 셈”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약대들은 6년제 개편에 따라 정원외·편입 선발을 못 하게 된다. 2008년 기준 정원외·편입 선발인원은 129명이다. 1999년부터 10년간 평균은 141.2명이다. 복지부가 제시한 증원 규모 356명에서 130~140명 정도가 빠지는 셈이다. 따라서 실제로 증원되는 숫자는 220명 정도가 된다. 

더욱이 약대들은 2011년까지 2년간 신입생을 선발하지 못한다. 정원외·편입 선발인원까지 합하면 약 2700명을 뽑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 지방대 약대 교수는 “정원외·편입선발과 2년간 신입생 선발을 못 하게 되는 점을 감안할 때, 실질 증원 규모가 220여 명이면 현 수준을 만회하는 데에만 12년 이상이 걸린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복지부도 이 같은 지적을 의식했는지, 증원 규모를 상향 조정할 뜻을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350여 명은 보수적 추계에 의한 최소 규모”라며 “이달 말 확정되는 최종안에선 그보다는 조금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70병상당 1명의 약사를 두도록 한 일본의 법규정에 대해서도 “일본도 최근 30병상당 1명으로 규정을 바꾸려 하고 있어 그 기준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80조제수당 1명의 약사를 두도록 한 현재의 법 규정을 적용하되 병원약사 비율을 꾸준히 높여 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에 반해 기존 약대들의 협의체인 한국약학대학협의회의 기대치는 높다. 협의회는 최근 복지부에 제출한 정원 증원에 관한 건의문에서 “6년제 약대 신입생이 선발되는 2011년부터는 매년 입학정원 776명을 증원해 약대 총정원을 1979명씩 선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약사 부족분을 채우려면 2011년 신입생이 사회로 진출하는 2015년엔 1979명의 약사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추계다.

약학대학협의회 정원증원특위 황성주 위원장(충남대 약대학장)은  “약대가 6년제로 개편하면서 정원외 모집을 더 이상 못하게 되고, 2년간 약대 신입생을 선발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할 때 356명은 오히려 정원이 줄어드는 것과 같다”며 “대학병원의 약사충원율이 37.4% 정도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보수적 기준을 적용, 증원규모를 납득할 수 없게 산출했다”고 지적했다.

 


 

  대학들 약대 신설계획 ‘봇물’
  최대 30여개 대학 추진 준비·검토
  가능성 타진 후 포기 대학 늘 듯
 


대학들이 약대 설립에 뛰어드는 이유는 교육·연구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일단 4년제였던 약대 학제가 ‘일반학부 2년+약학부 4년’의 6년제로 개편됨에 따라 우수 이공계 학부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약대 졸업생의 취업률도 높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선 우수인재 확보와 취업률 제고, 인지도 상승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의·생명공학 연구에도 약대 설립은 도움이 된다. 약대 신설 계획을 밝힌 고려대 한재민 기획처장은 “기초학문에 해당하는 생명과학과 응용학문에 해당하는 의학을 연결하는 고리로서 약대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량 한양대 총장도 “약학은 첨단 융·복합 의생명공학 분야의 필수 학문”이라며 약대 설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대와 생명과학 분야가 설치된 대학은 약대 신설을 통해 메디컬 콤플렉스 구축이 가능하고, BT 연구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아울러 연구논문이 많이 나오는 약학분야의 학문적 특성 때문에 향후 대학평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교과부는 이달 말 복지부로부터 증원 규모를 넘겨받아 대학들로부터 약대 설립에 관한 신청서를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수도권 대형 대학과 병원을 갖춘 지방 국립대가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등 실제로 약대를 유치하는 대학은 극소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최대 30여 개 대학이 신설을 희망하고 있지만, 가능성을 타진한 뒤 신청서 제출을 포기하는 대학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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