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장

김대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장.
김대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장.

2023년 우리는 참으로 뜨거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기상 관측 이래 올해 봄철 기온이 가장 높았고, 5월 강수량은 세 번째로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7월 7일은 현대적 기법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관측되기 시작한 1979년 이래 44년 만에 가장 뜨거운 날이기도 했다. 2023년 9월 7일 기상청이 발표한 올여름 기후 분석 결과를 보면 6~8월 석 달 월평균 기온이 모두 평년기온보다 높았는데, 이는 지난 51년간 올해를 포함해 단 3번만 나타난 현상이다.

이는 지구가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유엔(UN) 산하 기구 ‘세계기상기구(WMO)는 2027년 안에 지구 평균기온이 66%의 확률로 1.5℃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022년 말 국립기상과학원의 「남한 상세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후반기(2081~2100),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현재(2000~2019)보다 2.3℃~6.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인류는 전에 없던 화재, 홍수, 이상 기온, 특정 종의 멸종 등 심각한 자연재해를 겪어야 했다. 자연재해는 점점 뜨겁게 달아오른 지구가 인류에게 내준 마지막 경고일지도 모른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듯이 기후와 기상현상은 농사의 성패를 좌우한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 이상고온 등 이상기후 현상의 증가로 국민의 안정적 식량공급은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안타깝게도 첨단과학이 발달한 지금까지 여전히 기상이변에 대한 대안이나 대책은 제한적이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결과는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이다. 이와 같은 기후변화는 농업의 생산 체계가 변하고 생산 불안정성이 점점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라 농업생산이 크게 영향을 받게 되지만 그 영향의 정도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산악지가 많고 경지면적이 적은 경우에는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 작물 재배기간 동안의 기후변화 정도를 지역별로 상세하게 전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깥 환경에 노출된 채 자라는 노지(露地)작물은 시설에서 보호하며 키우는 작물보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재배하고 즐겨온 온대과수는 온난화와 기상이변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특히 뚜렷한 4계절의 기후환경에 적응한 사과나 배 등은 온난화가 진행되면 겨울을 나기 위한 겨울잠이 짧아져 꽃 피는 시기가 앞당겨지기도 한다. 이로 인해 품질과 생산성이 떨어지고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은 점점 줄게 된다.

농촌진흥청이 2022년 새로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주요 과수의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연구에 의하면, 지금의 품종과 재배법이 유지될 경우 사과는 2070년대가 되면 재배지가 거의 사라지고 배와 복숭아는 2090년대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단감은 산간 지역을 제외한 중부내륙 전역에서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래에는 우리가 지금까지 먹던 사과를 더 이상 우리 땅에서 재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제주에 위치한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서는 2008년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해 △아열대작물인 망고, 파파야, 패션프루트, 용과 등에 대한 안정생산 기술개발과 △아열대작물 유전자원 수집보존·품종육성 연구 △원예·특용작물 생산변동 예측 기술개발 등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불확실한 상황은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이러한 불안감을 회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 불확실성의 상당 부분은 인간에 의한 결과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예측하고 대비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잘 대처할수록 기회는 커진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더욱 과감하고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농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대체 불가능한 산업이며, 위기 상황일수록 더 많은 국민적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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