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선진화재단·교육데이터분석학회 공동 주최 세미나 열어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입시 제도 개선, 카르텔 근절에서 시작”
참석자들,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 개선점과 나아갈 방향 논의하기도

한반도선진화재단이 교육데이터분석학회와 공동 주최로 ‘2028 대입 개편방향 어디로 가야 하나 : 혼란 방치냐? 학교 살리기냐?’ 세미나를 4일 열었다. (사진=김한울 기자)
한반도선진화재단이 교육데이터분석학회와 공동 주최로 ‘2028 대입 개편방향 어디로 가야 하나 : 혼란 방치냐? 학교 살리기냐?’ 세미나를 4일 열었다. (사진=김한울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교육부가 지난달 입시학원에 문제를 판매한 수능‧모의고사 출제 교사들을 적발한 가운데 대학 교수가 사교육 업체 임원으로 재직하는 또 다른 ‘입시 카르텔’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반도선진화재단과 교육데이터분석학회 주최로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육현안 연속세미나에서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같이 말하며 카르텔을 없앨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사진=김한울 기자)

■ ‘사교육 업체 임원으로 일하는 교수’, ‘수능 출제·검토 위원 특정 대학 쏠림현상’ 등 입시 카르텔 여전 = 백순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의 사회로 시작된 세미나는 ‘2028 대입 개편방향 어디로 가야 하나 : 혼란 방치냐? 학교 살리기냐?’를 주제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양정호 교수는 이전부터 교육계 전반에서 지적됐던 수능 카르텔이 이번에 처음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점을 언급하며 카르텔 근절이 대입제도 개선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5억 원 가까이 받은 교사가 있었으며 해당 교사가 수능‧모의고사 출제에 관여한 경우도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개천에서 용’나게 하는 교육을 바라기는 힘들다”고 꼬집었다.

적발된 카르텔 외에도 교육공학과 교수나 전직 부총장 등이 특정 사교육 업체의 사외이사 임원으로 활동하는 행태 역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이같은 풍조를 ‘사외이사 카르텔’이라며 “사교육 업체에서 임원으로 재직하는 교수들이 적지 않다. 사교육과 교수 간 연결고리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검토 위원에 특정 대학 출신이 쏠려있는 것도 또 다른 입시 카르텔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해 진행된 2023학년도 수능 기준 수능을 출제하고 검토하는 위원만 500여 명 중 서울대 출신 위원이 62명으로 가장 많았다. 고려대와 한국교원대도 20명 대를 기록했다”며 “특정 대학 출신이 수능 출제와 검토에 다수 참여하면 견제가 힘들어 출제 오류를 찾아내기 어렵다. 이 역시 ‘입시 카르텔’의 한 종류”라고 주장했다.

김동춘 대전이문고 교장 (사진=김한울 기자)

■ 김동춘 대전이문고 교장,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 개선부터” = 양정호 교수에 이어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김동춘 대전이문고 교장은 대입 제도와 고교 교육 연계성을 말하며 전면 도입을 앞두고 있는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의 대입 전형 요소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짚었다.

성취평가제를 소개한 김동춘 교장은 “제도 취지 자체는 좋지만 아직도 문제점이 도출될 정도로 전면 도입 준비는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태”라며 “학년 간 성적 산출 방법이 상이하고 성적 지표의 차이로 대학에서 교과 반영 방법 다양화가 이뤄지는 등 교육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고교학점제도 수능이 과목 선택의 기본이 된 상황에서 취지가 유지되기 쉽지 않다고 봤다.

일례로 심화 과목의 속성을 지닌 진로 선택과목과 융합 선택과목 운영을 소개한 김 교장은 가장 마지막인 고3에 선택해야 하지만 이렇게 되면 해당 학생들이 수능 준비를 할 수 없어 고1이나 고2 때 배치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자유로운 과목 선택이 이뤄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 입시 교정을 위한 비교과 활동 정상화 방안 △대학 진학 관련 정보를 총괄하는 대학입학정보원(가제) 신설 △진로전담교사 역할 제고 등을 제안하며 학령인구 감소 기조 속에서 여기에 맞는 대입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 “대입 제도, 사회 변화 반영하지만 안정적으로 바꿔야” = 이후에는 앞선 두 발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김양진 숙명여대 입학처장을 비롯해 이원근 창신대 총장,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 등 교육 관계자들은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양찬우 대교협 입학지원실장은 “대학 입시 제도는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 등 고등학교 교육 제도에서 시작된다”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방향성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찬우 실장은 “입시는 고등학교 교육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학생이 그대로 입시를 거쳐 대학에서 배우기 때문”이라며 “대학 입시는 시대적 변화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는 양정호 교수의 첫 번째 발표 내용을 언급하며 “이번 기회에 입시 카르텔을 발본색원해 추가로 확인된 사교육과 대학 교수와의 연결고리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수능은 수십 번의 크고 작은 변화를 겪어왔다. 하지만 변화 속에서 카르텔을 뿌리뽑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대입 제도 개편은 힘들다”며 “그 속에서 개편을 앞둔 2028 대입은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입시 제도가 됐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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