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 20일부터 22일까지 코엑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열린 첫 박람회…4시간만에 8000명 넘게 찾아와
입학 관계자, “정시 불안감에 이전보다 많은 인원 찾은 듯…수시 쏠림현상 우려”

20일 코엑스에서 열린 ‘2024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를 앞두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20일 코엑스에서 열린 ‘2024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를 앞두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킬러 문항을 없애고 수능을 개편하겠다는 현 정부의 발언이 불안해 수시 박람회를 찾았다. 수능이 4개월도 안 남은 상황에서 이뤄진 갑작스러운 개편 선언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정시보다는 수시에 무게감을 두고 있다.”

20일 코엑스에서 열린 ‘2024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를 찾은 한 학부모는 이같이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는 ‘킬러문항’을 포함한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수능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수능의 난이도가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정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발언이다.

이런 상황을 대변이라도 하듯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20일 코엑스에서 개최한 수시 박람회에는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찾았다. 대교협에 따르면 총 146개 대학이 참여한 이번 박람회에 입장한 인원은 20일 오후 2시 기준 8178명으로 평일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행사장을 방문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대교협 회장인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 업체보다 더 명확한 진학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참석한 모든 이들이 풍성한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른 아침부터 무더운 날씨였지만 코엑스 1층 A홀 앞은 시작 전부터 수시 정보를 얻고자 하는 학생과 학부모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망하는 대학 상담을 빨리 받기 위해 참가자들이 뛰어들어가다가 안전요원에게 제지를 당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만큼 이전보다 뜨거워진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수시 박람회에는 많은 인원이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김한울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후 열린 첫 수시 박람회… 많은 참가자에 관계자들 ‘깜짝’ =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지난해 박람회보다 많은 인원이 행사장을 찾으면서 주요 대학의 상담 부스에는 시작과 동시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가천대의 경우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입학 상담을 위해 시작과 동시에 30m가 넘는 줄을 서고 상담 예약이 조기에 마감되는 등 높은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 박람회때부터 지적된 주요 대학의 인원 쏠림 현상은 여전했지만 지방대학의 상담 부스도 관심 있는 학생들로 붐볐다. 상담받길 원하는 학생들이 몰려 각 학교 입학 담당자와 대면했으며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 외에도 고2 학생과 학부모도 많이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백석대 홍보대사인 A 씨는 “지난해 수시 박람회에도 참여해 학교 홍보에 나선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인원이 첫날부터 방문하지는 않았다”며 이전보다 높아진 관심에 놀랐다고 말했다.

박람회를 찾은 참가자들은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찾아 부스를 옮겨 다니며 원하는 입학 정보를 얻어가고 있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돼 편하게 상담을 진행할 수 있어 좋았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간호학과를 지망하고 있는 수험생 B 씨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어 대학에 진학하려 한다”며 “다양한 대학을 둘러보면서 어느 대학이 나에게 가장 적합한지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이번 박람회 방문을 통해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대학을 결정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자녀로 둔 한 학부모는 “내년 고3이 되는 아들이 있는데 미리 대입 정보를 확인하고 싶어 방문하게 됐다”며 “많은 대학 속에서 자녀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를 찾아볼 수 있었다. 다음에는 아들도 같이 데려와 정보를 알아보겠다”고 웃어보였다.

행사장을 찾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학 입학 관계자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행사장을 찾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학 입학 관계자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많은 참가 인원에도 “정시 불안감 커져서 수시에 몰리는 것” 우려 = 다만 많은 인파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도 크지만 정시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학생들이 풀기 어려운 ‘킬러문항’을 정시에서 배제하면서 수능의 난이도가 하락하는 ‘물수능’ 우려가 커지자 오히려 별다른 변화가 없는 수시 모집에 학생과 학부모가 쏠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전수영 고려대 세종캠퍼스 입학홍보처장은 “이전보다 많은 인원이 수시 박람회에 찾아오는 것은 긍정적이나 정시 난이도 우려에 박람회를 찾은 학생과 학부모가 는 것도 사실”이라며 학부모들의 정시 불안감이 커졌음을 언급했다. 다른 입학 관계자는 수시 박람회에 지난해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는 것은 정시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더더욱 줄어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전부터 제기된 수시 쏠림현상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입학 관계자들의 말대로 행사장을 찾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부분 수능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경영학과를 지망하는 수험생 C 씨는 “학교에서 수시와 정시의 비율이 8대 2 정도인데 ‘킬러 문항’을 내지않겠다는 발표 이후 최상위권을 중심으로 정시 모집을 꺼려하는 학생들이 더욱 많아졌다”며 현장의 상황을 전했다.

특히 학부모들은 갑작스러운 ‘킬러 문항’의 삭제와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수능’ 발언에 정시를 통한 대입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꼬집었다. 고3 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 D 씨는 “수능을 반년도 안 남긴 상황에서 교육 당국의 오락가락한 행보로 학부모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다”며 “누구를 위한 공정수능인지 아직도 혼란스럽다. 수시로 몰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학부모는 수시 박람회에 이전보다 많은 인원이 방문하는 것을 교육 당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그는 현재 교육부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입 방식이 학부모에게 믿음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은 불안하다. 수시든 정시든 믿음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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