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우리는 지금까지 커뮤니티 비즈니스 중 하이퍼로컬의 대표인 ‘당근마켓’, 3C의 교과서 같은 패션커뮤니티의 절대강자 ‘무신사’에 대해 알아봤다.

지지난 칼럼에서 당근마켓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BM)인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날로 성장하고 있으나, 당근마켓은 수익모델이 약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온라인 거래의 경우 수수료 등을 통해 수입을 얻지만 당근 마켓의 중고거래는 판매자가 수수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근 마켓의 올해 8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3500만 명으로 대한민국 전체 가구 수를 넘어섰고,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800만 명을 기록했다. MAU는 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수를 말한다. 이러한 당근마켓이 8년만에 대대적 변화를 시도했다. 당근마켓은 지난 8월 마켓을 떼고 ‘당근’으로 새 출발했다. 기존 중고거래를 넘어 ‘지역 생활 커뮤니티’로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당근마켓이 하이퍼로컬 기반 커뮤니티의 선두주자라면, 패션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선두주자는 무신사다. 무신사는 2022년 7083억 원의 매출(연결 기준)을 기록하며 2021년보다 54% 성장했다. 하지만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쇼핑앱 관련 조사에 의하면 무신사는 10위 안에 없다. 왜냐하면 무신사는 일반 패션기업과 다르게 커뮤니티 기반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오픈 서베이 조사 결과에 의하면 무신사에 들어오는 회원들의 48%는 특별한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꼭 물건 사러 들어오는 게 아니라 습관적으로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것이다. 왜 그럴까? 바로 무신사는 타 패션기업들과 다르게 커뮤니티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무신사는 2001년 당시 고3이었던 조만호 무신사 창업주가 만든 프리챌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으로 시작했다. 이 커뮤니티의 앞글자를 따서 무신사가 된 것이다. 무신사는 3C(Content, Community, Commerce)를 통해 성장한 대표적인 예다.

무신사는 커뮤니티로 시작해 웹진 등 콘텐츠로 성장하고 그다음 커머스로 넘어갔다. 이와 비슷한 대표적 국내외 기업 사례로는 ‘룰루레몬’과 ‘오늘의 집’ 등이 있다.

‘오늘의 집’이라는 브랜드가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늘의 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는 전문몰 앱이다. 오늘의 집 앱 다운로드 기록은 2000만 명 이상이고 누적 거래액도 2조 원을 훌쩍 넘는다. 성장세 역시 무섭다. 오늘의 집의 2022년 매출은 1864억 원으로 21년 대비 약 59% 증가했다. 무신사의 경우 2001년에 무신사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8년이 지난 2009년에 무신사 스토어가 만들어졌다. 오늘의 집 역시 성장 패턴이 유사하다. 오늘의 집도 처음 3년 정도는 커머스 모델 없이 사진만 올리는 커뮤니티로 운영했다.

3년 동안은 사람들이 ‘우리 집 인테리어는 이래요’ 하고 집 사진을 올리는 커뮤니티였다. 잡지, 방송을 보면 인테리어가 멋진 집들이 많다. 하지만 실상 그렇게 모델하우스처럼 하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데 남의 집을 무작정 찾아가서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더한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사실 저 옆집은 어떤 인테리어를 할까, 아니면 우리랑 비슷한 평수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궁금하다. 그런 궁금증을 풀어준 게 바로 ‘오늘의 집’이다. 오늘의 집도 무신사와 유사하게 매거진을 발간한다. 오늘의 집은 2020년부터 매거진을 출간하고 있다. 최근에는 ‘라이프 가드닝’을 주제로 오늘의 집 이용자들이 새로운 취미와 취향을 발견하는 시도를 기록으로 남겼다. 즉, 이용자들이 컨텐츠 제공자가 되고, ‘오늘의 집’이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3C 통해 성장하고 버티칼 요소 가미
이는 무신사와 유사한 방식이다. 오늘의 집 홈페이지를 보면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가 결합된 올인원 플랫폼으로 라이프스타일 혁신을 주도합니다"라고 명확하게 3C를 명시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들 또는 업종 1위 기업들을 찬찬히 그리고 세부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놀라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요즘 성장하는 기업들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그 후 커머스로 성장한다. 즉 3C(Content, Community, Commerce)를 통해서 성장하고 버티칼(Vertical), 하이퍼로컬, 구독 등의 요소를 가미한다. 하이퍼 로컬(hyper-local)은 ‘아주 좁은 범위의 특정 지역에 맞춘’이라는 의미이다. 슬리퍼처럼 편한 복장으로 각종 편의점, 카페, 쇼핑몰 등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뜻하는 ‘슬세권’과 비슷한 말이다. 버티칼은 전체적으로 폭넓은 업종을 다루기보다는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의 집’은 이름 그대로 ‘주거’ 라는 공간에 집중한 것이다.

오늘의 집은 공간을 꾸미는 유저들의 사례가 가득한 콘텐츠, 즉 볼 게 많다. “남의 집이지만 우리 집하고 평면이 비슷한데 저렇게 사는구나” 그걸 보려고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들어오고, 나도 우리 집 인테리어를 공유한다. 자연스럽게 다양하고 많은 후기들이 생겨난다. 이때부턴 커머스로 넘어간다. 오늘의 집은 사진에서 보이는 멋진 제품을 누르면 바로 구매까지 할 수 있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토어로 성장했다. 스토어 다음에는 인테리어 공사, 이사 등 집과 연관된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했다. 예를 들어, 오늘의 집에는 4만5000여 개의 아파트 시공사례 콘텐츠가 있다. 매달 약 1000개 이상 아파트 시공사례가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라이프 스타일 수퍼앱’으로 영역 확장
이제는 가구, 인테리어 등 주거 관련 상품 판매에서 음식, 여가, 반려동물 등 생활에 필요한 상품·서비스 카테고리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즉, 라이프 스타일 수퍼앱으로 진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수퍼앱이란 모바일 앱 등으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결제 처리 등이 가능한 온라인 플랫폼을 지칭한다. 쉽게 말해 라이프 스타일 수퍼앱이라고 하면 단순히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 필요한 서비스를 거의 다 제공하는 앱이라고 보면 된다. 요즘 원예·가드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니 오늘의 집에서는 4만 2000여개의 식물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심지어 오늘의 집은 온라인에서 꽃과 식물을 키워 배송받는 ‘오늘의 가든’이라는 미니게임도 선보였다. 이러한 게임들은 컬리 등 다른 기업들도 서비스하고 있다. 기업들이 보상형 게임을 앞다퉈 도입하는 이유는 결국 고객을 자사 앱에 락인(Rock-in) 시키기 위해서다. 보상형 게임을 통해 고객이 자사 앱에 방문하는 빈도를 높이고 오래 머물도록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고객이 게임 진행을 위해 자사 앱 안의 상품이나 콘텐츠를 둘러보는 일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물건 판매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커뮤니티로 시작해 끝임없이 유사 영역으로 업종을 넓혀 가는 것이 커뮤니티 기반 기업의 큰 특징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오늘의 집, 무신사, 당근마켓 등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들의 공통점은 바로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3C를 통해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커뮤니티의 특성을 잘 지켜가고 있다. 또 다들 특정 카테고리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버티컬 커머스 기업이다. 버티컬 커머스의 핵심은 바로 커뮤니티다. 나의 취향이나 취미로 시작한 커뮤니티가 업계 1위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우리는 특별한 테크(기술)나 나만의 독특한 IP(지적재산)가 없더라도 내가 진짜로 원하는 그 무엇이 있다면 커뮤니티를 통해서 이룰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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