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상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장(인덕대 교수, 글로컬대학자문위원)

강문상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장(인덕대 교수, 글로컬대학자문위원)
강문상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장(인덕대 교수, 글로컬대학자문위원)

최근 대학가의 최대 관심사는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Education)이다. 현재는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2024년까지 구축 완료되고 202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2025년은 대학 평가가 있는 해이다. RISE 운영과 대학평가에 대학들의 부담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 RISE센터를 구축하고 운영에 필요한 여러 가지 규정 등을 마련하는 데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 전문대학들이 새로운 체계에 대응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시간도 역시 충분하다.

지금의 대학들은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 일반대학이나 전문대학이나 마찬가지다. 과거 입학자원이 풍부하고,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기 전까지 국고지원금은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알파(α)였다. 국고지원금이 없어도 교육비용이 크게 부족하지 않았다. 대학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반값등록금 정책이 시행되면서 대학들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줄었지만, 교육설비 투자가 줄어들면서 교육의 질도 떨어졌다. 일부 국공립을 제외하고 실제로 반값으로 내린 대학들은 없다. 일정 기준 범위 내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국고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고, 학생 수를 줄여야 했다. 물가상승에 등록금 인상이 따라가지 못하고, 입학정원도 감축 되면서 대학들이 어려워졌다. 특히 학생 등록금에 대부분 의존하는 전문대학들의 대학 경영이 심각해졌다. 정부는 국고보조금을 늘렸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자료에 의하면 등록금이 동결 조치된 2008년부터 10년간 전문대학 전체 수입 중 등록금 수입은 68%에서 55%로 감소하고, 국고보조금은 1.4%에서 25.4%로 증가했다. 최근 들어서는 신입생 미충원으로 인한 등록금 수입 비중이 더욱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고보조금은 모든 대학에 고루 돌아가지 않았다. 평가를 통해 순위를 정하고 순위에 따라 국고지원금 차이를 뒀다. 빈익빈부익부(貧益貧 富益富)가 됐다. 국고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학들은 시설과 교육에 투자를 못하고 입학생 모집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이는 다시 지표 하락으로 이어지고, 또 다시 국고지원을 받지 못하는 악순환의 연속에 빠졌다.

국고지원에서 한번 제외되면 회생하기 어려운 평가 구조 때문에 전문대학들은 국고지원에 목숨을 걸었다. 지역별로 정해진 수만큼 선정하는 방식 때문에 지역 내 전문대학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동일한 입학자원을 두고 경쟁하고, 국고보조금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대학의 역할인 교육, 연구, 봉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교수들이 수업은 뒷전이고 일 년 내내 보고서를 쓰고, 입학생을 찾아다니고 있다. 잘 가르치고 연구를 잘 하는 교수보다 보고서를 잘 쓰는 교수가 우대 받고 있는 게 작금의 대학가 현실이다. 보고서를 잘 쓰는 교수는 더 좋은 조건으로 다른 대학에 스카우트가 된다. 주변 대학이 문 닫을 때까지 살아남는 것이 대학의 목표가 됐다. 석·박사 과정 학생들 중 교수가 되기를 원하는 학생들은 없다. 전문대학은 지금 무한경쟁(無限競爭)·각자도생(各自圖生)의 상황이다.

2025년 RISE 모델에서는 달라야 한다. 교육부 주관 국고지원은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구분해서 이뤄졌다. RISE에서는 아직 명확한 지원 방법이 제시되지 않았다. 아마 현재 진행 중인 국고사업은 일반대, 전문대를 구분해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글로컬대학 사업과 같이 새롭게 시작되는 사업은 일반대, 전문대를 구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동일 지자체에서 동일한 사업을 가지고 대학별로 구분하지 않을 것이다. RISE에서는 동일 지역의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사업 내용이 거의 유사할 것이다.

그동안 전문대학은 주변의 전문대학들이 경쟁상대였다면 이제부터는 일반대학들까지 경쟁의 대상이 된다. 대학의 규모에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은 동등한 경쟁이 될 수 없다. 전문대학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지금과 같이 전문대학들이 각자도생한다면 결국 모든 전문대학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전문대학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 잘하는 것과 장점인 것은 공유하고 부족한 부분들은 협력해야 한다. RISE에서 전문대학들은 공유·협력해야한다. 공유·협력을 위한 시간은 충분하다. 지역별로 RISE가 수립·운영되는 과정에서 동일 지역 내 전문대학들은 RISE에 적합한 공유·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상부상조만이 살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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