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의 교육혁신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2월 유 총장은 취임사에서 “서울대학 대전환의 기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서로 다른 생각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어우러져 토론하고 논쟁하며 서로에게서 배우는 ‘서울대 교육’,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의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일환으로 서울대 종합화 50주년 해인 2025년에 맞춰 학부대학 설립이 준비되고 있으며, 레지덴셜 칼리지(RC : Residential College)로 가는  ‘LnL’(Living&Learning)도 시범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유 총장은 다양성 확대 측면에서 대입 제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데, ‘지역균형전형’ 선발 인원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수도권 집중, 지방소멸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대에 참 필요한 정책이란 생각이다. 공교육이 제대로 구실을 못하고 사교육이 성행하는 현실에서 비교적 여건이 좋은 수도권 지역 학생의 서울대 진학 비율이 높아지자 서울대가 대안으로 내놓은 정책이 ‘지역균형전형’ 제도였다. 

2005학년도 입시부터 도입된 ‘지역균형전형’ 제도는 전국 고교 학교장에게 최대 2명의 학생을 추천받아 학교생활기록부와 면접 등으로 평가하고 최종 수능 최저학력 기준 이상을 받은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동 제도가 제대로만 운영됐다면 ‘학생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제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역균형전형’ 선발이라는 원래 취지는 달성되지 못했다. 이 전형 입학생의 수도권 편중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안민석 의원에게 제출한 ‘지역균형선발 전형 입학생 고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학년도 이 전형 입학생 544명 중 서울지역 고교 졸업생이 149명(27.4%), 수도권(서울·경기·인천) 고교 졸업생이 279명(51.3%)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전국 고등학교 2353 곳 중 서울지역 고교 비율이 13.5%, 수도권 고교 비율이 38.8%인 것을 감안할 때, ‘지역균형전형’ 입학생 비율은 각각 2배 및 1.5배 높은 수치다. 이 전형 입학생 중 서울지역 고교 졸업생 비율은 20.5%(2013학년도)에서 27.4%(2017학년도)로 점점 증가 추세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는 265명(48.7%)이 선발됐다. 

이런 경향은 이후 5년 동안에도 반복됐다. 2022년 서동용 의원이 발간한 정책자료집 〈서울대 법인화 10년을 돌아본다〉에 따르면 서울대 전체 신입생 중 서울지역 학생 비율은 2018년 38%에서 2022년 36.1%로 다소 하락했지만, 서울지역 학생 수가 전체 학생 대비 16.8%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2배 이상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직전 5년간 이 전형을 통해 입학한 수도권 학생 비율은 2018년 53.4%(332명), 2019년 50.6%(282명), 2020년 51.6%(315명), 2021년 51.4%(369명), 2022년 50.7%(334명)로 꾸준히 절반 이상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지역 쏠림 현상이 여전한 것이다. 이런 쏠림 현상을 지역균형전형에서 보완해야 했으나 오히려 수도권 편중 현상을 보이고 있으니 ‘수도권특별전형’으로 부르는 편이 낫겠다는 비아냥이 들려온다. 그동안 제도 개선 소리가 높았지만 별무성과였다. 서울대가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성을 그 무엇보다 강조하는 유 총장의 서울대에서는 달라져야 한다. 이런 문제를 그대로 두고 단순히 ‘지역균형전형’을 확대한다면 다양성 확보는 차치하고 수도권 편중 현상을 더욱 고착시키는 우를 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서울대가 지역 인재를 고르게 선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특정 지역의 과도한 합격 비율을 제한하자”는 안민석 의원의 방안도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아예 지역별 쿼터제를 둬 특정 지역 출신 학생들이 과도하게 합격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서동용 의원 정책자료집에서는 “지역균형전형이 고등학교별 추천받은 학생 중에서 선발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수능 최저학력 기준, 서류평가 등에서 선발자의 지역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형기준 등 보다 디테일한 부분을 손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 총장의 서울대 전환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이왕 지역균형전형을 확대한다고 했으니 그동안의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우직하게 밀고 나갔으면 한다. 더불어 차제에 ‘기회균형선발제’도 손을 봐 보다 더 다양한 학생들이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만전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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