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교육연구소, 12일 고등교육 현안 이슈브로슈어 발간
반값등록금 정책의 과제, 평생교육 체제 전환 등 대학 경쟁력 갖출 4가지 방법 제시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12일 고등교육 이슈별 현안에 대한 이슈브로슈어 4종을 발간했다. (사진=대교협)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12일 고등교육 이슈별 현안에 대한 이슈브로슈어 4종을 발간했다. (사진=대교협)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난 등 위기 속에서 대학들은 교육 경계의 틀을 깨는 유연하고 질 높은 평생교육 체제로서의 혁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대학 간 통·폐합과 연대·협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본의 고등교육정책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고등교육 이슈별 현안에 대한 브로슈어를 발간했다. 대교협 측은 발간의 이유로 대학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슈별 현안에 대한 문제를 분석하고 개선 방안과 정책적 제언을 도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로슈어는 △반값등록금 정책의 성과와 과제 △고등교육기관의 고등평생교육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과제 △일본의 대학 연대·통합 촉진 전략과 대학-지역 간 협력을 통한 지방 활성화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중심으로 본 소규모 대학의 현황과 개선 과제 등 4가지 이슈로 구성됐다.

■ 10년 넘긴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학 재정 위기 초래…고등교육재정교부금 필요성 언급도 = 많은 대학이 신음하고 있는 재정 위기와 관련해 대교협은 먼저 반값등록금 정책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행된 지 10년을 넘긴 반값등록금의 긍정적 성과와 부작용을 분석해 개선 과제를 향후 대학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브로슈어에서 대교협은 학생의 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 시작된 반값등록금 제도는 지난 2015년 완화 목표를 달성했지만 대학 등록금을 2012년 수준에서 머무르게 해 재정 위기와 이로 인한 고등교육의 질적 하락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립대학보다 상대적으로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학의 재정 위기가 심화된 점을 지적했다.

2002년부터 2021년까지의 사립대학 교비회계 운영손익 변화 그래프. (사진=대교협)
2002년부터 2021년까지의 사립대학 교비회계 운영손익 변화 그래프. (사진=대교협)

실제로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 발표한 2002년부터 2021년 동안의 ‘사립대학 교비회계 운영손익 변화’를 살펴보면 사립대학의 재정은 2009년 등록금 동결 직후 2010년부터 운영손익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6년부터는 적자를 기록, 2019년과 2021년에 잠깐 소폭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교협은 반값등록금이 지금까지 학생 부담 완화에 초점을 뒀다면 지금부터는 대학 재정 지원정책을 개선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유지했던 등록금을 인상하고 관련 규제를 철폐해 대학의 전문성을 확보할 때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경상비 지원이 가능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의 신설과 관련 법 제정을 통해 대학재정 안정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대학의 미래는 평생학습에서, 학습자 중심 제도 개선하고 지원 강화해야 = 최근 대학가의 시대적 흐름에 맞는 평생교육 체제로의 전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희수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가 중심이 돼 서술된 두 번째 브로슈어에서는 앞으로의 고등교육은 폐쇄형 전통적 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에서 벗어나 대부분 비형식 교육과 무형식 교육을 통해 이뤄지는 평생교육 위주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당 교육을 받는 성인평생학습자들이 연령, 성별, 사회계층, 삶의 경험에서 다양성을 보이고 있어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사고의 전환과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고등평생교육 사업을 왜 유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학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학령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지역사회 소멸 위기 등 유연한 평생교육 체제로의 혁신을 대학이 요구받고 있지만 구성원들이 평생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이처럼 평생교육에 익숙하지 않은 대학들이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분야에 대한 지원이 많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마련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고등평생교육의 안정적 기반과 질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걸음마 뗀 ‘RISE·글로컬대학’ 사업, 일본의 위기 극복 과정에 해답이 보인다 = 일본은 이전부터 장기간 지속된 동경권 집중화와 학령인구의 감소로 지방 중소규모 사립대학의 경영 악화와 이에 따른 지역 공동체의 침체 등 우리나라와 유사한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계는 RISE와 글로컬대학 사업 등을 준비하며 이제 막 변화의 발걸음을 내딯은 상황이다. 이에 대교협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일본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는지 그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본에서 하나의 국립대학 법인이 복수의 대학을 설치 및 운영하는 사례. (사진=대교협)
일본에서 하나의 국립대학 법인이 복수의 대학을 설치 및 운영하는 사례. (사진=대교협)

각 대학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대학법인의 경영을 효율적으로 바꾸기 위해 대학 간 통폐합을 선택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단일 국립대학 법인의 복수대학 운영제를 도입해 단순 통폐합을 넘어 각 대학이 가진 장점과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통합의 시너지를 높이고자 했다.

대학 간 협력을 뛰어넘는 대학 연대체계와 지역 플랫폼 구축에도 공을 들였다. 대학 간 연대는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이뤄지고 있으나 일본은 별도 법인의 설립을 허용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대학 연대체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또한 지방사립대학의 공립화 추진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수도권 및 대도시 대학의 위성캠퍼스 유치 등 대학과 지역 사이에 보다 다양한 연대와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브로슈어를 작성한 김정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본이 고등교육의 위기 극복의 이유는 2018년 발표한 ‘2040년을 향한 고등교육의 그랜드 디자인’을 통해 일관적인 교육 방식을 관철해오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본의 그랜드 디자인은 현재 고등교육 인재 육성의 방향과 대학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고민을 담은 지침서가 없는 우리나라에 중요한 시사점이 되고 있다”며 “관련 매뉴얼이 거의 없는 우리 교육계가 앞으로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 “소규모 대학 지원 방식,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 모집 정원 500명 이하인 소규모 대학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대교협의 주장도 이어졌다. 대부분 대학에서 정원 감축이 이뤄지는 가운데 입학 정원이 적은 소규모 대학의 감축은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019년부터 2022년 대학 규모별 재학생 충원율을 나타낸 지표. 소규모 대학의 증감폭이 가장 크다. (사진=대교협)
2019년부터 2022년 대학 규모별 재학생 충원율을 나타낸 지표. 소규모 대학의 증감폭이 가장 크다. (사진=대교협)

사립대학 재정진단 지표에서 충원율이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기준 48개의 소규모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2019년 86.61%에서 2022년 76.01%로 크게 떨어졌다. 재학생 충원율도 동일 기간 82.34%에서 76.91%로 낮아진 수치를 보였다. 이에 대교협은 소규모 대학의 현황에 적합하지 않은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등 정량지표를 평가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는 정원 조정 정책에서 소규모 대학으로 분류되는 소규모 종교 특성화 또는 예술계 특성화 대학을 포함시키는 것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해당 주제로 브로슈어를 작성한 이인서 한라대 교수는 “소규모 대학의 정원 감축은 해당 대학의 재정난을 유발하고 종교계에서 필요한 인력 공급을 어렵게 만들기 쉽다”며 적절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소규모 대학 컨소시엄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일본의 소규모 대학이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을 받아 컨소시엄을 통해 발전하는 사례가 있다”며 소규모 대학 간 공유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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