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대학교, 현대삼호중공업과의 간담회에서 유학생 취업 포함한 산학협력 논의해
“전문기술 갖춘 외국인 유학생 필요하다”…대학에 직접 유학생 원청 채용 제안해 ‘눈길’
현대삼호중공업, “현장 인력난 심각…전문대학과의 협력 확대해 유학생 인재 확보하겠다”
양영희 서정대 총장, “관외 기업과의 협력으로 유학생 취업 및 정주 방안 새로운 활로 찾아”

서정대학교는 ㈜현대삼호중공업과 17일 산학협력 간담회를 가지며 유학생 채용 계획을 논의했다. 현대삼호중공업 측은 서정대에 재학 중인 유학생을 본사로 채용하는 원천 채용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김한울 기자)
서정대학교는 ㈜현대삼호중공업과 17일 산학협력 간담회를 가지며 유학생 채용 계획을 논의했다. 현대삼호중공업 측은 서정대에 재학 중인 유학생을 본사로 채용하는 원천 채용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김한울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유학생 정책이 유치를 넘어 취업 및 정주 방안까지 유도하는 정부의 단계별 전략이 제시된 가운데 이에 부합하는 사례가 나와 대학가의 이목을 끌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서정대학교가 유학생 취업 방식의 새로운 길을 열지 주목된다. 지난 17일 서정대에서 맞춤형 직업훈련 교육을 받고 있는 유학생들의 진로 개척 현장을 찾았다. 

17일 서정대 용접실습실을 찾은 김환규 현대삼호중공업 전무가 학교 측으로부터 실습 진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김한울 기자)
17일 서정대 용접실습실을 찾은 김환규 현대삼호중공업 전무가 학교 측으로부터 실습 진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김한울 기자)

■ “현장에서 전문적인 외국인 인재 필요…유학생 본사 취업 보장하겠다” = 17일 서정대에서 열린 산학협력 간담회에 참석한 김환규 현대삼호중공업 전무는 서정대 글로벌산업공학과 소속 유학생을 본사에 직접 채용하는 원청 채용 방식을 학교에 제안했다.

이날 김환규 전무는 “현장에서 외국인 유학생의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외국 인력이 단순 업무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양질의 실무교육을 받은 외국인 유학생 본사 채용 논의를 위해 서정대를 찾게 됐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이전부터 기업이 대학과 협력 관계를 맺으며 단순 유학생 취업을 약속한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 사례처럼 본사 채용을 꺼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은 “이전까지 전문대학의 산학협력 논의에서 유학생보다는 내국인 취업에 집중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간담회는 기업에서 직접 외국인 유학생 원청 채용 논의를 꺼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학 관계자들과 대학 내 용접 실습실을 방문해 실습 장면을 살펴본 김 전무는 유학생 실습을 위한 작업복 300벌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며 지속적 협력 관계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서정대와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들이 유학생 채용을 포함해 산학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김한울 기자)
서정대와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들이 유학생 채용을 포함해 산학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김한울 기자)

■ 관내 지역기업이 아닌 관외 기업과의 산학협력 논의한 서정대 = 주변 산업과 연계한 지역연계에서 벗어나 관외 기업과의 협력에 나서고 섬유산업이 발전한 양주에서 조선기업과 협력을 도모했다는 점도 대학가의 적잖은 관심을 받았다. 서정대가 있는 경기도 양주와 현대삼호중공업이 위치한 전남 영암이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어서다.

이에 대학 측은 외국인 유학생 취업이 지역에 국한될 필요가 없다는 인식에서 현대삼호중공업과의 협력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덕상 서정대 국제협력처장은 “통상적으로 대학들은 관내 산업기반 협력에만 머물던 방식을 택했는데 유학생의 경우 관외 지역과도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에 관외 산업체와도 협력 관계를 모색했고 그것이 이번 간담회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외국인 유학생 기반의 산학협력이 비자 정책과 연계돼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언급했다. 신 처장은 “섬유 직종과 관련된 유학생 비자가 없어 서정대가 2021년부터 다른 특례제도가 있는 선박도장공 분야를 선점하고 준비했다”며 “전문성을 높이고 관련 분야 인재를 길러왔기에 이번 논의가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관내 대학에서 유학생을 유치해도 지역 산업과 연계된 비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유학생 취업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서정대는 2021년 선박도장공 비자(E-7-3)의 유학생 특례제도가 도입된 직후 관외 기업과의 협력을 목표로 조선업 인재를 길러왔다. 이번 현대삼호중공업과의 논의는 서정대가 이전부터 철저히 준비하고 계획했던 결과에서 비롯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환규 현대삼호중공업 전무. (사진=김한울 기자)
김환규 현대삼호중공업 전무. (사진=김한울 기자)

