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현 교수.
이용현 교수.

[한국대학신문 이정환 기자] 이화여자대학교(총장 김은미) 약학과 이용현 교수가 기존에 가장 널리 활용되는 항암면역치료제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독성이 없고 생적합도가 큰 히알루론산과 빌리루빈 물질로 이루어진 나노소재기반 항암면역치료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해당 연구 결과를 실은 논문 ‘히알루론산-빌리루빈 나노의약 기반 병용화학면역요법(Hyaluronic acid - bilirubin nanomedicine-based combination chemoimmunotheraphy)’은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최근 인체가 가진 면역세포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세포와 싸우게 함으로써 암 전이와 재발 방지에 효과적인 항암면역치료기술이 화제다. 이 중에서도 항암효능을 갖는 대표적인 면역세포인 세포독성 T-세포의 비활성화를 막아 암을 치료하는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blockade, ICB)는 가장 혁신적이고 성공적인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암환자의 10%, 흑색종암의 경우 30%에서만 면역관문억제제의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져 한계점으로 지목되어 왔다. 이러한 현상은 세포독성 T-세포의 낮은 종양침투정도와 종양관련 골수세포(Tumor-associated myeloid cells, TAMCs)에 의한 종양 미세환경 내 면역억제 반응이 항암 치료에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종양세포를 죽이는 특수한 형태로 항암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면역원성 세포사멸(Immunogenic cell death, ICD)’ 방식이 있다. 그러나 항암 면역반응을 제어하는 기존 치료제들에서는 낮은 종양관련 골수세포 조절능, 전신 염증반응, 세포독성 T-세포에 대한 독성을 비롯한 다양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전신 부작용 없이 면역억제적인 종양관련 골수세포(Tumor-associated Myeloid cells, TAMCs)를 조절하고 면역원성 세포사멸(Immunogenic cell death, ICD)을 유도하면서 동시에 세포독성 T-세포에 대한 치료제들의 독성을 감소시키는 방법의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이화여대 이용현 교수 연구팀은 활액과 세포외 기질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히알루론산과 황달의 원인물질인 빌리루빈이라는 내인성 물질들로 이루어진 히알루론산-빌리루빈 나노입자를 활용해 면역원성 세포사멸(Immunogenic cell death, ICD) 유도와 종양관련 골수세포(Tumor-associated Myeloid cells, TAMCs) 조절이 동시에 가능한 약물을 발굴 및 봉입시킨 차세대 항암면역 치료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히알루론산-빌리루빈나노입자기반 항암면역치료기술 모식도.
히알루론산-빌리루빈나노입자기반 항암면역치료기술 모식도.

이 기술은 히알루론산 껍질의 표적지향성을 바탕으로 종양세포와 종양관련 골수세포에 봉입된 약물을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본 기술이 면역억제 종양미세환경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동시에 종양세포특이적으로 면역원성 세포사멸을 유도하여, 항암효능이 있는 세포독성 T-세포가 향상된 종양침투성과 높은 활성을 갖도록 야기함을 확인했다. 특히, 기존 항암면역치료제와 기술들이 세포독성 T-세포에 대한 독성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본 차세대 항암면역 치료기술은 빌리루빈코어의 세포보호능에 기인해 세포독성 T-세포에 대한 봉입된 약물의 독성을 극적으로 낮추는 흥미로운 결과도 함께 발견됐다.

이번 연구결과에서 가장 주목할 사항은 면역억제 대장암 및 면역관문억제제가 전혀 듣지 않는 유방암을 가진 쥐에게 본 차세대 항암면역 치료기술과 면역관문억제제를 동시에 적용했을 때 아무런 부작용 없이 암이 완전히 제거되고, 암전이 및 재발이 발생하지 않은 점이다.

연구를 주도한 이화여대 이용현 교수는 “독성이 없고 생적합도가 큰 내인성 물질인 히알루론산과 빌리루빈으로 이루어진 나노소재를 활용하는 항암면역치료법에 대해 국내외 많은 연구자들뿐 아니라, 본 소재에 익숙한 일반인들도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외 메가트렌드인 면역관문억제제가 듣지 않는 암환자들과 부작용을 겪는 환자들에게 적용 가능한 새로운 치료기술 개발을 통해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내외 환자들의 고통 경감이 가능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 연구, 미래기술연구실 사업,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공동연구활성화 지원사업 및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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