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28일 ‘2023 인문사회 보고대회’ 열어
위행복 이사장,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공적지원 확대 필요”
학술생태계 현황, 관련 강사진 실태, 학문후속세대 등 논의해
“인문사회 중흥으로 성숙한 대한민국 구현”…선언문 낭독 이어져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가 28일 개최한 ‘2023 인문사회 보고대회’에서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이사장이 개회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한울 기자)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가 28일 개최한 ‘2023 인문사회 보고대회’에서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이사장이 개회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한울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위기에 빠진 인문사회 학계가 편중된 학문 지원 정책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들은 이공계 분야 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관련 인재 양성에 치우쳐 있는 교육 당국에 안정적인 발전 기반 조성과 지원 정책을 촉구했다. 더불어 ‘2023 인문사회 선언문’을 채택하며 ‘인문사회학술기본법’ 제정, 별도 연구원 설립 등을 교육 당국에 요구했다.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이하 총연합회, 이사장 위행복)가 주최한 ‘2023 인문사회 보고대회’에는 28일 양재동 한국연구재단 서울청사 1층 대강당에서 한국인문학총연합회, 한국사회과학협의회 등 다양한 인문사회 분야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개회사에서 위행복 총연합회 이사장은 “공학 분야와 기초과학 분야의 중앙연구비 수혜율은 인문사회 분야의 4배가 넘는다. 과학기술 분야에 비해 인문사회 분야가 받는 지원 규모 격차는 해가 거듭될수록 커져가고 있다”며 정부의 편중된 학문 지원 정책을 꼬집었다.

또한 “기술적 발전과 함께 인문사회 분야가 담당해야 할 일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참석자들이 인문사회 분야에 불어닥친 위기를 확인하고 동시에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승욱 한국인문학총연합회 대표회장. (사진=김한울 기자)
김승욱 한국인문학총연합회 대표회장. (사진=김한울 기자)

■ 학술연구 뒷받침할 ‘인문사회학술기본법안’…조속히 통과돼야 = 위 이사장의 발언 이후 인문사회 학술 분야 현황에 대한 현황발표가 이어졌다. 김승욱 한국인문학총연합회 대표회장(충북대 사범대 역사교육과 교수)은 ‘인문사회 학술생태계의 현황과 지원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김 회장은 “인문사회 분야의 각 주체들은 연구자, 교수자, 학생, 학문후속세대를 막론하고 부족한 지원으로 경제적 압박을 크게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문 주체들이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교육 당국이 재정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문사회 분야의 학술연구를 뒷받침할 전문법령이 없는 점을 들어 지난 6월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인문사회학술기본법안(이하 기본법)’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학술 투자가 좀처럼 신장되지 않고 과학기술 분야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전문 법령의 부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과학기술 분야는 이전부터 치밀한 준비를 통해 법률적 지원체계를 구축해왔다. 인문사회 분야도 기본법을 시작으로 지원 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전문법령에는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국가 책무의 명시, 특화된 학술진흥 지원 체계, 학술지원 정책 주무부처의 일원화 등이 있어야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룡 부산대 강사. (사진=김한울 기자)
이상룡 부산대 강사. (사진=김한울 기자)

■ “무너지는 학술생태계 살리려면 연구자들 지원해야”, “학문 후속세대인 신진연구자 확보 방안부터 검토” = 교육 활동과 연구를 이어가는 현장의 목소리도 여럿 나왔다.

이상룡 부산대 강사는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내 강사들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대다수 강사들이 인문사회와 예술분야에 소속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안정적인 연구 환경부터 구축돼야 한다며 인문사회 연구자 인건비 지원을 통해 생태계 안전망부터 확보해야 된다고 봤다.

하지만 연구자들에게 재정 지원 이후 성과물을 요구하는 교육 당국의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이 강사는 “연구자의 연구성과 평가는 속한 대학이 하면 된다”며 “재정 지원을 이유로 연구자들에게 즉각적 성과물을 요구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생태계 발전은 영영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김보경 씨는 인문사회 분야 후속세대를 위한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사진=김한울 기자)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김보경 씨는 인문사회 분야 후속세대를 위한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사진=김한울 기자)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김보경 씨는 차별과 무관심 속에 처해 있는 인문사회 신진학자와 연구자 등 학문 후속세대가 고갈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인문한국(HK), 두뇌한국(BK) 프로그램 등 인문사회 분야 연구 지원 국책 사업들이 실질적인 연구 지원과는 거리가 멀다”며 “오히려 연구자의 자기주도성과 장기적 기획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인문사회 후속세대가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이에 신진연구자들의 활동 영역을 기존 학문 영역에서 확대해 인문사회 학문이 필요한 사회 곳곳 분야와 연계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패러다임, 제도, 정책상의 변화와 함께 신진연구자들이 스스로 명예와 주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 인문사회 목소리 담긴 ‘2023 인문사회 선언문’ 발표 이어져 = 3건의 현황 발표 이후 인문사회 분야 회복을 위한 ‘2023 인문사회 선언문’이 낭독됐다.

강창우 전국 국공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서울대 인문대학장)을 비롯해 김대건 전국 국공립대 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 전인갑 전국사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 부회장은 선언문을 통해 인문사회 학술생태계 회복을 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학문 후속세대의 안정적 연구여건을 조성하겠다고 천명했다.

선언문에는 △안정적인 발전기반 조성을 위한 인문사회 기본법 제정과 ‘국가인문사회학술위원회(가칭)’ 설치 △별도 학술정책연구원 설립으로 연구지원 예산 효율성 담보 △공정하고 실효적인 지원 정책 구현 △인문사회 교원에게 합당한 경제적 보상 지급 △인문사회 전임교원 채용 정상화 및 교육 역량 수준 유지 등 크게 5가지 내용이 담겼다.

인문사회 학계의 목소리가 담긴 ‘2023 인문사회 선언문’이 발표됐다. 왼쪽부터 강창우 전국 국공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 김대건 전국 국공립대 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 전인갑 전국사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 부회장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김한울 기자)
인문사회 학계의 목소리가 담긴 ‘2023 인문사회 선언문’이 발표됐다. 왼쪽부터 강창우 전국 국공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 김대건 전국 국공립대 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 전인갑 전국사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 부회장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김한울 기자)

선언문을 낭독한 강창우 회장은 “인문사회 분야가 감당해야 할 일이 산적한 상황에서 학계의 공공적 의지와 공익적 노력은 줄곧 외면당해 왔다”며 “이제라도 안정적인 학문 발전기반을 마련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지난 60여 년 동안 ‘과학입국’의 성장을 추구하면서 인문사회 분야는 계속 ‘주변화’의 과정을 겪어왔다. 학술연구를 위한 전문법령은 전무하고 공적지원의 차별과 격차는 심화되고 있다”며 “포부와 희망을 품고 학업에 정진할 수 있는 인문사회 생태계 구축을 위해 다른 협의체와 힘을 합쳐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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