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입법 예고 이어 국무회의도 통과
대학 통‧폐합, 학생정원 조정 등 기준 완화

교육부 전경. (사진=한국대학신문 DB)
교육부 전경.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대학들이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간 45차례에 걸쳐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대응하기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던 「대학설립‧운영 규정」에 대한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대학 통‧폐합이나 캠퍼스 간 정원 이동, 겸‧초빙교원 활용 등에 대한 기준이 대폭 완화된다.

교육부는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대학설립‧운영 규정」 일부 개정령안이 심의‧의결됐다고 12일 밝혔다. 1996년 제정된 ‘대학설립‧운영 규정’은 대학 설립을 위해서는 교지(땅), 교사(건물),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요건’을 갖추도록 정하고 있다. 이 요건들은 대학 설립 이후 학교(법인)의 실적을 평가하고, 학과 신설, 정원의 증원, 통‧폐합, 재산처분 등 대학의 운영 활동 시 적용돼 왔다.

‘대학설립‧운영 규정’은 제정 이후 45차례 개정됐지만 부분 개정으로는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융통성 있게 대응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마침내 교육부가 개정 추진에 나선 것이다.

이번 개정은 대학의 설립 기준과 운영 기준을 분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학 설립 시 필요한 요건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되, 운영 중인 대학에 대해서는 교지 기준을 폐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4대 요건’ 중 ‘3대 요건’만 적용하는 것으로, 3대 요건도 기준을 대폭 완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 교지 기준 폐지 및 ‘3대 요건’ 기준 대폭 완화 = 우선, 원격교육 확대 등 환경 변화에 따라 필요성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교지(땅)’는 건폐율‧용적률에 관한 규정 등 건축관계법령 요건만 갖추도록 하고 별도의 교지 면적 기준은 폐지한다.

기존의 경우 학생 정원이 401명에서 999명인 대학은 교사기준면적에 해당하는 교지를 갖추도록 하고, 1000명 이상일 경우 교사기준면적의 2배 이상을 갖추도록 하고 있었다.

또한 교사(건물)는 원격수업과 대학 간 자원 공유 등의 추세에 맞춰 인문‧사회계열을 제외하고 자연과학‧공학‧예체능‧의학계열 ‘학생 1인당 교사 기준면적’을 14㎡로 통일‧완화한다. 14㎡는 국토교통부가 공고한 ‘최저주거기준’ 상 1인당 최소 주거면적이다. 인문‧사회계열 학생의 경우 1인당 교사기준면적은 12㎡다.

아울러, 교지‧교사는 대학 설립 주체가 소유함이 원칙이지만 교사 확보율을 100% 이상 충족하는 대학이 추가로 교지‧교사를 갖추고자 할 경우에는 교지‧교사를 임차해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특히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가운데, ‘재학생 수’가 학생 정원보다 적은 경우 정원 대신 재학생 수 기준으로 교사‧교원 확보 기준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해 대학의 부담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수익용기본재산에 대한 기준도 대폭 완화된다. 수익용기본재산은 학교법인이 충분히 수익을 창출해 대학에 투자를 하는 경우 수익용기본재산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해 학교법인의 실질적인 수익 창출과 대학에 대한 재정 기여를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익용기본재산의 확보 기준 또한 완화된다. 기존 확보 기준인 ‘연간 학교회계 운영수익총액’에서 ‘연간 등록금‧수강료 수입액’으로 완화하고, 법인이 ‘연간 등록금‧수강료 수입액’의 2.8% 이상을 대학에 지원하는 경우 수익용기본재산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지‧교사‧수익용기본재산 수준을 낮춤으로써 대학이 유휴 재산을 활용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게 돼 대학의 교육여건과 재정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반대학의 겸임‧초빙교원 활용 가능 비율이 1/5에서 1/3까지 확대된다.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고 산업계 등의 우수 전문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계열별 ‘교원 1인당 학생 수’ 확보 기준은 유지된다. 계열별 교원 1인당 학생 수의 경우 인문‧사회는 25명, 자연과학, 공학, 예체능은 20명, 의학은 8명이 기준이다.

(자료=교육부)
(자료=교육부)

■ 통폐합 요건 완화로 대학의 자발적 구조개혁 촉진 = 교육부는 이번 일부개정안을 통해 여러 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학교급별(유치원, 초중등학교, 대학교) 특성에 따라 법인을 분리 운영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법인을 분리할 경우 기존 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수익용기본재산 가액을 학교별 재학생 수에 따라 나누면 된다.

또한 대학 간 통‧폐합 시 일률적으로 입학정원을 감축하도록 한 종전의 조건도 삭제한다. 이를 통해 교사‧교원‧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을 전년도 이상으로 유지한다면 정원 감축 없이 통‧폐합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기존에 대학, 대학원대학, 전문대학, 산업대학 간의 통‧폐합만 허용되던 조건을 전공대학과 비수도권 사이버대까지 확대한다. 다만, 수도권 대학이 통‧폐합 할 경우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적용된다.

■ 학생정원 이동 조건 완화…캠퍼스별 특성화 확대 = 종전에는 대학이 기존 캠퍼스와 새로 조성되는 캠퍼스 모두 교지와 교사 확보율을 100% 이상 갖춰야만 이전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새로 조성되는 캠퍼스의 시설 여건만 갖추면 이전할 수 있다.

또 종전에는 대학이 캠퍼스 간 학생정원을 이동할 때 정원이 늘어나는 캠퍼스에 교지‧교사를 100% 이상 확보해야 했지만 이제는 교사 확보율만 100% 충족하거나 전년도 이상으로 유지하면 정원 이동을 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 측은 이처럼 대학의 위치 변경과 캠퍼스 간 정원 이동 조건을 완화함으로써 대학 소재 지역의 여건을 반영한 특성화가 촉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 대학원 정원 조정 및 신설 요건 완화 = 교육부는 대학원의 정원 조정과 신설 요건을 완화해 전문인력 양성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부와 대학원 간 학생정원 조정 시 학부생 충원율과 학부 정원 감축 요건을 폐지하고, 박사과정을 신설할 경우 교원 연구실적에 대한 획일적인 기준도 없애 대학이 학칙을 통해 정하도록 한다.

또한 전문대학원을 신설할 경우 교원 확보 기준을 학부 정원의 1.5배로 산출하는 일반대학원 수준으로 완화하고, 다른 학부(대학원) 소속 교원과 시설을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자료=교육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설립‧운영 규정」 개정을 통해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 디지털 전환 등 시대‧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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