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원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권준원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권준원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뉴진스(New Jeans)는 2022년에 데뷔한 민지, 해린, 혜인(이상 한국), 하니(호주, 베트남), 다니엘(호주, 한국)로 구성된 다국적 걸그룹이다. 이들은 15세~19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난이도 높은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최상위급 춤 실력과 멤버 전원의 매력적인 음색 그리고 멤버 중 누구 하나도 뒤처지지 않는 매력적인 외모 등을 통해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을 사로잡으며 단시간에 세계적 스타로 성장했다.

이들이 거둔 성과를 살펴보면 데뷔 앨범에 실린 4곡 모두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차트 10위 내에 랭크되었는데 2010년 2NE1 이후 14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한편 2023년 2월 기준으로 누적 앨범 판매량이 100만 장을 넘어섰는데 데뷔 앨범의 판매량이 100만 장을 넘어선 것은 1997년 젝스키스 이후 26년 만에 달성된 기록이라고 한다. 해외에서도 뉴진스 열풍은 이어지고 있다. <Ditto>가 2023년 1월 18일 빌보드 핫 100에 96위로 진입했는데 이는 데뷔 6개월 만에 달성한 놀라운 기록이며, 연달아 <OMG>가 핫 100에 진입하면서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에 이어 빌보드 핫 100에 두 곡 이상을 랭크한 세 번째 아이돌그룹이 되었다.

이와 같은 뉴진스의 성공에는 ‘민희진’이라는 탁월한 프로듀서의 역할이 있었다. 현재 그녀는 국내 대표적 연예기획사인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ADOR)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뉴진의 멤버 구성과 컨셉을 설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시각적 이미지를 완성하는 단계까지 뉴진스가 탄생하는 전 과정을 총괄 지휘해 ‘뉴진스의 어머니’라고 불린다. 그런데 민희진의 유명세는 최근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이미 전 직장인 SM엔터테인먼트 재직 시절부터 소녀시대, SHINee, f(x), EXO, Red Velvet, NCT를 비롯한 아이돌그룹을 성공적으로 디렉팅했고, 30대 나이에 아트디렉트 총괄이사에까지 올랐다. 그녀의 이와 같은 입지전적인 성공스토리는 많은 청년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

그런데 민희진의 성공스토리에서 필자가 주목한 사실은 그녀가 음악 또는 연예매니지먼트 관련 분야 전공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녀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2022년에 공채를 거쳐 평범한 신입사원으로 SM엔터테인먼트에 입사했으며, 입사 5년 차인 2007년 데뷔를 준비하고 있던 소녀시대의 비주얼컨셉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SM엔터테인먼트의 뮤지션들의 아트디렉팅에 참여하게 됐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본인이 아트디렉터 출신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매니지먼트나 음악을 걱정하는 의견을 왕왕 듣고 있으나 그와 같은 시선은 시대를 역행하는 편견이라고 일축했다. 그리고 자신은 SM엔터테인먼트에서 자신의 전공인 디자인 영역을 넘어서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고 말했다.

필자는 창의력과 유연한 사고, 트렌드를 읽는 직관, 그리고 정확한 판단력을 기반으로 시각디자이너에서 아이돌그룹의 아트디렉터 그리고 아이돌그룹의 매니지먼트를 총괄하는 음악 레이블의 CEO로 변신한 민희진의 스토리가 현재와 미래의 대학 교육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과거처럼 하나의 분야에 집중하고 평생동안 옆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 마치 미덕처럼 여겨지던 시대의 대학교육과 수많은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선택을 하기 위해 융복합적인 폭넓은 사고가 요구되는 이 시대의 대학교육은 분명 달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대학교육이 학생들에게 미래를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충분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2016년 캐나다 대학 간 협의 모임인 캐나다 대학(Universities Canada)에서 개최한 워크숍 <인문학의 미래 :  글로벌 대화>에서는 대학교육에 관한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교양교육이 대학 졸업생들에게 은퇴하기 전, 수차례 바뀔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더 많은 도움을 주게 될 것이며, 어쩌면 대졸자들이 미래에 가지게 될 직업이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전문화된 전공 교육만으로는 새로운 경제환경에 대비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용접공이 되기 위한 훈련은 용접공으로 이어지는 반면, 역사학 학위는 다양한 직업 기회와 평생 진화하는 직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보다 적극적인 주장을 하는 발표자도 있었다.

민희진은 자신이 학창 시절에 아이돌 문화에는 아예 관심도 없었으며, 주로 책 읽기와 음악이나 영화 감상 등에 빠져 지냈다고 한다.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한 융복합 교양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 전문대학의 교육 환경은 어떤가. 전공교육에 매몰되어 졸업할 때까지 평균 10학점 내외의 왜소한 교양교과목을 이수하게 되는 전문대학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염려가 더욱 커지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는 아닐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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