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웅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지역본부장

송웅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지역본부장
송웅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지역본부장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독일 등 선진국은 제조업 경쟁력을 제고해 미래 제조업 분야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 2차전지 등 제조업 핵심 영역에 막대한 보조금을 국내외 기업에 주면서 제조업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제2차 뿌리산업진흥기본계획(2018~2022년)과 뿌리 4.0 경쟁력 강화 마스터플랜에 기반해 6대 뿌리산업(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를 육성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정부 정책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국가산업 기반인 제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기술기능인의 역할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매년 10월이면 전국 17개 시도위원회를 대표해 우수 기능을 보유한 선수들이 자웅을 겨루는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열린다. 올해는 충청남도 주최로 10월 14일부터 20일까지 천안, 보령 등 6개의 경기장에서 기술기능인들의 열정과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기능경기대회(1966년~현재)는 우리나라가 공업 입국을 통해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렇듯 기능경기대회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대회를 기준으로 선수 인원은 2021년 1828명, 2022년 1797명, 2023년 1691명 등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기능경기대회를 1980년대 산업화 시대의 유산으로 치부하면서 경시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국가발전에 기여했고, 57년이란 오랜 세월 동안 치러진 대회인데 왜 이렇게 쇠퇴하는 것인가? 많은 이유가 있을 듯하다. 지난해 전문계고 교장과 만나는 자리에서 그들은 전문계고를 정상화시키고 이전의 기능경기대회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괜찮은 기업체에 참여한 선수들을 취업시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전국기능경기대회 또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지역 및 국가대표로 메달을 획득해도 취업이 안 되고 갈 곳이 없다고 한다. 선배 선수가 3년 또는 그 이상 기간을 투자하고 고생해 메달을 거머쥐어도 취업이 안 되다 보니 후배들의 지원도 갈수록 줄어든다. 지금까지는 한국산업인력공단과 대기업이 협력해 일자리를 제한적으로 제공했으나 이러한 방식도 한계에 도달한 듯하다.

최근 교육부에서는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 확대와 규제 완화를 통해 지자체 주도로 대학을 지원해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추진하는 라이즈(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를 시범운영하고 2025년부터 전 지역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고용노동부에서도 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를 통해 몇 년 전부터 지자체와 지역의 인력양성 분야 전반에 걸쳐 협업체계를 구축·운영 중이다. 그리고 기능경기대회는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대회다. 따라서 앞으로 지자체의 기능과 역할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앙부처에서 이양된 다양한 사업과 강화된 역할을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의 대학, 기업체, 공공기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면, 지역 현안인 기능경기대회 활성화,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방지, 지역대학의 활성화 등의 당면한 문제점 상당한 부문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기능경기대회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첫째, 기능경기대회 활성화와 관련해 지금까지는 참여가 전문계고가 중심이고 대학의 참여는 없거나 미미한데, 지역기술인 육성차원에서 대학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둘째, 지역 기술기능인은 해당 지역의 기업이 수요자이므로 기술기능인 양성에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지자체는 기능경기대회에 지금까지와 차별화되는 관심과 지원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위의 세 가지 방안을 위해 대학은 기능경기대회 선수 출신에 대한 입학 우대와 재학생 예비 출전선수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기업체는 교육기관, 인력공단 그리고 지자체와 MOU를 통해 선수를 배출하는 교육기관 지원과 아울러 출전선수 및 입상자에게 일자리 제공 등의 노력을 해야 하며, 지자체는 이전과 차별화되는 주관 부서에 대한 조직 내 우선순위를 높여주고 주요 행사에 지자체장이 참여하는 관심이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방안이 원활히 실행되려면 지자체에서는 교육부 등 중앙부처로부터 위임된 사업의 권한을 활용해 사업별 참여대학 선정 시 기능경기대회 참여 및 지원사항을 양·질적으로 선정 및 평가 지표에 반영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을 기술기능인 육성에 참여시키기 위해서 각종 인허가 및 지역사업의 참여 기업 선정 시 가점을 주거나 세제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일련의 사항은 지자체 내에서 다양한 부서가 협력해 수행할 수 있는 과제이므로 적합한 조직 등을 구성·운영하고 인사 및 예산 등을 가점 및 우선 배정 등이 수반돼야 한다.

정부도 국정과제의 국정목표 6에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시대’를 표방했다. 최근 언론의 화두는 지방소멸이다. 지방의 인구가 감소하면서 1991년 지방의회를 구성하면서 추진해온 지방자치제도가 위협을 받고 있다. 지방의 인구감소는 출산율 감소와 수도권으로의 인구이동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급속하게 진행되고, 지역 기업도 내국인이 없어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하고 있으나 기업주는 이들이 언제 더 좋은 자리를 찾아 떠날지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

따라서 지방소멸, 대학의 폐교 그리고 기능경기대회 쇠퇴를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가 구심점이 돼 지역의 대학과 기업체 그리고 관내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운영해 집단지성을 원활하게 작동되는 협업시스템을 볼 수 있는 날이 조속히 오길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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