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에서 9월부터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교명 변경
AI과목 추가, 국제 주관식 대입 시험(IB) 등을 교육과정에 도입…미래 언어교육 준비 박차
실무 교육과 통번역 분야로 나눠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글로벌 언어 인재 양성
‘세계 유일 한국-베트남통번역 학과 보유’…“특수성과 독창성 있는 교육 이어가겠다”
“대학원대학교 무관심 이어지는 것 아쉬워, 특성화 유지 위해 별도 지원 체계 필요”

올 9월부터 교명을 변경한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는 지난해 8월 이재희 총장 취임 이후 기존 교육과정에 AI과목을 추가하는 등 미래 언어교육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올 9월부터 교명을 변경한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는 지난해 8월 이재희 총장 취임 이후 기존 교육과정에 AI과목을 추가하는 등 미래 언어교육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대학원대학교는 석사·박사 과정의 대학원만 두고 있는 대학이다. 학부 과정은 없고 대학원 과정만 있어 특정 분야의 전문가 육성을 위한 학교기도 하다.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의 경우 글로벌 시대에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우수한 영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 2002년 설립됐다. 지금까지는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라는 이름으로 영어와 관련된 전문인재를 길러왔다. 전문가 양성이라는 목표 아래 영어교재 개발, 통번역, 국제영어교사 양성과정 자격증 과정 운영 등 다양한 교육 과정을 운영해왔다.

20년 넘게 영어 교육에 집중해온 대학이 올 9월부터 변화에 나섰다.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로 교명을 변경한 것. 대학 측은 다년의 영어교육 노하우를 살려 교육 영역을 다변화해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언어 인재를 기르기 위한 포석이라고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영어 교육의 ‘스페셜리스트’로 통하는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 총장은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회장, 영어마을 운영위원장, 경인교대 총장 등을 역임했다. 이외에도 영어작문과 영어문법 등 외국어고등학교 교과서와 초등학교 교과서를 집필한 영어교재개발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대학 변화와 교육 혁신의 선봉에 선 그를 지난달 21일 총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 취임한 지 1년이 넘었다. 그동안 어떤 부분에 집중해 총장 업무를 수행했는지 궁금하다.
“처음 국제언어대학원대에 취임하고 보니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갖추고 있어야 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각계각층 인사와의 면담을 이어왔다. 특히 강동구청과 교육부, 서울시·인천시교육청, 경기도언어교육연수원 등 교육행정기관을 방문해 국제언어대학원대를 알리는 데 집중해왔다.

취임 당시 학생 충원율이 낮아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인 점을 감안해 신입생 확보와 교육과정 변화에도 주력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을 맞이하면서 기존 언어 교육으로는 한계가 명확해져 이에 교육과정을 과감하게 변경, 영어교육 블렌디드 과정을 야간 과정 운영으로 확장했다. 기존 교육과정에 AI과목을 추가해 미래 언어교육을 준비하고자 했다. 교육 혁신과 신입생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었다.

교육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2021년 충원율을 채우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는 내·외국인 학생을 포함해 정원의 2배 이상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는 학교로 거듭났다. 일반적인 대학보다 작은 조직이라 노력한 만큼 성과가 바로 나타나 나름의 보람을 느꼈던 1년이라고 생각한다.”

- 경인교대 총장을 역임하다가 비교적 규모가 작은 대학의 총장으로 부임했다.
“국제언어대학원대가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느끼고 총장이 된 직후부터 많은 교육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녔다. 특히 서울시 관계자와 긴밀히 소통했다. 협력의 결과 서울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을 대학에서 재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끊임없이 돌파구를 찾아낸 결과 재정 상태 어느 정도 개선된 상황이다.”

- 국제언어대학원대학 교육의 지향점은.
“국제언어대학원대는 윤선생 영어교실이 영어교육 사업에서 얻은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고 외국어 교육 전문가를 육성해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고자 설립한 대학원대학교다.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언어교육수요의 틈새시장을 찾아 내국인 입학생을 비롯해 외국인 유학생까지 모집하고 있으며 학사학위를 가진 성인과 실버 세대를 위한 평생교육기관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일반대학에 있는 외국어대학과는 다른 차별점을 두고 있다. 비즈니스, 교육, AI 등 전문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일반외국어대학에서 배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우리 대학은 전문용어에 익숙한 번역가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쏟아질 첨단산업과 신산업에서 평소에 안쓰인 영어 단어들을 이해하고 번역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수요는 굉장히 많아질 것이다. 일반대학이 하기 어려운 일을 국제언어대학원대가 맡고자 한다.

현재 대학은 영어교육융합학과와 통번역학과 석사과정 등 2가지로 전공을 운영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국제영어교사 양성과정 자격증으로 알려진 TESOL 전공을 비롯해 △ELT콘텐츠개발 전공 △한영통번역 전공 △한베(베트남)통번역 전공으로 나눠져 있다.

특히 한베통번역 전공의 경우 전 세계에서 우리대학만 갖고 있는 희소성 있는 학과로 유명하다. 국제영어대학원대만의 전문적인 언어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번역사로 취업하거나, 번역 프리랜서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베트남 대학의 교수로 임용되는 등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 올 9월부터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에서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현재 국내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 자원 고갈과 영어 교육 약화로 인해 국내 학생 모집이 감소하는 추세다. 반대로 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가 세계를 휩쓸면서 외국 유학생은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학령인구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고, 이들을 교육시킬 언어 교육이 중요한 관심사다.

