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정보봉사팀 부장

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정보봉사팀 부장

누군가 대학도서관의 미래에 관해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서들은 도서관이 대학의 상징이자 심장이니 영원히 존재함으로써 대학구성원을 위한 정보제공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집단강화(group reinforcement)적인 결론을 낼 것이다.

이런 기대와는 다른 반갑지 않은 말이 있다. 드류 라신(Drew Racine)이 생존을 위한 갈림길(Bifurcate to survive)이란 글에서 “매년 수백만 달러를 지출해야 하는 대학도서관을 구글(Google), 구글 스칼라(Google Scholar), 그리고 구글 북스(Google Books)로 대체하겠다는 대학 총장이 조만간 등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학도서관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 얘기다. 그는 텍사스대학 도서관의 전략과 운영을 담당하는 부서 책임자로 대학도서관의 현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학생들의 정보이용행태를 보면 그의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학생들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해 원하는 정보를 찾고 구글이나 구글 스칼라를 통해 과제를 해결한다. 그나마 도서관에 오는 이유는 정보를 찾고 사서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기보다 개인 학습을 위한 공간이 필요해서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학생들이 정보의 질과 정확성보다 신속성과 편리성만을 추구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시대의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에 묻힌 지 오래다. 국내 많은 대학도서관들이 화려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변화를 꾀하는 이유는 대부분 이용자의 수를 늘리기 위함이다. 그렇다고 대학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이용률과 대출권수가 증가했다는 통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공간만을 향유하는 이용자의 증가가 대학도서관의 중요성과 존재 이유를 설명해 줄 수는 없다. 그릇의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그릇 속에 무엇이 담기는 지가 더 중요하다. 겉의 요란함은 속의 허약함을 감추기 위한 허세인 경우가 많다.

바야흐로 대학도서관의 미래를 위한 정답이 필요한 때다. 이에 데이비드 랭크스(R. David Lankes) 교수는  “모든 도서관은 해당 도서관이 속해 있는 커뮤니티의 특징을 반영하는 형태로 진화돼 가야 한다”며  “대학도서관은 대학의 심장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혈관을 관통해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대학 전체의 건강을 책임지는 몸속의 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이용자의 요구와 도서관의 서비스가 일치할 때 대학도서관의 존재와 역할이 보장될 수 있다. 대학이라는 커뮤니티가 필요로 하는 경험과 서비스의 제공, 그리고 대학 내 다양한 주체들을 위한 창의적 활동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담당할 때 대학도서관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

폭풍이 지나가면 세상은 더 선명하게 보이는 법이다. 지난 3년 동안 팬데믹을 거치며 도서관의 서비스와 역할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대학도서관에 있어 다행일 것이다. 나쁜 도서관은 장서만 수집하고, 좋은 도서관은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훌륭한 도서관은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데이비드 랭크스 교수의 말대로 대학 커뮤니티 속의 피 같은 역할을 위한 출발선에 대학도서관이 서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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