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성 서울교육대학교 총장

임채성 서울교대 총장.

지난 19일 참으로 충격적이고 황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무어라 할 말을 잃었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슬픔과 비통함이 밀려들었다. 우리는 너무나도 소중한 가족이자 동료를 잃어버렸다.

교원양성대학의 총장이기 이전에 ‘교육 가족’의 일원으로서, 아니 그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이 충격적 사건이 살아있는 우리에게 엄중한 질책과 책무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권침해 문제’의 근원은 우리의 ‘교육 문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학부모들이 보여주는 ‘자녀 과잉보호 현상’은 그 문화의 단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선생님들의 교육적 훈육과 지도를 자녀에 대한 ‘정서 학대’, ‘인권 침해’, ‘차별’ 등으로 곡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생님들은 교육자로서의 무기력함과 동시에 온갖 오해와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현재 교사의 위치를 보여주는 참담한 현실이다.

우리 교육 문화가 지니고 있는 이 병폐와 문제의 근저에는 공동체적 삶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이익과 편의만을 내세우는 경박한 성향이 자리잡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교육은 ‘인간적 공동체’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다. 전쟁이 터지고, 가난의 곤궁함이 괴롭히더라도 공동체는 붕괴되지 않는다. 우리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도리어 그것은 공동체를 더 강하게 결속시킨다. 학교는 바로 이런 가치와 태도를 가르치는 곳이다.

다만 적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와 타인을 존중하는 심성을 지니지 않는다면 공동체는 곧장 안에서부터 붕괴될 수밖에 없다. 충격적이고 슬픈 이번 사건은 살아있는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그것이 지니는 병폐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엄중한 책무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철저한 진상조사와 신속한 수사가 이뤄져 이 사건의 진실부터 규명돼야 한다. 또한 학교에서 교사는 사명감을 갖고 가르치고, 학생은 행복하게 배울 수 있도록 교권보호와 생활지도에 대한 법적·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일도 시작해야 한다. 서울교대 또한 이와 관련한 교육에 더욱 만전을 기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의 교육과 공동체가 지니는 병폐와 위험의 단면을 여실하게 폭로했다. 더 성숙한 교육 문화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은 살아있는 우리에게 지워진 책무다.

비통한 심정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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