개교 초기에 TESOL과 영어교재개발 학과로 시작한 국제언어대학원대는 다년간의 영어교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바탕으로 교육 영역 확장에 나서왔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한영통번역, 한베통번역 전공 신설도 그런 이유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꾸준히 혁신을 도모하고자 학교 구성원들과의 협의 끝에 영어교육 전문기관에서 언어교육 전문기관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해야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더 이상 영어에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국제언어대학원대로의 교명 변경을 선택하게 됐다.”

- 다양한 언어 교육으로 확장할 계획이 있나. 
“당분간은 한국어 교육에 집중할 생각이다. 무작정 정원을 늘리면 대학이 가진 에너지가 분산돼 기존 학과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은 영어교육융합학과에 2개 학과를 운영하고 있어 한국어 교육만 추가로 확보하면 국제적으로 필요한 인재는 충분히 길러낼 수 있겠다는 판단을 갖고 있다. 다만 미래세대를 위한 외국어 교육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AI나 국제 주관식 대입 시험(IB) 등을 교육과정에 도입하고 교직원과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재원 확보는 꾸준히 신경쓸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 언어 교육과 박사 과정 신설을 고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도 많고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해 앞으로 미래가 주목되고 있는 국가다. 자연스럽게 인도네시아 언어 교육의 수요 올라가기에 언어 교육 선도와 세계적 수준의 연구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해 국제언어대학원대가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한 교수진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학과나 교육과정에서 전임교원이 1명씩 배치돼 있는데 이를 전공마다 1명씩 추가해 2명으로 늘릴 생각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개선 정책을 통해 국제언어대학원대가 보유한 교육의 질을 제고하고 학생들과 교원들의 부담을 줄일 것이다.

더불어 우수한 교육 품질 유지를 위해 외국어 교육의 저명 학자들을 초청해 교육 포럼이나 특강을 수시로 개최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교육 품질 유지뿐만 아니라 국제언어대학원대가 갖고 있는 전문성에 대한 홍보도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자신의 언어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는 전문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현재 고등교육 정책 방향성에 대학원대학교가 배제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학원대학교는 고등교육법 제30조에 따라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 설립된 정식 대학교다. 학부과정이 없지만 대학원과 석박사 과정만 있는 소규모 대학으로 전국에 44개교가 존재한다. 또한 특수·전문대학원으로서 학교마다 특성화 분야가 상이하다. 26개교는 신학 쪽, 나머지 18개교는 상담, 외국어, 과학, 국방, 법률 등 다양한 특성화 분야를 확보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전부터 대학원대학교가 고등교육 분야에서 맡았던 역할과 기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고등교육 정책을 살펴보면 인식이 부족하고 무관심하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등교육 정책은 △일반대학 △전문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에 집중돼 있다. 특히 규제의 경우 심각한 수준이다. 일례로 우리 대학의 우수한 교육과정을 해외로 수출하려고 해도 대학원대학교는 교육부의 ‘교육과정 해외 수출’에서 제외됐다.

특성화 영역에 맞게 일반대학이나 대학원처럼 상응하는 지원 혹은 제재라도 있어야 하는데 대학원대학교에는 그런 것조차 없다. 별도의 평가나 지원 제도를 고려하지 않을 정도로 관심이 저조하다. 평가라도 진행해야 대학원대학교가 갖고 있는 자체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제도로는 대학원대학교 자체적으로 진단할 수밖에 없다. 대학원대학교의 혁신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 대학원대학교가 교육계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자체적인 협력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고 보는데.
“이처럼 대학원대학교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상황이 아쉽지만 그동안 대학원대학교 간 협력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각자 맡고 있는 특성화 분야가 다르다보니 일반대학이나 전문대학에 비해 협력체계 구축에 소홀했다는 점은 분명 아쉽다. 이제부터라도 바뀌어야 한다. 대학원대학교만의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해 국제언어대학원대가 선제적으로 나서겠다. 단일 대학의 목소리로는 대학원대학교가 처한 위기를 이해시키기 어렵다는 마음으로 대학원대학교 총장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협의체 구축에 힘쓰겠다. RISE, 글로컬30 등 대학 사회의 큰 변화를 앞두고 대학원대학교도 변화할 것이다. 이전부터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온 대학원대학교도 뭉쳐서 함께 목소리를 내고 교육부에 맞춤형 정책과 평가제도를 함께 논의해 더 이상의 대학원대학교 ‘패싱’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보겠다.”

-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국제언어대학원대가 생겼을 당시만 해도 적잖은 사람들이 외국어 교육 전문기관인 우리 대학의 교육을 받았다. 이랬던 초창기의 명성을 부흥시킨 총장이 되고싶다. 더불어 그동안 국제언어대학원대가 이룬 성과와 경험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던 총장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교직원과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국제언어대학원대의 혁신을 이룬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충분하다.”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이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 총장(오른쪽)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이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 총장(오른쪽)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이재희 총장은…
서울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영어교육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 인천교대 전임강사이자 조교수로 교직에 입문해 2000년 경인교대 부교수, 2013년에는 경인교대 총장으로 재직했다. 재직하면서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영어교육학회 부회장, 인천영어마을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8년부터 2013년까지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영어교육 특별위원회에서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동안 영어 교육에 헌신한 공로로 2021년 황조근정훈장이 수여됐으며 지난 2022년 8월 국제언어대학원대 제6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김한울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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