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찬 제이앤드컴퍼니(J&Company) 부대표

홍순찬 제이앤드컴퍼니(J&Company) 부대표
홍순찬 제이앤드컴퍼니(J&Company) 부대표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 국가로 성장한 우리나라는 1인당 GDP 4만불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경쟁력의 근원이 되는 교육경쟁력은 어느 수준일까? 2022년 IMD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육경쟁력은 63개국 중 29위이다. 그나마 29위를 지탱해 준 지표는 문맹률(1위), 대학 진학률과 연관된 고등교육 이수율(4위), 학업성취도(6위)다. 반면 GDP 대비 교육 관련 공공지출은 42위, 대학 교육(사회 요구에 부합 정도)은 46위, 경영교육(산업계 요구에 부합 정도)은 46위, 고등교육 외국인 학생 수 40위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고등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RISE)사업, 글로컬사업, 첨단분야혁신융합대학사업과 같은 주요 정부 재정지원사업에서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점은 ‘대학 안팎의 벽을 허물도록 유도’하는 것과 ‘지자체와의 상생을 하도록 재정을 지역분산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1학년부터 전과 허용, 학과·학부의 칸막이 폐지, 대학 간 컨소시엄을 통한 공동교육과정 운영, 전임교원 교수시간의 탄력적 운영, 학교 밖 수업 활성화 등이 가능해진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라 하겠다.

그러나 대학 교육의 근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역할에 따라 연구중심대학, 지역거점국립대학, 지역사립대로 ‘리그(League)’가 다른 대학들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해 재정을 지원하는 획일화된 정책은 개선돼야 한다.

소위 최상위권 대학들은 진정한 연구중심대학이 돼야 한다. 전 세계를 선도하는 석학들을 모으려면 다른 나라의 연봉 수준만큼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더 이상 호봉제로는 불가능하다. 미국과 같이 국가 차원에서 분야별 연구 펀드를 조성하고, 산업체와 협업해 기업과 학교가 하는 연구가 일치되도록 해야 한다. 특화된 연구 분야를 보유해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학생을 대학원으로 유인해야 한다.

지역거점국립대학은 목적 자체가 해당 지역 학생들을 잘 가르쳐서 정주시키는 것으로서 해당 지자체와 관련 산업체와 상생하는 교육-연구 체계를 가져가야 한다. 지역의 수요를 반영한 실용적인 학문을 개발해야 하며 지역거점국립대학을 나오면 해당 지역에서 모두 취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산업체 재교육, 경력단절자 재취업, 지역주민의 수요를 반영한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지역사립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이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한 지방대 총장은 입시박람회에서 학부모들이 이미 대학들의 전공 커리큘럼과 진로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데에 놀랐다고 한다. 이제는 학과의 이름만 바꾸는 식의 학사 구조개편은 통하지 않는다. 학생이 입학 후 전공을 선택하게 하고, 수요가 높은 전공을 중심으로 특성화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동시에 충원율과 취업률이 낮은 학과·전공을 과감하게 폐지하는 것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혁신을 몰라서 못 하는 대학이 있을까? 결국 어느 대학이든 선순환 구조의 출발점은 재정이다. 수익용 기본재산을 활용해 재정에 충당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립대 재정의 과반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등록금을 동결한 채 교육의 질을 높이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15년째 동결 중인 대학 등록금은 물가를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20% 낮아진 셈이다. 대교협의 ‘대학 등록금 및 사립대 운영 손익 현황 분석’ 자료에 의하면, 2023년 소비자물가 인상률을 반영한 대학 평균 실질 등록금은 2011년 대비 국공립 20.8%, 사립 19.8% 인하된 수준이라고 한다.

대교협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학 총장의 70%가 등록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과 같이 등록금 대부분을 국가 재정으로 충당할 수 없다면, 미국과 같이 대학이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와 같은 사회주의적 성격의 등록금 동결 기조 정책을 이제는 심각하게 재고해봐야 할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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