[미니 인터뷰] 김환규 현대삼호중공업 전무, “계속된 인력난, 외국인 유학생이 해결책…전문대학과 다른 분야 협력도 계속 검토할 것”

- 외국인 유학생 본사 채용을 논의한 점이 눈에 띈다. 서정대와 채용 협력에 나서게 된 배경은.
“조선업계에서 필요한 인재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점이 주효했다. 서정대는 협력 관계를 맺은 이후 학생들에게 기업에 대한 소개와 동시에 하는 일이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알리고 관련 박람회도 개최하며 관계 유지와 인재 양성에 공을 들여 왔다. 그 결과, 현재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서정대 출신 외국인 유학생만 100명이 넘는다. 전문대학 중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학생 취업에 대한 정보공유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 외국인 유학생 채용에 집중하는 이유는.
“10년 전만 해도 직원 모집 공고를 내면 300명이 넘는 사람이 찾아왔지만 최근 공고에서는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내국인이 점차 빠져나가 현장 인력난은 날이 갈수록 심각하다. 외국인 유학생마저 없으면 현장 업무가 제대로 가동되기 어려울 정도다. 젊은 인구가 점점 빠져나가는 영암 지역에 회사가 위치한 점도 외국인 유학생 취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된 이유다.”

- 다른 분야에서의 유학생 채용이나 협력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조선업은 생산인력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 노동집약적 산업임과 동시에 학령인구 감소로 인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이다. 그러기에 현재 현대삼호중공업은 서정대 외에도 한국폴리텍대, 군장대, 목포과학대 등 다양한 대학과 협력 관계를 맺고 외국인 유학생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술 인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대학, 학과와의 협력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전문지식을 갖춘 인재는 현장에서 언제나, 절실히 필요하다. 앞으로도 여건이 된다면 이번에 고려하고 있는 선박도장공 외에도 다른 분야의 협력도 긍정적으로 논의해보겠다.”

양영희 서정대 총장. (사진=서정대)
양영희 서정대 총장. (사진=서정대)

[미니 인터뷰] 양영희 서정대 총장, “관외 기업과의 협약, 새로운 유학생 정책 이정표 될 것…다만 취업비자 발급 제도 개편 필요해”

- 현대삼호중공업과 협력을 이어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조선업 인력 부족으로 2021년에 선박도장공 비자의 유학생 특례제도가 도입됐다. 이를 활용하고자 했던 우리 대학과 현대삼호중공업의 인력 확보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조선업과 해당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에 교육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기업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을 파악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면서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더불어 취업 박람회와 조선소 현장견학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 현대삼호중공업에 서정대 출신 외국인 유학생만 100명 넘게 취업시킬 수 있었다. 이번 간담회는 그동안 서정대와 현대삼호중공업이 맺어온 협력과 신뢰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번 협력 논의가 유학생 정주 방안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보는지.
“그렇다. 최근 발표된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에서 교육부는 유학생 유치를 넘어 정주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학생 정주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유학생들의 고용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다. 유학생이 한국을 떠나지 않고도 자신이 배운 지식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취업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번에 현대삼호중공업과 논의한 외국인 유학생의 원청 채용을 통해 유학생들은 안심하고 대학에서 학습해 사회에 바로 진출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을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 와서 공부하고자 하는 세계 속 많은 학생들에게 적잖은 자극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다만 효과적인 유학생 정주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앞서 말한 방안 외에 다른 방식도 검토할 생각이다.”

- 이와 같은 사례가 확대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현재 유학생 취업 정책은 특정 직업의 취업비자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관련 취업비자가 신설되거나 앞서 소개한 선박도장공 비자처럼 유학생 특례제도가 도입돼야 대학들이 해당 직무와 연관있는 교과과정을 편성하고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 유학생도 비자가 발급돼야 부담 없이 자유롭게 일하면서 한국에 머무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일부 직종을 제외하고 비자를 주는 방식을 채택해 유학생과 대학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 우리도 일본의 경우처럼 발급 제도 개편을 고려해봤으면 한다. 이렇게 된다면 전문대학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미용, 영상, 조리 등 다양한 전문분야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입이 늘어날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는 외국인 채용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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