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배상기 전문대교협 진학지원관
배상기 전문대교협 진학지원관

필자는 지방의 한 교육청에서 개최하는 대학진학 박람회에 전문대학을 지원하고자 하는 수험생을 상담하기 위해 상담자로 박람회에 참여했다. 그 지역 박람회도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필자의 상담 부스는 입구에서 첫 번째라 박람회장을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을 살펴볼 수 있었다. 모두 꿈에 부푼 표정이고, ‘조금 더 좋은 대학’을 찾으려는 비장한 모습도 보였다. 특히 수험생의 어머니는 수험생보다 더욱 결연해 보였다.

수험생들이 찾아와 상담했다. 그러던 중에 한 어머니가 불쑥 찾아왔다. “무엇을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고 했더니, 자신이 생각한 학과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의 아이는 성적이 좋지 못해 대학에 보내면 안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최근 4년제 대학에 가도 그다지 공부하는 것 같지도 않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힘든 것을 보니, 이 시기의 대학은 의미가 적은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빨리 대학을 졸업시키고 원하는 일을 찾게 도와주고 싶다고 한 것이다. 아이도 공부보다는 실물을 갖고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필자는 그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분이 원하는 전문대학의 해당 학과를 찾았다. 그분은 만족해하면서 자신의 딸이 매우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대학이라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세상에 살다 보면 경제적 능력이 중요한 거지 학벌은 생각보다 의미가 적더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면서 자신의 딸이 이 계통으로 남들에게 인정받는 실력자가 되어 돈도 많이 벌고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필자는 그 어머니의 말에 동의한다. 사람이 세상에서 필요한 것은, 자신의 ‘조금 더 나은 삶’을 꾸려갈 경제적 능력이다. 시대는 변했고 실제로 변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 기회는 다양해졌고, 돈을 벌 수 있는 액수도 과거와 다르다. 사람들의 인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래에는 ‘조금 더 좋은 대학’을 졸업해야 ‘조금 더 나은 삶’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조금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됐다.

필자의 친구는 교사로 정년퇴직을 맞았다. 그는 형제 중에서 자신만이 대학을 졸업한 것에 대해 매우 미안한 마음을 가졌었다. 하나뿐인 남동생이 대학을 중퇴하고 직업 전선에 뛰어들었기에 더욱 그런 미안한 마음이 컸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미안한 마음은 안도의 마음으로 변했다. 남동생이 자신의 수입보다 두 배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비로소 편안한 마음이었는데, 자신이 대학에 가지 않고 동생처럼 일했다면 더 나은 삶을 살았을 것이란 후회를 했었단다.

그의 남동생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군에서 제대하면서 대학을 중퇴하고 직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대학을 졸업해도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대형 트럭 운전기사가 되었다. 트럭을 운전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해 자신의 트럭을 가졌다. 그 후에는 경제적 안정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밤새 운전하는 어려움은 있었지만 경제적, 시간적 여유는 교사보다 훨씬 더 누리고 살았다. 그리고 형의 아들인 조카가 미국으로 유학 갈 때, 용돈으로 준 돈이 수백만 원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여유 있는 삶을 누리고 있었다.

우리는 조금 더 좋은 대학에 가면 조금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세뇌된 것 같다. 그 말은 옳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옳은 것이 아니다. 조금 더 좋은 대학에 가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기회가 주어질 수 있지만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 구조상 대학 졸업자를 모두 수용할 만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친구 동생처럼 빠른 판단으로 사회에 뛰어드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대학을 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대학이 필수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매우 다양한 방법과 길이 있다. 다만 대학에 가려고 찾지 않았을 뿐이다. 경제적 자립을 빨리하면 할수록 삶은 조금 더 나아진다. 그 길을 찾는 것이 조금 더 좋은 대학만을 의지하는 것보다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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